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훈 820억 지분 매각.. 한미그룹 권력지도 바뀌나
나우아이비 인수에 우호지분 확대 해석 확산
임종훈 "거버넌스 안정" 강조...매각 배경 강조
경영권 갈등 종식일까 새 변수일까... 관심 집중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보통주 170만9788주를 주당 4만8000원에 장외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거래 규모는 약 820억 원에 달한다. 거래가 완료되면 임 대표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기존 5.09%에서 2.59%로 감소하게 된다.
이번 거래의 매수자는 나우아이비 22호 펀드다. 표면적으로는 사모펀드가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지만, 시장은 이를 단순한 재무적 투자로만 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펀드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측 우호세력으로 분류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거래가 사실상 모녀 측의 우호지분 확대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미그룹은 지난해부터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복잡한 경영권 갈등을 겪어왔다. 가족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경영 방향을 둘러싼 대립이 이어졌고, 주주총회와 이사회 구성은 물론 기업 가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투자자들은 연구개발 경쟁력보다 경영권 분쟁 소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런 가운데 임종훈 대표는 이번 지분 매각 배경에 대해 창업주의 뜻을 이어가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고 그룹 거버넌스 안정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영권 경쟁보다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둔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시장도 이번 거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수록 기업의 의사결정은 늦어지고 대규모 투자나 연구개발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신약 개발과 글로벌 협력이 핵심 경쟁력인 만큼 경영 안정성은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요소다. 불확실성이 줄어들 경우 기업의 중장기 전략도 보다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의문도 적지 않다. 가장 큰 관심사는 나우아이비 22호 펀드의 성격이다. 재무적 투자자인지, 아니면 특정 세력을 지원하는 전략적 투자자인지에 따라 이번 거래의 의미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펀드의 출자 구조와 향후 의결권 행사 방향에 따라 지배구조 변화의 폭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임종훈 대표가 보유 지분을 절반 가까이 줄인 배경 역시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경영권 경쟁에서 한발 물러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남아 있는 2.59%의 지분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도 관심사다.
향후 지분 추가 이동 가능성도 변수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들의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수 퍼센트의 지분 이동만으로도 경영권 구도는 달라질 수 있다. 우호지분 확보 경쟁이 이어질 경우 추가적인 블록딜이나 전략적 투자 유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이번 거래는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오너 일가의 갈등이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반복적으로 경험해 왔다. 가족 간 분쟁이 장기화되면 투자자는 물론 협력사와 임직원 모두 불확실성에 노출된다. 반대로 지배구조가 안정되면 장기 투자와 연구개발, 글로벌 사업 확대에도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이번 820억 원 규모의 지분 매각은 한 차례의 금융 거래를 넘어 한미그룹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경영권 갈등의 종지부를 찍는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지분 재편의 시작이 될지는 앞으로 드러날 주요 주주들의 행보와 의결권 구도, 시장의 신뢰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 거래 이후 한미그룹이 갈등을 뒤로하고 성장 전략에 집중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