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맛의 반도체, K푸드
올 4월 출장차 방문한 미국에서 큰 감동을 받았던 순간이 있다. 뉴욕 할렘 지역의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고등학교에서 현지 학생들을 만났던 날이다. 이 학교는 한국어와 태권도를 가르치고 학생들이 직접 김치를 담그는 ‘코리안 김치데이’ 행사를 여는 등 한국식 교육으로 유명세를 얻은 곳이다.
학생들에게 인기 K푸드로 구성한 선물을 나눠줬는데 한 학생이 선물 꾸러미를 풀지 않고 그대로 들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각자 좋아하는 K푸드를 꺼내 맛을 보는데도 가만히 있어 왜 그런지 물었더니 그 학생은 “어머니에게 가져다드리려 한다”라고 말했다. 가슴에 꾸러미를 소중히 안고 미소 짓는 학생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K푸드를 통해 우리의 전통과 문화·정서가 세계 곳곳에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K푸드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맛과 영양은 물론 한국의 문화와 어우러져 세계인이 즐기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K푸드 수출은 상품이 국경을 넘는 차원 이상의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의 고유한 정체성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 다시 말해 대한민국의 식품 영토가 확장되는 일이다. K푸드는 현재 전 세계 208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유엔 가입국 193개보다 많은 나라에 K푸드가 뿌리내리고 있는 셈이다.
K푸드의 인기는 눈부신 수출 실적으로도 증명된다. 올 상반기 K푸드(농수산 식품) 잠정 수출액은 72억 달러(약 11조 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9%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K푸드 수출액은 2015년 이후 10년 동안 매해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이처럼 K푸드가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세계인이 즐기는 음식으로 위상을 높인 데는 K팝, K콘텐츠, K푸드가 시너지를 낸 영향이 크다.
이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도 정부의 K이니셔티브 사업과 연계해 주요 부처와 손잡고 ‘K푸드페어’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미국 LA,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한 ‘K푸드페어 × K엑스포’가 대표적인 사례다. 공사가 주최하는 K푸드페어와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주관하는 K엑스포를 연계한 행사다. K팝 공연부터 K쿠킹쇼 등을 부처 협업으로 기획하고 ‘K콘텐츠에서 본 K푸드’라는 콘셉트로 다방면의 한류 소비자에게 K푸드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K푸드가 주도하는 K이니셔티브를 실현하기 위해 8월에는 ‘2026 도쿄 K푸드페어+’도 개최한다. K푸드를 K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해 하나의 문화 경험으로 알리고 지속 가능한 수출 기반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가 주최하고 산업통상부와 KOTRA(코트라),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이 참가한다. 마침 9월부터 일본에서 제20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개최돼 아시아 전역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K푸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K푸드에는 한계를 극복하고 공동체와 조화를 이루며 끊임없이 성장해온 한민족 고유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반도체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했다면 이제는 한국인의 맛과 영양이 담긴 K푸드를 수출의 쌍두마차로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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