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담] ‘닥공’의 성공 요건

강동효 기자 2026. 7. 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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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전북 현대서 유래한 축구 전술
최강희 감독, 3대0 앞서도 공격수 투입
주택 공급하려면 정비 사업 활성화 필요
이주비 대출, 소셜 믹스 등 규제 풀어야

‘닥공’은 원래 K리그 명문팀 전북 현대의 축구 전술이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2011년 미디어 데이에서 “올해 닥치고 공격, ‘닥공’을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최 감독의 말대로 전북은 크게 이기는 경기에서도 극단적인 공격 전술을 펼쳤다. 3대0으로 이기는 상황에서는 통상 수비를 강화하는데 최 감독은 오히려 공격수를 추가 투입하는 전술을 꺼냈다. 그 결과 최 감독은 K리그 통산 최다승을 거둔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닥공이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자주 언급된다. ‘닥치고 공급’의 줄임말로 쓰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찌감치 닥공을 외쳤고 청와대까지 최근 비슷한 주장을 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금은 닥치고 지어야 한다”며 공급 확대에 힘을 실었다. 서울 내 주택 공급이 부족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35층 룰’과 도시재생 중심의 정책을 펴면서 정비사업이 극도로 위축됐다. 또 2022년 불거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주택 인허가와 착공이 급감하면서 현재의 공급 가뭄으로 이어졌다. 주택 수요는 줄지 않았는데 공급이 위축되니 시장 불안이 나타나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공급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전북의 닥공은 상황을 따져 묻지 않았다. 최 감독은 선제골을 넣을 때나 선제골을 허용할 때나 똑같이 공격을 강화하는 일관된 전술적 흐름을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물론 허리가 약해진다거나 수비 부담이 커진다는 문제점은 분명히 있었다. 또 수비 불안에 이겨야 할 경기를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뚝심으로 공격 축구를 지켜냈고 K리그 우승이라는 과업을 일궈냈다.

주택 공급 역시 말로만 ‘닥공’을 외칠 때가 아니다.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대명제를 부인하는 이는 없다. 정부가 과연 전술적으로 닥공을 할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 문제다. 서울과 같이 유휴 부지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은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이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도심 고밀 개발 등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드러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지난해 서울 전역을 주택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재건축 단지의 이주비 대출이 1주택자 기준 담보인정비율(LTV) 40%로 제한됐다. 다주택자의 경우 LTV가 0%다. 재건축으로 주택이 멸실하더라도 이주비 대출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재건축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진보와 보수 시장을 오가며 서울시가 ‘전가의 보도’처럼 지켜온 ‘소셜 믹스’ 정책은 어떠한가. 서울 ‘한강 벨트’의 아파트는 한강 뷰에 따라 시세가 수억 원씩 차이가 난다. 최근 동작구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113㎡가 48억여 원에 거래된 것도 이 때문이다. 동일 주택형의 종전 최고가보다 13억 원 이상 높은 가격이었다. 이는 이 매물의 한강 조망권이 압도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서울 주요 지역의 구축 단지는 가격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용적률을 상향하는 정비사업을 하려면 임대주택을 조성해야 한다. 올해 정비사업지로 가장 주목받는 압구정 1~6구역 역시 마찬가지다. 현행 규정상 임대주택과 조합원 물량은 차별 없이 추첨을 통해 결정된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인 한강 조망을 임대주택에 내줘야 하는 억울한 경우도 생기게 된다. 이 때문에 각종 꼼수가 난무하고 정비사업이 삐걱대기까지 한다. 압구정 현대에까지 임대주택을 넣는 것이 과연 최선의 방안일까. 조합원으로부터 공공기여를 현금으로 받아 기금화한 뒤 서울 내 다른 입지에 쾌적한 분양 또는 임대주택을 짓는 데 사용하면 공급을 쉽게 더 늘릴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재건축에 비해 과다한 재개발 사업의 임대주택 비율 등 ‘손톱 밑 가시’ 규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닥공’만 외쳐봐야 허공 속 메아리일 뿐이다. 전북처럼 수비 부담을 지더라도 공격 지향적으로 나서야 변화가 생긴다. 일부 규제가 순기능이 있다 하더라도 공격적인 공급을 하려면 당분간 내려놓는 게 바람직하다. 닥공의 성공은 오롯이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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