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들] 달라진 상속과 유류분 제도, 상속에도 책임과 윤리가 반영된다

조철현 2026. 7. 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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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분쟁을 다루다 보면 "재산은 부모의 것이니 누구에게 물려줄지는 부모 마음 아니냐"는 의견을 말하시는 분이 많다. 같은 맥락으로 "부모를 돌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왜 똑같이 상속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게 된다. 이렇듯 상속제도는 두 가지 가치, 즉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자유와 유족의 최소한의 상속권 보장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갖고 있다.

최근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상속제도가 2026년에 큰 폭으로 개정되었고, 개정 규정은 2026년 3월 1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번 개정은 단순히 상속재산을 나누는 기술적 규정의 변경을 넘어, 상속에도 책임과 윤리를 반영하겠다는 시대적 요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첫 번째 변화는 형제자매의 유류분 폐지다.

종전에는 배우자와 직계비속, 직계존속은 물론 형제자매에게도 유류분이 인정되었다. 그러나 개정법은 형제자매를 유류분권리자 범위에서 제외하였다. 가족 형태와 사회적 인식이 변화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이제 유류분은 배우자와 직계비속, 직계존속에게만 인정된다.

두 번째는 상속권 상실제도의 도입이다.

흔히 '패륜상속인 배제 제도'라고 불리는 제도다.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와 직계혈족에 대하여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르거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그 상속인은 상속권을 잃을 수 있다.

피상속인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그 사람의 상속권 상실 의사를 표시할 수 있고, 유언이 없는 경우에도 공동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인정하면 해당 상속인은 상속권은 물론 유류분 권리도 잃게 된다. 자녀를 버리고 떠난 부모나, 반대로 연로한 부모를 외면한 자녀가 아무런 책임 없이 상속재산을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된 것이다.

세 번째는 특별수익과 기여분에 대한 합리적 조정이다.

그동안 유류분 소송에서 가장 많은 불만이 제기되던 부분이 바로 이 문제였다. 피상속인을 장기간 부양하거나 간병한 자녀가 생전에 재산을 증여받더라도, 다른 상속인이 유류분반환청구를 하면 그 증여재산 상당 부분을 다시 내놓아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개정법은 부양이나 간병, 재산 유지·증식에 대한 보상으로 이루어진 증여라면 그 기여 부분을 특별수익 및 유류분 산정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였다.

네 번째는 가액반환 원칙의 도입이다.

종전에는 유류분반환 시 원물반환이 원칙이었다. 그 결과 부동산 지분이 강제로 쪼개지거나 비상장주식의 지분관계가 복잡해지는 등 새로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정법은 이를 개선하여 금전으로 환산한 가액반환을 원칙으로 하였다. 상속재산의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해지고, 후속 분쟁도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상속은 단순히 혈연관계만으로 결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책임을 다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완전히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이번 개정에 반영되어 있다. 물론 부모를 모시고 효도하는 일이 상속을 기대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법이 그러한 헌신과 노력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이번 상속관련 민법 개정은 상속이 단순한 권리가 아니라 책임과 의무를 동반하는 제도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앞으로는 상속재산의 크기만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각자가 보여준 책임과 기여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이다.

조철현 법무법인 고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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