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 팔고도 아직 안 끝났다”… 외국인 차익실현, 개인은 언제까지 받을까

권우석 기자 2026. 7.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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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익실현·리밸런싱에 반도체 집중 매도
개인 자금 재배분은 계속…하반기 수급 변수로

올해 상반기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50조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사상 최대 규모로 팔아치웠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한국 증시에 대한 비관론보다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과 글로벌 자금의 리밸런싱(비중 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관건은 이 같은 비중 조정이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외국인이 쏟아낸 물량을 개인이 연일 받아내고 있으나, 하반기에도 이러한 개인의 매수 여력이 지속될지가 증시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로 꼽힌다.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55.32포인트(7.89%) 내린 7,648.09에, 코스닥은 62.63포인트(6.74%) 내린 866.72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9%, SK하이닉스는 14.5% 폭락 마감했다./연합뉴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 누적 순매도 규모는 149조4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날도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누적 규모는 155조원에 이르렀다. 지난달 29일에는 하루에만 7조7332억원을 순매도하며 일별 기준 최대 기록도 새로 썼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한국 증시 이탈보다는 급등한 국내 주식 비중을 조절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글로벌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은 국가별·자산별 목표 비중을 맞춰 운용하는데, 최근 한국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비중 축소가 불가피해진 탓이다.

실제 외국인 보유 비중은 연초 35% 수준에서 현재 40% 안팎까지 확대됐다. 대규모 매도에도 불구하고 보유 비중이 오히려 늘어난 것은, 외국인이 보유한 종목들의 평가액 증가 속도가 매도 규모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외국인 보유 자산 가치가 크게 불어난 영향이 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순매도를 한국 증시에 대한 비관론이나 메모리 업황 피크아웃 베팅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액티브 외국계 펀드의 차익실현 성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리밸런싱이 마무리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외국인 보유 비중이 여전히 높은 만큼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한 추가 매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외국인 순매도 149조원 가운데 약 134조원이 반도체에 집중된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추가 차익실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상승 탄력이 둔화되기 전까지는 지속적으로 증가한 국내 주식 보유액을 줄여나가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 전환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환율도 변수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 환율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지난 5월 이후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90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문 연구원은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장기적으로 달러 강세는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약달러 전환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높은 환율과 외국인 수급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외국인 매도세를 받아낸 것은 개인 투자자였다. 올해 들어 개인이 사들인 주식만 97조원을 넘어서며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공세를 상당 부분 받아냈다.

최근 자금 유입은 단순한 예탁금 증가만이 아니라 가계 소득 증가, 금융자산 재배분, 부채 조달, 부동산 자금 이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증시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면서 개인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쏠리는 ‘머니 무브’가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개인의 머니무브는 가계 소득 증가와 투자 확대, 개인 자산의 추가적인 재배분 여력 등을 감안하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퇴직연금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도 국내 증시로의 자금 이동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개인 자금만으로 외국인의 이탈 물량을 무한정 감당하기는 벅차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개인과 퇴직연금, ETF 등 국내 자금이 방어막을 치고는 있지만, 외국인의 매도세가 장기화될 경우 수급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팔아도 지수가 오른 것은 외국인 수급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개인과 상품시장이 같은 주도주를 받아내며 버틴 결과”라며 “고환율이 이어지는 환경에서는 이익 성장과 주주환원 확대가 외국인 자금을 다시 끌어들이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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