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산책] ‘뭣이 중헌디?’-AI는 감정이 있는가
오래 살아남는다.
질문은 답을 얻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질문이 우리의 생각을
더 깊은 곳으로 이끌어 간다.

지난 6월, 양구인문학박물관에서 ‘AI 시대, 뭣이 중헌디?’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청중은 고등학생부터 농민, 공무원까지 다양했다. 강연의 주제는 ‘답보다 판단하는 힘’이었다. 강연은 예정대로 끝났다. 그러나 마지막에 한 고등학생이 던진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그 질문은 2주가 지난 지금도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교수님, AI는 감정이 있습니까?”
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 자리에서는 “우리는 아직 인간의 감정이 무엇인지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 메커니즘을 모르는데 AI에게 그것을 어떻게 학습시킬 수 있겠습니까?”라고 답했다. 학생은 고개를 끄덕였고, 강연은 끝났다.
그러나 끝난 것은 강연뿐이었다.
그 질문은 지난 2주 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정말 제대로 대답한 것일까. 혹시 더 나은 답이 있었을까. AI는 과연 감정을 가질 수 없는 것일까. 아니, 그보다 먼저 우리는 감정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할수록 질문은 AI에서 인간으로 옮겨갔다.
우리는 사랑을 말하고, 슬픔을 말하고, 기쁨을 말한다. 그러나 그 감정이 어떻게 생겨나며, 왜 어떤 사람의 말 한마디에 눈물이 나고, 어떤 기억은 평생 가슴에 남는지 아직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신경과학도, 심리학도, 철학도 저마다의 답을 내놓고 있지만, 어느 하나를 최종적인 해답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아직 진행 중인데도, 우리는 AI에게 감정이 있는지 먼저 묻는다.
AI가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가를 두고도 많은 논의가 이어진다. 그러나 인간조차 자신의 감정을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AI에게 감정이 있는가를 묻기에 앞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먼저 물어야 하지 않을까.
문득 강연의 제목이 떠올랐다.
‘뭣이 중헌디?’
그 질문은 영화 속 대사가 아니라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AI는 수많은 정보를 분석하여 가장 그럴듯한 답을 제시한다. 내비게이션은 가장 빠른 길을 알려 주고, 생성형 AI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문장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가장 빠른 길이 언제나 가장 좋은 길은 아니다. 때로는 돌아가는 길이 사람을 만나게 하고, 풍경을 만나게 하며, 삶을 바꾸기도 한다. 가장 그럴듯한 답이 언제나 가장 소중한 답도 아니다. 무엇이 중요한지는 결국 인간의 가치 판단에 달려 있다.
돌이켜보면 좋은 질문은 좋은 답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그날 고등학생의 질문도 그랬다. 강연은 끝났지만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질문은 답을 얻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질문이 우리의 생각을 더 깊은 곳으로 이끌어 간다.
AI는 앞으로도 점점 더 많은 답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중요한지를 묻고, 그 답을 선택하며, 그 선택에 책임지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고등학생 #머릿속 #양구인문학박물관 #공무원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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