연기금 기계적 매도에 개미들 비명
1일 코스피서 2202억 순매도
6월 일일 평균보다 80% 급증
비중 많아진 삼전 등에 집중
기관·외인 매도 겹치며 급락세
공단 “단기 대량 매도는 없다”

국민연금이 지난 1일부터 국내 주식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리밸런싱 조치를 재개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말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한 장기 매도세가 대형주 상단을 제약할 것이라며 오버행(잠재적 매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 유예 조치가 종료된 첫 거래일인 1일, 연기금 등은 코스피 시장에서 2202억 원을 순매도했다. 2일에는 479억 원을 순매도했다. 리밸런싱 유예 기간이었지만 지난 6월 하루 평균 순매도액(약 1224억 원) 대비 80% 늘어난 규모다. 지난 1∼2일 매도 물량은 상반기 주가 급등으로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커진 삼성전자(2557억 원), SK스퀘어(1671억 원) 등에 집중됐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아모레퍼시픽 등은 순매수했다.
연기금의 기계적 매도는 글로벌 기술주 폭락장과 맞물리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최근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동안에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6조917억 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11조1863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홀로 받쳤다.
이에 주가가 오를 때 물량을 덜어내는 리밸런싱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내가 낸 국민연금이 내 주식을 판다”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1일 SNS를 “올 5월 기금운용위에서 리밸런싱 규칙을 바꾸면서 점진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리밸런싱을 시행하도록 만들었다”며 “단기간 대규모 매도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해명했다.
금융투자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자산배분 규칙 완화에 따른 매도 기간의 장기화다. 국민연금의 4월 말 국내 주식 비중은 25.1%로 연말 목표치인 20.8%를 4.3%포인트 초과하고 있다. 하루 매도 한도를 2000억 원 수준으로 제한한 상태에서 단순 계산하면 연말까지 남은 7개월 동안 영업일마다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민연금의 완급 조절이 거시경제적 충격을 막아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자산배분 목표치에 맞춰 기계적으로 4조 원 넘게 동반 매도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마저 원칙대로 물량을 쏟아냈다면 증시 경착륙은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주식을 점진적으로 매도한 재원이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던 국내 채권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국내 금리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종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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