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아니라더니 삼성· 하이닉스는 팔았다…국민연금 리밸런싱의 진짜 신호

남영재 기자 2026. 7. 3.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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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연기금 2179억원 순매도…삼성전자·SK스퀘어 비중 축소
SK하이닉스는 1100억원 넘게 순매수…'AI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
"매도폭탄보다 장기 리밸런싱"…시장 영향은 속도와 외국인 수급이 변수
[사진제공=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이 재개되면서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첫 거래일,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17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시장 일각에서 우려했던 '수십조원 매도폭탄'과는 거리가 있지만, 상반기 급등한 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인공지능(AI) 핵심 수혜주를 늘리는 포트폴리오 조정이 본격화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스퀘어, 삼성전기 등 올해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이 대거 매도 상위에 오른 반면, SK하이닉스는 11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 2179억원 순매도…'국민연금 매도폭탄'으로 단정은 어려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17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리밸런싱 유예 기간인 6월 하루 평균 순매도액(1117억원)보다 약 95%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498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다만 이 수치를 그대로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물량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거래소가 공개하는 '연기금 등' 수급에는 국민연금뿐 아니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각종 공제회 거래까지 함께 포함된다. 국민연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종목별 실제 매매 규모는 공개되지 않아 국민연금의 순수 리밸런싱 규모를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다.

시장에서는 숫자 자체보다 매매 방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사진제공=픽사베이]

◆ 삼성전자 줄이고 SK하이닉스 담았다…AI 중심 재편 뚜렷

매도 상위에는 삼성전자(981억원), SK스퀘어(958억원), 삼성전기(442억원), 삼성물산(239억원), 삼성생명(151억원), LG이노텍(147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공통점은 대부분 올해 상반기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178% 넘게 상승했고, 삼성전기는 756%, SK스퀘어는 361%, LG이노텍은 262% 가까이 뛰었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역시 각각 154%, 96% 상승했다.

반면 순매수 상위에는 SK하이닉스(1104억원)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아모레퍼시픽, 삼성E&A, 산일전기, 크래프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단순한 현금 확보가 아니라 주가 상승으로 비중이 커진 종목은 줄이고 AI 투자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은 늘리는 리밸런싱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주도권과 AI 메모리 성장 기대가 이어지면서 국민연금도 장기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 '50조 매도설' 과장…진짜 변수는 속도

시장에서는 이번 하루 거래만으로 리밸런싱 충격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연기금은 리밸런싱 유예 기간이던 5~6월에도 39거래일 가운데 31거래일을 순매도했다. 삼성전기와 SK스퀘어는 이미 수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비중을 줄여왔으며 일부 종목은 오히려 꾸준히 순매수했다.

국민연금 역시 지난 5월 리밸런싱 방식을 변경했다.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하는 대신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 범위를 확대하고 하루 최대 매매 규모를 축소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제도를 손질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최근 "리밸런싱이 시작되더라도 단기간 대규모 매도는 불가능하며 시장이 우려하는 '매도폭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업계는 앞으로의 핵심 변수로 매도 규모의 지속 여부와 외국인 수급을 꼽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첫날 순매도가 평소보다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 리밸런싱 충격을 논하기는 어렵다"며 "연기금 매도가 일정 기간 이어지는지, 외국인 매도와 겹쳐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지가 향후 국내 증시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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