탭댄스·발레·아크로바틱… 숨 가빠도 빌리는 행복합니다
‘소년 빌리’ 조윤우·김우진·박지후·김승주


4월 12일 개막한 공연은 지난 2일까지 93차례 무대를 통해 관객 12만8000명을 만났다. 2024년 9월 시작된 첫 오디션부터 치면 벌써 약 2년. 소년들은 ‘빌리’로 뽑힌 뒤 60주 트레이닝 기간 동안 주 6일, 하루 6시간 이상 체계적 훈련을 통해 연기와 탭댄스, 발레와 아크로바틱을 익히고 80쪽의 대본과 가사를 통째로 외웠다. ‘빌리’가 된다는 건 러닝 타임 2시간 40분 동안 16곡 모든 노래에 등장하며 연기와 노래, 춤을 모두 소화하는 일. “마라톤을 뛰며 햄릿을 연기하는 것”(오리지널 영화·뮤지컬 연출 스티븐 달드리)처럼, 어쩌면 무대에 선 매일이 기적이었다.
총 123회 공연 중 이제 남은 건 단 30회. 이제 각자 7~8회를 남겨둔 ‘빌리 엘리어트’(이하 ‘빌리’)의 기적의 소년들, 김승주(13), 박지후(12), 김우진(11), 조윤우(10) 군을 공연장인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만났다.
◇“서로 돕고 챙겨주는 형제처럼”

뮤지컬 ‘마틸다’에 출연할 때 막내였던 승주는 이번 ‘빌리’에선 어엿한 맏형. “형이 진짜 잘 챙겨줘요. 매 공연 8켤레를 22번 갈아 신는 신발도 챙겨주고, 준비 운동도 같이 해주고.” 지후는 “그중에서도 선생님들께 혼나야 할 순간에 형이 먼저 ‘실드’ 쳐줄 때가 제일 고맙다”며 웃었다. 승주가 쑥스러워하며 말을 돌렸다. “실은 공연을 시작하면서 갑자기 키가 부쩍 빨리 자라 깜짝 놀랐어요. 자고 나면 1㎝씩 크는 것 같아 기분 좋으면서도 걱정되고…. 매일 아침 키를 재 봤다니까요.” 고난도 동작이 많은 ‘빌리’를 소화하려면 150㎝ 정도의 적절한 신장도 필수 조건이라 제작진도 승주의 빠른 성장에 한동안 초긴장 상태였지만 여전히 ‘승주 빌리’의 키는 적정 범위 안이다.

처음 겪는 강행군이었다. 막내 윤우가 “탭(댄스)을 배운 첫날 온몸에 담이 결려서 다음 날 종일 누워 있었다”고 하자 맏형 승주도 “어느 하나 빠짐없이 골고루 다양하게 힘들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힘든 걸 모두 이겨낼 수 있을 만큼 큰 성취감을 맛본 시간이기도 했다. 승주는 “발레 회전 네 바퀴를 처음 완벽하게 했을 때”, 지후는 “완벽한 자세로 백 덤블링에 성공했을 때”, 우진은 “그랑 피루에트(발레 회전)를 완성했을 때”, 윤우는 “쿠션 없는 맨바닥에서 고난도 공중 뒤돌기 동작을 해냈을 때”를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꼽았다.

◇즐겁고 아찔했던 무대 위 순간들
우진과 윤우는 “빌리의 모든 걸 보여주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노래와 춤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 장면이 가장 좋다. 지후는 빌리가 친구 마이클, 복싱 코치와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승주는 마을 광부들의 자부심이 담긴 ‘원스 위 워 킹스(Once We Were Kings)’와 할머니가 한량 남편과 살던 옛일을 회상하는 ‘그랜마 송(Gandma’s Song)’ 장면이 가장 좋다.
아찔했던 순간들도 적지 않다. 우진은 첫 공연 때 너무 긴장해서 복싱 수업 장면에서 운동화를 들고 움직여야 한다는 걸 잊어버렸고, 지후는 “피아노 위에서 춤추다 발레 신발이 저 멀리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 적”도 있고, “아크로바틱하다 발을 찧어 발톱이 깨지는 바람에 그만 주저앉아 펑펑 울 뻔한 적”도 있다.

승주는 “복싱 글러브를 낀 채 열쇠를 들어 올려야 하는데 열쇠가 무대 위 틈 아래로 쏙 빠져 버린 적도 있다. 마치 열쇠가 있는 것처럼 마임하듯 연기하며 겨우 위기를 넘겼다”며 방금 있었던 일처럼 가슴을 쓸어내렸다.

◇모두가 ‘최고’였던 빌리들 하루하루
즉석에서 서로 가장 뛰어난 점을 짚어보기로 하자 자연스럽게 서로를 향한 칭찬이 쏟아졌다. 승주는 연기와 노래 모두 가장 뛰어나다는 데 네 명의 빌리들이 모두 의견 일치. 지후는 탭댄스 ‘도사’였고, 변함없는 ‘발레 소년’ 우진의 유연성은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겁 없는 아크로바틱 소년 윤우는 “아크로바틱을 연습할 때는 막내가 아니라 맏형”(우진) 같이 의젓했다.
‘빌리’로 무대에 서는 기간은 윤우가 “11년 인생에 가장 행복했고, 앞으로도 평생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할 만큼 마법처럼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그동안 꿈이 변하지 않은 건 “초지일관 발레리노가 꿈”인 우진뿐. 프로 아크로바틱 공연자가 되고 싶었던 윤우는 아이돌 가수를, ‘행복을 배달하는 택배 기사’가 꿈이었던 지후는 배우를 생각한다.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던 승주는 발레리노와 배우 둘 다에 끌리는 중이다.

‘빌리’는 소년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윤우는 “연습, 무대, 호흡, 환호 모두가 ‘행복’이었다”고 했고, 지후는 “앞으로도 계속 내게 가장 큰 자랑일 것”이라고 했다. 우진은 “발레 하는 걸 반대하시던 아버지께서 지금은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신다. 빌리는 발레리노가 되고 싶은 내게 ‘희망’이었다”고 했다. 맏형 승주에게 빌리는 “살아가는 태도를 돌아보게 해 준 어떤 전환점”이다.
승주는 “발레 선생님이 ‘너희는 7~8년 걸려 배울 걸 1년에 해낸 것’이라고 하셨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우린 그 1년 동안 하루를 7일처럼 살았다는 뜻이니까요. 내가 하루를 7일처럼 쓴다면 못 할 게 없겠구나. 만약 내가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주어진 시간이 1년인데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때는 하루를 10일처럼 살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빌리’로 사는 동안 아이들은 마음의 키도 부쩍 자랐다.
공연은 26일까지, 8만~17만원.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방부, 사관학교 통합 기본계획 발표 2시간 전 돌연 연기
-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교수, 대한암학회 이사장 취임
-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드디어 한국 온다... 영화 ‘오디세이’ 개봉 맞춰 첫 방한
- 비싸서 못 먹던 갯장어 샤부샤부, 한 접시 2만원대 특별 공동구매
- 與 “3대 메가 프로젝트 초당적 지원해야…국힘, 발목잡기 그만”
- 16강전 하프타임에 뜬 ‘아틀라스’…케인·홀란드 세리머니하고 공인구 전달
- 법원, 모스 탄 2차 출국정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도 기각
- 경남 산청 사찰 화재로 요사채 전소…60대 1명 숨져
- “살 빠지니 毛도 빠졌다”… 비만치료제 인기에 남몰래 웃는 탈모·헤어케어 시장
- “내일부터 국민 입틀막법 시행”...국힘 지도부, 최고위에 검은 마스크 쓰고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