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 부각 미국 내 핵심광물 생산 거점 구축 등 기업가치 제고전략
고려아연이 '2025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지배구조 개혁과 주주환원 성과를 전면에 내세웠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3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사회 독립성과 주주권 보호를 강화하며 기업가치를 높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3일 고려아연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5월 황덕남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창사 이래 첫 사외이사이자 여성 의장이다. 앞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정관을 고친 뒤 대표이사와 의장을 분리해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명확히 했다. 황 의장은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재선임됐고 지난 5월 정기이사회에서 의장직을 다시 맡았다.
이사회 구성도 사외이사 중심으로 재편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이사회는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13인, 기타비상무이사 3인으로 사외이사 비중이 68.4%에 달한다. 오너가 의장을 겸직하는 상장사가 여전히 많은 국내 현실에서 분쟁 국면에 선제적으로 글로벌 기준에 다가섰다는 분석이다.
소액주주 권익을 넓히는 제도 정비도 이어졌다.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소수 지분 주주도 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사 충실의무 명문화, 전자주주총회 도입, 주주총회 집중일 회피도 함께 반영했다. 이를 통해 한국거래소 지배구조보고서 핵심지표 준수율은 지난해 80%로 상장사 평균(55%)을 크게 웃돌았고, 올해는 주주권 보호 관련 지표를 추가로 충족해 100%를 달성했다.
보고서는 분쟁 과정의 그늘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임시주총에서 가결된 안건 중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외한 안건이 법원 판결로 효력 정지된 사실과 후속 조치를 그대로 공개했다.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최윤범 회장과 황덕남 의장 등 5인의 이사가 신규 또는 재선임된 사실도 담았다. 리스크를 감추기보다 드러내는 쪽을 택한 셈이다.
보고서는 지배구조뿐 아니라 경영 성과와 주주환원 실적도 함께 제시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6조5880억원, 영업이익 1조2320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실적 개선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6월과 9월, 12월 세 차례에 걸쳐 자기주식 204만 여주를 소각했고, 지난해 말 기준 총주주환원율은 268%에 달했다. 주당 배당금도 전년 1만 7500원에서 2만 원으로 올렸다. 회사는 2024년 10월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2024~2026년 연결 기준 평균 총주주환원율 40% 이상, 유보율 8000% 이하 유지를 약속하고 이를 이행 중이다.
성장 전략의 다음 무대는 미국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통합제련소 건설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내년에 착공, 2029년 단계적 가동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사회는 지난해 미국 정부 등으로부터의 투자 유치와 미국 제련소 건설 등 사업 추진계획을 심의·의결했다.
록히드마틴과는 양해각서(MOU)를 맺고 전략광물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다. 국내 유일의 안티모니·인듐 생산 기업인 고려아연이 미국 현지에 핵심광물 생산 거점을 세우는 구상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핵심광물 공급망을 둘러싼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고려아연은 지배구조 개혁과 주주환원 확대, 글로벌 전략 투자를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개된 보고서는 그 세 축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맞물려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문서로 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