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분의 1’ 확률의 겹쌍둥이… “둘씩 짝지어 놀아 육아 쉽죠”
[아이들이 바꾼 우리] 탁은경·김기호 부부

경기 파주시 와동동의 한 아파트에는 ’10만분의 1의 확률’로 만들어진 가족이 산다. 바로 탁은경(37)·김기호(37) 부부와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쌍둥이 남매 연아·연우(4), 쌍둥이 딸 세미·세리(1)다. 지난달 30일 부부를 만나 “요즘 아이 한 명 키우는 것도 힘들다는데 어떻게 네 명을 키우느냐”고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힘든 것보다 아이들이 주는 행복이 너무 큽니다. 매 순간이 행복해요. 주변에 결혼은 꼭 하고, 아이도 꼭 두 명 이상은 낳으라고 말합니다.”
부부는 처음 만나서 연애를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2017년 지인들과 저녁 자리에서 남편 김씨는 예쁜데 성격도 털털한 아내 탁씨를 보고 호감이 생겼지만, 탁씨는 같은 마음이 아니라서 이어지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3년 뒤 같은 지인들과 저녁 자리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곧 연애를 시작했다. 남편은 여전히 예쁘고 털털한 아내의 모습에, 아내는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대화가 잘되고 성실한 남편의 모습에 끌려 드디어 마음이 통한 것이다.
이후로는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연애 도중 싸운 적도 거의 없었다. 둘 다 “이 사람과 결혼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고, 연애 6개월이 됐을 즈음 혼인신고를 마쳤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라서 결혼식은 쉽지 않아 혼인신고부터 하고, 1년 뒤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떠난 신혼여행에서 ‘허니문 베이비’를 갖게 됐다.
부부는 병원에서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고 한다. 사실인지 믿기지 않았는데, 얼마 안 돼 입덧이 심해지고 배가 나날이 불러오는 걸 보면서 쌍둥이라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아내 탁씨는 “임신 기간 속이 너무 안 좋아서 수박과 복숭아, 라면 정도만 그나마 먹을 수 있었다”면서 “한겨울에도 수박이 너무 먹고 싶어서 남편이 구해 오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했다.
입덧 탓에 쌍둥이를 임신했는데도 몸무게는 12㎏밖에 늘지 않았다. 쌍둥이 연아와 연우가 태어난 뒤엔 오히려 임신 전보다 몸무게가 2㎏이나 줄었다. 아이들이 태어난 직후 인큐베이터에서 3주간 있었는데, 그새 마음고생을 한 탓이다. 탁씨는 “산후조리원에 가면 우리 연아랑 연우는 내 옆에 없는데 다른 아기들이 우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게 힘들 것 같아 가지 않았다”면서 “집에서 매일 울고 제대로 못 먹으니 살이 임신 전보다 더 빠지더라”고 했다.
연아와 연우가 퇴원해 집에 온 날부턴 집안은 축제 분위기였다. 남편 김씨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너무 행복했고, 그래서 한동안은 육아가 힘들다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2년간 쌍둥이 육아에 집중하던 부부는 연아에게 여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내 탁씨는 “주변에 자매인 친구들이나, 저희 엄마와 이모를 보면 정말 사이가 좋고 서로에게 힘이 돼주더라”며 “인생에서 최고의 선물은 가족인 만큼, 연아에게도 자매라는 선물을 만들어주고 싶어 셋째 출산을 준비했다”고 했다.
그런데 가족에겐 생각보다 더 큰 선물이 찾아왔다. 일란성 쌍둥이를 임신한 것이다. 이렇게 자연 임신으로 연달아 쌍둥이를 가질 확률은 10만분의 1이라고 한다. 남편 김씨는 “아이들 성별을 알 때까지 마음을 엄청 졸였다”면서 “딸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다시 쌍둥이를 품은 탁씨는 한 번 해봐서 그런지 처음보다 임신 기간이 수월했다. 특히 연아와 연우 때만큼 입덧이 심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남편 김씨는 “아내가 쌍둥이를 두 번 임신하고 출산하는 걸 옆에서 보면서 ‘엄마라는 존재가 가진 힘과 능력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부부는 부모님이나 아이돌보미 도움 없이 아이들을 스스로 키운다. 부부는 출근길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군인인 남편 김씨가 퇴근할 때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온다. 이후 네일숍을 운영하는 아내가 퇴근하는 9시까지 혼자 아이들을 돌본다. 부부는 “아이가 많아서 오히려 육아가 더 쉽다”고 했다. 아이가 한 명이면 엄마나 아빠가 내내 같이 놀아줘야 하는데, 아이가 많으면 자기들끼리 놀기 바쁘다는 것이다. 탁씨는 “연아랑 연우가 6개월부터 서로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할 게 없어지더라”며 “지금도 둘이서 ‘이거 할까’ ‘저거 하자’ 얘기하고 장난치면서 재미나게 논다”고 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연아와 연우가 쌍둥이 동생들을 챙긴다. 탁씨는 “둘이서 매일 한 명씩 ‘내 아기’ ‘내 동생’을 정해 데리고 논다”며 “동생들이 너무 좋으니까 자기가 읽고 있는 책도 보여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부부는 아이가 넷이면 육아의 어려움이 4배로 늘어나는 것은 아닌 반면, 육아의 기쁨과 행복은 4배 이상일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탁씨는 “하루 종일 일하고 녹초가 돼 집에 왔을 때도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이들 얼굴을 보면 피로가 사르르 녹는다”며 “옛날에 아버지들이 일 끝내고 집에 오면 힘이 난다고 하던 말들이 어떤 느낌인지 완전히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부 사이도 더욱 끈끈해졌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엔 그저 사랑하는 부부였다면, 지금은 어떤 어려움이 와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든든한 전우가 된 기분이라고 한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고 있다는 걸 항상 느낀다. 부부에게 ‘아이들과 해보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다. 탁씨는 “아이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아이들 키가 크려면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네 아이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가서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를 같이 타고 싶다”며 웃었다. 부부는 지금처럼 합심해서 아이들을 예의 바른 사람으로, 남을 도와주는 멋진 어른으로 잘 키워내고 싶다고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위원회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위원회(betterfuture@korea.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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