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 팬심이 쏘아 올린 ‘기후행동’ [사람IN]

전다현 기자 2026. 7. 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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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일본 도쿄도 시부야 거리에 케이팝 아이돌 앨범이 대량으로 버려져 논란이 됐다. 케이팝 팬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이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포토카드를 모으고 팬 사인회에 가기 위해, 또 ‘음반 점수’를 높여주기 위해 앨범 수십 장을 사고 버린다. 기획사들이 같은 앨범 여러 종류를 제작해서 구매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케이팝포플래닛 공동창업자 김혜경 씨(오른쪽)와 캠페이너 이다연 씨. 케이팝포플래닛은 케이팝 팬들이 만든 기후 단체다. ⓒ김흥구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라며 산업의 변화를 요구하고 나선 이들이 있다.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이 모인 기후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을 이끄는 김혜경 디렉터(41)와 이다연 캠페이너(24·왼쪽)다. 김혜경 디렉터는 2007년부터 언론사 기자로 일하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취재하면서 환경문제가 개인의 평범한 일상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목격했다. 이후 그린피스, 국경없는기자회 등에서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2020년 인도네시아의 한 엑소(EXO) 팬을 만난다. 당시 한국 자본으로 인도네시아에 석탄발전소가 지어지는 것에 분노한 현지 팬들은 케이팝 노래를 틀어놓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때 케이팝 팬들의 강력한 조직력이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2021년, 김혜경 디렉터는 ‘케이팝포플래닛’을 창립해 이들이 목소리 낼 수 있는 ‘판’을 깔았다. 이 판 위에서 흩어져 있던 전 세계 케이팝 팬덤을 직접 엮어낸 게 ‘젠지(Gen Z)’ 세대인 이다연 캠페이너다. 고등학생 시절 ‘2030년이면 기후위기가 임계점에 도달한다’라는 기사를 읽고 청소년 기후행동 단체를 찾았던 그는 자연스레 케이팝포플래닛에 합류했다.

케이팝포플래닛이 팬들에게 앨범을 모아 기획사에 반환하자고 제안하자 일주일 만에 8000장이 모였다. 이들을 문전박대하던 기획사들도 지속적인 팬덤의 요구 앞에서 태도를 바꿨다. SM엔터테인먼트는 앨범 제작 과정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기 시작했고, YG엔터테인먼트는 친환경 소재를 도입했다. 팬들의 행동은 기획사를 넘어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알루미늄을 공급받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인도네시아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맺자 케이팝포플래닛이 항의했고 현대차는 협약을 철회했다. 최근에는 하나은행이 탈석탄을 선언하고도 인도네시아 오비섬에서 새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으며 운영되는 니켈 제련 사업에 자금을 지원했다며 항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 89개국에서 케이팝 팬 9만여 명이 캠페인 11개에 참여했다. 이들의 목표는 지속 가능한 케이팝이다. 김혜경 디렉터는 미래세대를 위해 세계 각지에서 제2, 제3의 케이팝포플래닛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이다연 캠페이너의 소망은 “팬들이 죄책감 없이 오래오래 즐길 수 있는 케이팝 생태계가 되는 것”이다.

전다현 기자 allhye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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