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고 동창 계엄군 총에 사망했는데… 배재고 응원 있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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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을 향한 왜곡과 폄훼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배재고등학교 야구부는 지난달 29일 광주제일고등학교와의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경기에서 5·18민주화운동 혐오 발언을 했다.
전남대 학생독립운동 연구소장인 장우권 광주일고 동문회 부회장은 "민주주의가 이뤄진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충격을 받았다"며 "5·18민주화운동 당시 대학교 1학년이었는데, 광주일고 동창이 계엄군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고 다친 동창도 많다. 현장을 목격한 트라우마로 지금도 힘들다. 이런 역사를 가진 광주일고 후배들에게 '탱크데이'라는 혐오 발언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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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왜곡대응 프로젝트] 광주 시민들이 보는 배재고 '탱크데이' 혐오발언
5·18 현장에 있던 광주일고 선배 "아직도 트라우마인데… 있을 수 없는 일"
광주 지역 청소년에게도 퍼진 5·18 역사왜곡… "처벌 강화 필요"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5·18민주화운동을 향한 왜곡과 폄훼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5·18 기념재단과 함께 5·18 왜곡을 바로잡고, 혐오 문제에 대응하는 5·18 왜곡대응 프로젝트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작합니다. - 편집자주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일고(광주제일고) 동창이 계엄군 총에 맞아 사망했다. 지금도 트라우마가 있다. 이런 광주일고에 '탱크데이'라고 한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장우권 광주일고 동문회 부회장)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5·18민주화운동 혐오발언' 사태가 사회적 파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현장에 있었던 광주일고 선배는 물론, 계엄군의 만행을 직접 경험한 지역사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등에선 배재고 옹호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역사회에선 역사왜곡을 바로잡고 학교에 퍼진 '혐오'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배재고등학교 야구부는 지난달 29일 광주제일고등학교와의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경기에서 5·18민주화운동 혐오 발언을 했다.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 구호와 함께 “탱크데이”라는 구호까지 외친 것이다. 지난달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이벤트 사태를 언급한 것이다. 광주일고 코치진의 항의로 혐오 발언은 중단됐지만 중계 영상이 SNS에서 확산되면서 배재고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고 후속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배재고에 협회 주관 대회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고, 서울시교육청도 배재고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나섰다. 야구 예능 프로그램 '불꽃야구2'를 제작하는 스튜디오 C1은 지난달 배재고와의 경기 영상을 방송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5·18민주화운동 중심에 있던 광주일고 선배 “지금도 트라우마”
배재고 측은 지난 1일 광주일고를 방문해 사과를 하려 했지만, 광주일고는 “학생들은 사과를 받아들일 만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대한 광주지역 민심을 이해하기 위해선 5·18민주화운동이 광주 지역, 특히 광주일고에 끼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일고 학생들은 투쟁 선두에 섰으며, 5월18일 계엄군은 체육대회가 열리고 있던 광주일고에 난입해 운동장·교실을 뒤지며 시민들을 구타하고, 연행했다. 당시 계엄군 사령부가 광주일고 운동장에 설치되기도 했다.
전남대 학생독립운동 연구소장인 장우권 광주일고 동문회 부회장은 “민주주의가 이뤄진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충격을 받았다”며 “5·18민주화운동 당시 대학교 1학년이었는데, 광주일고 동창이 계엄군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고 다친 동창도 많다. 현장을 목격한 트라우마로 지금도 힘들다. 이런 역사를 가진 광주일고 후배들에게 '탱크데이'라는 혐오 발언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일고 출신으로 해태 타이거즈 투수를 지낸 방수원씨는 2021년 광주MBC가 운영하는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해 계엄군이 자신에게 욕을 한 광주일고 야구부 선수를 찾겠다며 가슴에 대검을 들이댄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방씨는 “대검으로 (계엄군이 시민들을) 죽인 걸 봤는데, 대검이 내 가슴에 푹 들어왔다. 그때는 (계엄군이) 막 죽일 때고, 죽여도 죄가 아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방씨는 선동열 전 감독의 부친이 계엄군에게 무릎을 꿇고 “아이들을 용서해달라”고 빌어 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 영상이 유튜브에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맞선 학생 시위가 열린 전남대학교의 윤동규 총학생회장도 이번 혐오 발언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윤동규 회장은 미디어오늘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번 사태를 접하게 됐다. 친구들도 '충격적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출신 지역을 떠나, 민주주의의 중요성이나 광주 시민들이 당한 국가 폭력의 역사를 배웠을 학생들인데 이를 악용한 혐오 표현을 해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청소년인 김양균 광주고 학생회장 역시 미디어오늘에 “잠잠해지던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고 한심했다. 이런 발언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불필요한 갈등과 지역 간 감정만 다시 자극하는 결과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혐오, 학교에서 놀이가 됐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일부 학생 일탈이 아닌 학교에 퍼진 '혐오'에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미디어오늘에 “학교에서 약자들을 비하하고 폄훼하는 것이 일종의 놀이 문화가 됐다. 그리고 그 대상이 5·18민주화운동이 된 것”이라며 “광주·전남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오고 서울로 대학을 간 학생들이 '우리가 무슨 짓을 했길래 이렇게 비난을 당하는가'라고 위축되어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비판했다.
백성동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대변인은 미디어오늘에 “학교 현장에서 역사왜곡이 일상화된 것은 오래된 일”이라며 “학생들이 역사 교육을 받기 전부터 SNS에서 5·18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허위정보를 먼저 접하고 여과 없이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교육 시간 '폭동 아닌가'라는 꼬리 질문이 이어지니 교육이 힘들다. 광주 지역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이번 사태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백성동 대변인은 “이번 사태가 광주 지역만의 일이 된다면 당사자성에 갇히고,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며 “결국 청소년 사이에서 혐오가 왜 생겨났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현재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학교 교육이 5월에 진행하는 일회성 이벤트로 자리잡은 경향이 있는데, 이를 넘어 일상으로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5·18민주화운동 역사왜곡과 혐오표현에 대한 처벌 강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동규 회장은 “배재고 혐오표현의 경우 중계영상이 있어서 공론화될 수 있었지만 일상에서 혐오와 역사왜곡은 계속되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5·18민주화운동 역사왜곡과 혐오표현은 더 강력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 사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뿌리뽑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강배 이사는 “청소년들이 역사왜곡에 휘둘리지 않도록 민주시민 교육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며 “역사적 진실을 왜곡할 경우 철저한 처벌을 받는 사회적 풍토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힘 “커피 마시러 가자, 표현의 자유” 혐오 조장
오히려 정치권 일각에선 혐오를 조장하고 나섰다. 이지애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1일 극우 성향 유튜버 고성국씨 채널에 나가 “(배재고 응원 구호는) 정치적인 발언이 아니고 학생들이 '스타벅스 가자, 커피 마시러 가자'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했으며, 손수조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도 “스타벅스는 대한민국에서 자유의 상징이 됐다”고 했다. 지난해 SNS에서 “5·18은 폭동”이라는 글을 올려 사과까지 한 수영선수 조희연씨는 최근 SNS에 “아들들 배재고 보내러 서울로 이사해야 하나”라는 글을 올렸으며 가수 JK김동욱은 “애들 야구하면서 나온 해프닝을 이렇게 키우냐”라고 했다.
이와 관련 장우권 부회장은 “5·18민주화운동은 좌우 이데올로기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역사다. 하지만 현재 민주주의와 이데올로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카오스 같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양균 학생회장은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광주 시민, 그리고 기업과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조롱과 왜곡된 표현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분명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며 사태의 시발점이 된 스타벅스 코리아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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