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산통제가 만능 아니다…등산객, 치악산 산불 잡다 [화제]

치악산 산불 초동진화에 공을 세운 원주연세의료원 산악회가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산불조심기간 입산통제 정책을 반대하는 이들의 '등산객을 산불을 일으키는 잠재적 가해자로만 취급하지 말고, 입산통제를 열어 주면 오히려 산불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주장을 정확히 뒷받침하는 사례다.
산불은 지난 5월 1일 오후 7시 30분경 치악산 곧은치 일대에서 발생했다. 정확히는 헬기장 북쪽 약 100m, 원통재 300m 직전 왼쪽 능선이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원주연세의료원 산악회 김충열 대장(진단검사의학과)과 대원들이 이 산불을 발견했다. 김충열 대장은 "한 대원이 '여기 근처에 절이 있나? 연등을 켠 것 같다'는 말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시뻘건 불길이 늘어서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후 7시 34분에 국립공원공단과 119에 산불신고를 마친 산악회 회원들은 불길을 향해 무작정 달려갔다. 능선을 타고 넘어오는 강풍이 불씨를 무섭게 키우고 있었고, 매캐한 연기가 시야를 가로막았지만 주변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들고 필사적으로 불길을 잡았다. 김 대장은 "그렇게 10여 분간 사투를 벌이자 기적적으로 주불이 잡혔다"고 전했다.

어느 정도 주불이 잡힌 후로도 산악회 회원들은 끝까지 남아서 잔불 정리에 힘썼다. 김 대장은 "대부분이 여성 대원이라 안전을 위해 먼저 하산을 권유했지만 윤성규 대원을 포함한 5명의 대원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함께했다"고 전했다. 곧 치악산국립공원 구조대원 2명과 물통을 짊어지고 온 박용환 과장이 도착하면서 잔불 진화 작업은 더 활기를 띠었다. 8시 35분이 되자 눈에 보이는 불길은 모두 사라졌다. 낙엽 밑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불씨는 뒤이어 온 소방·산림당국이 인력 110여 명, 장비 20여 대를 동원해 진화했다.
"하산하니 밤 11시였습니다.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마음만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죠. 만약 저희가 없었더라면 치악산의 가파른 경사와 험준한 지형을 고려할 때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에 산이 잿더미로 변해 있었을 겁니다. 금방 원통재를 넘어 황골 삼거리와 시루봉까지 번져서 원주의 영산이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었겠죠."
이들의 헌신적인 산불 진화로 피해면적은 고작 0.07ha에 그쳤다. 이에 국립공원공단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지난 6월 2일 감사패를 수여했다. 김경태 재난안전과장은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주신 김충열, 장명주, 임금례, 최옥자, 윤성규, 김은경, 안미숙 회원의 헌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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