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의심했던 오컬트 작가

한겨레 2026. 7. 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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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다] 존 킬 (1930~2009)

본명은 앨바 존 킬레. 미국인. 한때는 마술을 좋아했다. 열두살 때 마술 잡지에 첫 글을 실었다. 이윽고 과학소설 팬 잡지를 만들며 작가를 꿈꾸었다. 열여섯살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과학 과목을 전부 들었기 때문에 학교를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나.

한국전쟁이 터지고 미군에 징집. 군대에서 라디오 방송을 했다. 마술도 선전도 사람들의 믿음을 주무르는 일이었다. 1954년에 긴 여행을 떠났다. 이집트며 인도며 여러 나라를 다니며 초자연 현상을 취재.

회의주의자였다. 초자연 현상이란 거짓이며 “논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인도에서 “회의주의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존 킬은 초자연 현상을 의심하는 자기 신념도 버렸다. 뭔가를 굳게 믿기보다는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작가가 되었다.

여행 때의 경험을 모아 1957년에 책을 냈다. 글을 쓰며 자유롭게 살았다. 1966년에 플레이보이 잡지에서 유에프오(UFO) 기사를 청탁받았다. 글은 잡지에 실리지 않았지만 존 킬은 그 뒤로도 유에프오 현상을 쫓아다녔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외계인을 만났다는 목격담을 존 킬은 믿지 않았지만, 검은 옷의 수상한 사람들이 목격자를 찾아온다는 ‘맨 인 블랙’ 신화를 대중에게 널리 퍼뜨린 작가가 얄궂게도 존 킬이었다.

포인트플레전트에서 1966년 11월부터 이상한 형상을 목격하는 사람이 많았다. 사람들은 낯선 형상을 ‘모스맨’(나방인간)이라고 불렀다. 이듬해 12월15일에 지역의 낡은 다리가 무너져 46명이 숨졌다. 비극적 사건이었다. 그런데 존 킬은 모스맨이 다리 붕괴 사건의 예언이었다는 사람들 이야기를 모아 1975년에 책을 썼다.

늘그막에 살림이 어려웠는데, 2002년에 모스맨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며 존 킬은 형편이 폈다. 초자연 현상을 믿지 않던 회의주의자가 정작 붕괴 사고의 초자연적인 해석 덕분에 다시 눈길을 끌었다. 세상을 떠난 날이 2009년 7월3일. 오늘날도 지역 사회는 모스맨으로 관광 수입을 올리지만 유족들은 마음 아파한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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