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방울 산소도 No!”... 샴페인 위협 완벽주의 프란치아코르타 까델 보스코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프란치아코르타 매력 탐구② 까델 보스코>
‘베리 스파’로 순수한 포도알로만 만들어
포도 압착·데고르즈망때 산소 완벽 차단
급격한 산화 막아 순수한 과일향 잘 지켜
유명 작가 작품도 만나는 ‘미술관 와이너리’


까델 보스코 역사는 1964년 마우리치오 자넬라의 어머니 안나마리아 클레멘티 자넬라(Annamaria Clementi Zanella)가 에르부스코 언덕의 작은 시골집 한 채를 구입하면서 시작됩니다. 오크나무와 밤나무가 빽빽하게 둘러싼 이 집은 이웃 주민들이 브레시아 방언으로 ‘까델 보스크(Ca' del bosc)’라 불렀는데 ‘숲속의 집’이란 뜻입니다. 와이너리 이름이 바로 여기서 비롯됐습니다. 안나마리아가 집을 구입 할 당시 이곳엔 이미 레드 품종 10여 줄이 심겨 있었지만, 전문적인 와인 생산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가족이 편하게 마실 투박한 홈메이드 와인을 담그는 정도였습니다.
1956년 볼차노에서 태어나 밀라노와 영국 맨체스터를 오가며 도시에서 자란 아들 자넬라는 사춘기 시절 밀라노에서 손꼽힐 정도로 다루기 힘든 문제아였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도시 검은 뒷골목의 유혹에서 떼어놓기 위해 에르부스코의 시골집으로 보냅니다.


자넬라는 단순히 포도밭을 구경하는 소년이 아니었습니다. 포도밭을 확장하고 지하 셀러를 지어 프랑스 샴페인에 견줄 와인을 만들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스스로 작성했고, 어머니와 함께 은행 지점장을 찾아가 대출을 받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이 자금으로 양조 시설을 갖추기 시작했으며 불과 16살이던 1972년 마침내 까델 보스코 이름의 첫 와인 ‘피노 디 프란치아코르타 비앙코’가 탄생합니다. 물론 16세 소년 혼자 모든 양조 과정을 해낸 것은 아닙니다. 안토니오 간도시의 기술력과 어머니의 자금력, 그리고 소년의 대담한 사업 수완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고교 시절 프랑스 샹파뉴로 떠난 여행에서 자넬라는 세계적 샴페인 하우스들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동시에 에르부스코의 테루아로도 샴페인에 못지않은 스파클링 와인을 빚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고 돌아옵니다. 그로부터 몇 해 뒤 스무살이던 1978년 12월, 자넬라는 자신의 첫 스파클링 와인 3종(브뤼, 도사쥬 제로, 로제)을 세상에 내놓으며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의 새 역사를 열기 시작합니다. 그는 품질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1979년 프랑스 샹파뉴에서 셀러 마스터 앙드레 뒤부아(André Dubois)를 수석 와인메이커로 모셔옵니다. 그는 모엣 샹동(Moët & Chandon)에서 무려 25년 동안 셀러 마스터로 일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습니다. 뒤부아와 손잡은 자넬라는 1985년에는 ‘빈티지 샴페인’격인 ‘프란치아코르타 밀레지마토 1979’를 세상에 선보이며 프란치아코르타의 품질을 한계치까지 끌어 올립니다.

현재 약 280ha 포도밭을 유기농으로 관리하는 까델 보스코는 1994년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와인 명가 마르조토(Marzotto) 가문이 이끄는 산타 마르게리타 와인 그룹(Santa Margherita Wine Group)에 지분의 과반을 넘깁니다. 이 그룹은 최근 창립 90주년을 맞아 헤리타 마르조토 와인 에스테이트(Herita Marzotto Wine Estates)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자본과 소유권은 마르조토 가문에 있지만, 운영과 총괄은 지금도 창립자 자넬라 회장이 맡고 있습니다.


베리 스파는 까델 보스코의 가장 상징적인 공정으로, 독자적인 세척 및 건조 시스템입니다. 2014년 100% 유기농 인증을 획득한 까델 보스코는 살충제나 제초제를 쓰지 않지만 포도 껍질에는 밭의 먼지, 미생물, 곤충, 그리고 효모 잔여물 등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수확된 포도 송이들은 세 단계로 구성된 특수 탱크를 통과합니다. 산소가 주입되는 버블 자쿠지 형태의 탱크에서 포도알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세척한 뒤, 깨끗한 물로 헹구고, 마지막으로 완벽하게 건조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어떤 화학적 첨가물도 넣지 않고 오직 물과 공기만 이용합니다. 이를 통해 포도 껍질에 붙은 불순물이 압착시 포도즙에 섞여 들어가는 것을 원천 차단해 완벽하고 순수한 과실 고유의 맛을 추출해 냅니다.

와인을 양조할 때 기계식 펌프를 사용해 포도즙을 강제로 밀어내면 와인이 거칠게 흔들리면서 산소와 과도하게 접촉하고 포도씨나 껍질에서 원치 않는 쓴맛과 거친 탄닌이 추출됩니다. 까델 보스코는 이런 포도 스트레스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양조 시설을 수직 구조로 설계하고, 오직 중력만 이용해 와인을 이동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플라잉 탱크(Flying Tank)가 핵심 역할을 합니다. 갓 짜낸 포도즙이나 발효 중인 와인을 다른 탱크로 옮겨야 할 때, 기계식 펌프로 쏘아 올리는 대신 플라잉 탱크에 와인을 담아 크레인을 통해 공중으로 들어 올린 후 다음 단계의 오크통이나 탱크 위로 자연스럽게 떨어뜨립니다. 물리적 충격을 최소화해 밀도 높고 부드러운 질감을 완성하는 핵심 비결입니다.

산소는 와인을 숙성시키지만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의 베이스가 되는 포도즙을 짤 때는 신선한 과일 아로마를 파괴하는 주범이 되기도 합니다. 까델 보스코는 포도를 압착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공기 중의 산소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극단적인 무산소 공법을 적용합니다. 특별히 개조된 압착기 내부는 밀폐된 상태에서 질소 등의 불활성 가스로 채워지며, 산소가 완전히 배제된 진공에 가까운 상태에서 포도를 정밀하게 눌러 즙을 짜냅니다. 1986년 합류해 지금까지 양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수석 와인메이커 스테파노 카펠리(Stefano Capelli)는 이 공법을 통해 와인의 구조감을 극도로 정밀하고 타이트하게 잡아냅니다. 그 결과 까델 보스코의 와인들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신선함을 잃지 않으며, 인위적인 산화 느낌이 전혀 없는 극도의 깨끗함을 자랑하게 됩니다.

스파클링 와인 양조의 마지막 단계는 병목에 모인 효모 앙금을 얼린 뒤 빼내는 데고르주망(Degorgement)입니다. 보통 이 순간 병뚜껑이 열리면서 대량의 산소가 유입돼 와인의 산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품질의 편차가 생기기 쉽습니다. 까델 보스코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독자적인 무산소 데고르주망 및 재코르킹 시스템’을 발명해 특허를 받았습니다. 이 장비는 병 하나하나가 지나갈 때마다 사방이 완벽히 차단되는 작은 밀폐 챔버를 형성합니다. 장비는 챔버 내부의 산소를 완전히 빨아들인 뒤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고, 와인액을 보충하는 도자주를 한 뒤 코르크로 막는 전 과정을 무산소 상태에서 일사천리로 진행합니다.
▶투명한 기록
까델 보스코의 완벽주의는 제품의 레이블의 테크니컬 시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산화황 함량을 비롯, 구체적인 빈티지 비율, 심지어 포도가 수확된 포도밭의 세부 정보까지 모두 투명하게 기록해 소비자에게 공개합니다.

까델 보스코를 유명하게 만든 또 하나는 미술관을 방불케하는 와이너리의 작품들입니다. 먼저 정문에 서면 거대한 청동 원형 문이 시선을 압도합니다. 이탈리아 예술가 아르날도 포모도로(Arnaldo Pomodoro)의 작품 ‘태양의 문(Cancello Solare)’입니다. 지름 5m에 달하는 이 문은 두 개의 반원으로 열리며, 포도 성장에 가장 중요한 존재인 태양에 바치는 오마주입니다.





◆까델 보스코 대표 와인
▶까델 보스코 프란치아코르타 뀌베 프레스티지 에디지오네(Ca' del Bosco Franciacorta Cuvée Prestige Edizione)
와이너리의 ‘명함’ 같은 와인입니다. 47 에디지오네(에디션)는 47번째 만든 뀌베 프레스티지란 뜻입니다. 샤르도네 80%, 피노네로 19%, 피노비앙코 1% 내외로 에디션별로 미세하게 달라집니다. 코끝에서 생강 비스킷과 갓 구운 브리오슈의 이스트 풍미가 기분 좋게 깔리며 흰꽃, 노란 자두, 풋사과, 감귤류 껍질 향이 층층이 스쳐 지나갑니다. 뒤이어 은은한 허브 향과 훈연 향, 생아몬드의 고소한 부케가 복합미를 더합니다. 입안에 머금으면 크리미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부드럽게 감싸 안습니다. 샤르도네가 선사하는 복숭아, 배, 멜론의 과일향과 생기발랄한 산미가 잘 어우러집니다. 피니시에서는 입안을 개운하게 씻어내는 시트러스 라임과 쌉싸름한 백아몬드 노트가 정교한 여운으로 길게 이어집니다. 최상의 리저브 와인을 약 20~30% 블렌딩하고 평균 25개월 병숙성합니다. 도사주는 브뤼로 약 4g/L.

이탈리아 오크 숙성 샤르도네의 주요 기준점이 된 와인입니다. ‘셀바’는 숲을 뜻합니다. 매우 작은 포도밭 7개 구획을 블렌딩하며, 오크나무와 밤나무로 둘러싸인 외딴 곳에서 극소량만 생산되는 보석 같은 와인입니다. 첫 향은 다소 조용하고 묵직하게 열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옵니다. 잘 익은 시트러스 과즙, 서양배, 라임꽃 향이 전면에 나타나고, 오크에서 오는 과하지 않은 바닐라와 달콤하고 고소한 아몬드 타르트, 백후추의 힌트와 젖은 돌에서 오는 깊은 미네랄 풍미가 겹겹이 층을 이룹니다. 까델 보스코가 “레드 와인의 구조감과 정밀함에 필적한다”고 설명할 만큼 조직감이 치밀하고 견고합니다. 피니시는 면도날처럼 날카롭고 정교한 산미와 짭조름한 미네랄이 반전 매력을 주줍니다. 또 오크의 헤이즐넛 풍미가 입안에 남아 세련된 여운을 선사합니다. 에르부스코, 파시라노(Passirano)의 엄선된 유기농 인증 단일 포도밭에서 자라는 평균 수령 35년 샤르도네로 만듭니다.

피노네로(피노누아) 100%입니다. 프랑스 부르고뉴 품종인 피노누아가 이탈리아 테루아에서 표현할 수 있는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1983년부터 소량 생산하고 있습니다. 향에서는 피노누아 특유의 관능적이고 유혹적인 부케가 압권입니다. 야생 딸기, 레드커런트, 라즈베리, 블랙베리의 신선하고 새콤달콤한 베리류 향이 폭발하듯 피어오르고, 와인이 열릴수록 정향, 계피, 은은한 장미 꽃잎, 촉촉한 숲속의 낙엽, 레몬 껍질의 뉘앙스가 화사함을 더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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