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천수답 반도체’란 비판 피하려면

2021년 대만에 대가뭄이 발생했다. 2020년은 대만 본토에 상륙한 태풍이 56년 만에 하나도 없었다. 물그릇 채워주던 태풍이 사라지자 겨울 건기를 지나며 저수지의 수위가 빠르게 내려갔다. TSMC 핵심 팹에 물을 대는 바오산 제2저수지의 저수율이 5% 아래로 떨어졌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5일 급수·2일 단수’ 조치가 시행됐다. 5월 마지막 날 극적으로 장맛비가 쏟아지며 위기를 넘겼다. 당시 ‘간천흘반(看天吃飯) 반도체’라는 오명을 썼다. 기술은 첨단인데, 정작 현실은 하늘만 쳐다보는 천수답 시절로 돌아갔다는 뜻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물 공급안(案)을 공개했다. 결론적으로 ‘하루 106만t’ 공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현재 기후부가 추산한 예상 필요량은 하루 65만t 정도. 하지만 정부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기후부는 영산강·섬진강 유역 다목적댐의 ‘여유량’과 ‘과배분 미사용량’을 합쳐 하루 20만t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두 강의 유역 면적은 한강의 13~18% 수준. 체급 자체가 작아 가뭄에도 취약하다. ‘50년 만의 가뭄’이 발생한 2022년 광주·전남의 기상가뭄일은 총 281.3일이었다. 1년 중 77%가 가뭄 상태였다는 뜻이다. 이 가뭄이 이듬해 봄까지 이어지면서 동복댐과 주암댐 저수율은 10%대로 떨어졌다. 가뭄이 닥치면 이 20만t은 문서상 숫자로만 남게 된다. 농업용 저수지인 나주호(湖)에서 빼기로 한 하루 21만t의 물도, 모내기철 등 농업용수가 절실한 시기에 가뭄이 찾아올 경우 농민의 강한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기후부는 동복댐(전남 화순)을 하루 25만t 더 공급할 수 있도록 증축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이 지역은 전임 정부가 ‘기후대응댐’을 추진하면서 동복댐과 주암댐 사이에 생활·공업·농업용수를 댈 수 있는 ‘동복천댐’(3100만t)을 만들기로 했던 곳이다. 이 계획은 김성환 기후부 장관 취임 후 백지화됐다. 당시 적은 저수용량, 환경 파괴, 주민 반대 등을 취소 이유로 들었던 그가, 막상 물이 필요하니 더 큰 규모로 댐을 증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미 수몰 피해를 크게 겪은 화순 주민들이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대만 대가뭄 이후 해법을 만든 건 정부가 아니라 TSMC였다. 수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공정수 재활용률을 90% 가까이 끌어올렸고, 세계 최초로 산업폐수 재활용 정수 센터를 직접 지으며 수자원 자립을 실현했다. 우리는 막상 물 부족 사태가 터졌을 때 정부가 책임을 기업에 전부 떠넘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천수답 반도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가뭄에도 견딜 수 있는 정교한 물 관리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한다. 기우제 지낼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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