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美 정부 개입 경고…“메모리 부족 더 악화될 수도”
스마트폰·노트북 비용 상승엔 세액공제 등 지원 촉구
(시사저널=김혜인 디지털팀 기자)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미국 정부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 개입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AI 붐으로 공급 부족이 심화한 상황에서 가격이나 생산능력에 영향을 주는 조치는 오히려 수급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EMI는 지난 1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메모리 부족 사태와 관련한 정부 개입에 우려를 나타냈다. 협회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TSMC·인텔 등 3000개 이상 반도체 관련 업체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SEMI는 서한에서 "정부의 선별적 정책은 미국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가격이나 생산능력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개입은 시장을 왜곡해 수급 불안을 장기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메모리 공급 부족은 미국 내 제조시설 투자와 장기 구매계약 확대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서한은 메모리 공급 부족 문제가 워싱턴에서도 정치적 현안으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서한에 중국 공급업체가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메모리 부족 사태가 정책 논의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메모리 업체들의 주가 상승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반면, 정책 입안자들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 가격 인상 결정도 이런 우려를 부각했다.
앞서 애플은 중국 판매용 기기에 들어갈 메모리를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로부터 조달할 수 있도록 트럼프 행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두 회사는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이다.
SEMI는 직접적인 가격·생산 개입 대신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지원책을 제안했다. 협회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가격 상승을 완화하기 위해 구매자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같은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촉구했다.
한편, 메모리 생산능력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AI 수요가 수급 압박을 계속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SEMI는 업계 데이터를 인용해 메모리 생산능력이 매년 약 19%씩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AI 인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노트북·자동차·가전제품 등 여러 분야에서 공급 제한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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