탭댄스·발레·아크로바틱… 숨 가빠도 빌리는 행복합니다

이태훈 기자 2026. 7. 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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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네 주연
‘소년 빌리’ 조윤우·김우진·박지후·김승주
2026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제4대 '빌리'들. 왼쪽부터 박지후(12), 조윤우(10), 김우진(11), 김승주(13). /신시컴퍼니
네 명의 소년이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날아올랐다. 서울 한남동 공연장 블루스퀘어 연습실에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포스터 속 ‘빌리 포즈’로 뛰어 보이는 주인공 ‘빌리’들. 왼쪽부터 조윤우(10), 김우진(11), 박지후(12), 김승주(13) 군. /장련성 기자

4월 12일 개막한 공연은 지난 2일까지 93차례 무대를 통해 관객 12만8000명을 만났다. 2024년 9월 시작된 첫 오디션부터 치면 벌써 약 2년. 소년들은 ‘빌리’로 뽑힌 뒤 60주 트레이닝 기간 동안 주 6일, 하루 6시간 이상 체계적 훈련을 통해 연기와 탭댄스, 발레와 아크로바틱을 익히고 80쪽의 대본과 가사를 통째로 외웠다. ‘빌리’가 된다는 건 러닝 타임 2시간 40분 동안 16곡 모든 노래에 등장하며 연기와 노래, 춤을 모두 소화하는 일. “마라톤을 뛰며 햄릿을 연기하는 것”(오리지널 영화·뮤지컬 연출 스티븐 달드리)처럼, 어쩌면 무대에 선 매일이 기적이었다.

총 123회 공연 중 이제 남은 건 단 30회. 이제 각자 7~8회를 남겨둔 ‘빌리 엘리어트’(이하 ‘빌리’)의 기적의 소년들, 김승주(13), 박지후(12), 김우진(11), 조윤우(10) 군을 공연장인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만났다.

◇“서로 돕고 챙겨주는 형제처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극장 연습실에서 만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네 번째 시즌의 빌리들. 발레 바 왼쪽에 김승주(뒤)와 김우진(앞), 발레 바 오른쪽에 박지후(뒤)와 조윤우(앞). /장련성 기자

뮤지컬 ‘마틸다’에 출연할 때 막내였던 승주는 이번 ‘빌리’에선 어엿한 맏형. “형이 진짜 잘 챙겨줘요. 매 공연 8켤레를 22번 갈아 신는 신발도 챙겨주고, 준비 운동도 같이 해주고.” 지후는 “그중에서도 선생님들께 혼나야 할 순간에 형이 먼저 ‘실드’ 쳐줄 때가 제일 고맙다”며 웃었다. 승주가 쑥스러워하며 말을 돌렸다. “실은 공연을 시작하면서 갑자기 키가 부쩍 빨리 자라 깜짝 놀랐어요. 자고 나면 1㎝씩 크는 것 같아 기분 좋으면서도 걱정되고…. 매일 아침 키를 재 봤다니까요.” 고난도 동작이 많은 ‘빌리’를 소화하려면 150㎝ 정도의 적절한 신장도 필수 조건이라 제작진도 승주의 빠른 성장에 한동안 초긴장 상태였지만 여전히 ‘승주 빌리’의 키는 적정 범위 안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인 '일렉트리시티'를 연기하는 맏형 빌리 김승주(13). /신시컴퍼니

처음 겪는 강행군이었다. 막내 윤우가 “탭(댄스)을 배운 첫날 온몸에 담이 결려서 다음 날 종일 누워 있었다”고 하자 맏형 승주도 “어느 하나 빠짐없이 골고루 다양하게 힘들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힘든 걸 모두 이겨낼 수 있을 만큼 큰 성취감을 맛본 시간이기도 했다. 승주는 “발레 회전 네 바퀴를 처음 완벽하게 했을 때”, 지후는 “완벽한 자세로 백 덤블링에 성공했을 때”, 우진은 “그랑 피루에트(발레 회전)를 완성했을 때”, 윤우는 “쿠션 없는 맨바닥에서 고난도 공중 뒤돌기 동작을 해냈을 때”를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꼽았다.

2026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막내 빌리 조윤우(10). /신시컴퍼니

◇즐겁고 아찔했던 무대 위 순간들

우진과 윤우는 “빌리의 모든 걸 보여주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노래와 춤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 장면이 가장 좋다. 지후는 빌리가 친구 마이클, 복싱 코치와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승주는 마을 광부들의 자부심이 담긴 ‘원스 위 워 킹스(Once We Were Kings)’와 할머니가 한량 남편과 살던 옛일을 회상하는 ‘그랜마 송(Gandma’s Song)’ 장면이 가장 좋다.

아찔했던 순간들도 적지 않다. 우진은 첫 공연 때 너무 긴장해서 복싱 수업 장면에서 운동화를 들고 움직여야 한다는 걸 잊어버렸고, 지후는 “피아노 위에서 춤추다 발레 신발이 저 멀리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 적”도 있고, “아크로바틱하다 발을 찧어 발톱이 깨지는 바람에 그만 주저앉아 펑펑 울 뻔한 적”도 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026 연습 사진. 빌리 김우진(11) /신시컴퍼니

승주는 “복싱 글러브를 낀 채 열쇠를 들어 올려야 하는데 열쇠가 무대 위 틈 아래로 쏙 빠져 버린 적도 있다. 마치 열쇠가 있는 것처럼 마임하듯 연기하며 겨우 위기를 넘겼다”며 방금 있었던 일처럼 가슴을 쓸어내렸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공연 중,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와 함께 간 로열 발레학교 오디션에서 '일렉트리시티'를 노래하며 춤추는 빌리 박지후(12). /신시컴퍼니

◇모두가 ‘최고’였던 빌리들 하루하루

즉석에서 서로 가장 뛰어난 점을 짚어보기로 하자 자연스럽게 서로를 향한 칭찬이 쏟아졌다. 승주는 연기와 노래 모두 가장 뛰어나다는 데 네 명의 빌리들이 모두 의견 일치. 지후는 탭댄스 ‘도사’였고, 변함없는 ‘발레 소년’ 우진의 유연성은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겁 없는 아크로바틱 소년 윤우는 “아크로바틱을 연습할 때는 막내가 아니라 맏형”(우진) 같이 의젓했다.

‘빌리’로 무대에 서는 기간은 윤우가 “11년 인생에 가장 행복했고, 앞으로도 평생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할 만큼 마법처럼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그동안 꿈이 변하지 않은 건 “초지일관 발레리노가 꿈”인 우진뿐. 프로 아크로바틱 공연자가 되고 싶었던 윤우는 아이돌 가수를, ‘행복을 배달하는 택배 기사’가 꿈이었던 지후는 배우를 생각한다.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던 승주는 발레리노와 배우 둘 다에 끌리는 중이다.

네 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 네 소년들. 위부터 아래로 김승주(13), 박지후(12), 김우진(11), 조윤우(10). /신시컴퍼니

‘빌리’는 소년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윤우는 “연습, 무대, 호흡, 환호 모두가 ‘행복’이었다”고 했고, 지후는 “앞으로도 계속 내게 가장 큰 자랑일 것”이라고 했다. 우진은 “발레 하는 걸 반대하시던 아버지께서 지금은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신다. 빌리는 발레리노가 되고 싶은 내게 ‘희망’이었다”고 했다. 맏형 승주에게 빌리는 “살아가는 태도를 돌아보게 해 준 어떤 전환점”이다.

승주는 “발레 선생님이 ‘너희는 7~8년 걸려 배울 걸 1년에 해낸 것’이라고 하셨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우린 그 1년 동안 하루를 7일처럼 살았다는 뜻이니까요. 내가 하루를 7일처럼 쓴다면 못 할 게 없겠구나. 만약 내가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주어진 시간이 1년인데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때는 하루를 10일처럼 살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중 "하루를 열흘처럼, 1년을 10년처럼 열심히 하고 싶다"는 빌리 맏형 승주(맨 오른쪽)의 말에 머리를 감싸 쥐며 경악하는 빌리들. 왼쪽부터 조윤우, 김우진, 박지후. /신시컴퍼니

‘빌리’로 사는 동안 아이들은 마음의 키도 부쩍 자랐다.

공연은 26일까지, 8만~1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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