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예비군 사망사건 원인 ‘급성 췌장염’”…대규모 예비군 훈련 의무지원 한계 드러나

육군이 ‘73사단 예비군 사망사건’을 조사한 결과 입소 전부터 치료받았던 췌장염이 사망 원인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육군은 일반 동원 훈련보다 큰 규모로 진행하는 예비군 훈련에서 의무지원 체계가 부족한 한계점을 확인하고 앞으로 모든 예비군 훈련장에 의무후송팀을 상주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최장식 육군참모차장은 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예비군 A씨 사망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 차장은 “유가족 입회하에 부검을 실시한 결과 고인이 훈련 입소 전부터 치료를 받고 있던 췌장염이 사망 원인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육군은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법의학과 교수 두 명의 소견을 종합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A씨는 군단급 통합훈련 ‘쌍룡훈련’의 2일 차인 지난 5월13일 오후 7시쯤 저녁 식사 후 야간 훈련장소로 이동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씨가 쓰러진 뒤 주변 간부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사고 발생 20분 뒤 119구급차량으로 민간병원으로 후송했으나 끝내 사망했다.
A씨는 입소 전인 지난 3월부터 췌장염 증세가 있어 총 4회에 걸쳐 통원 치료를 받았다. A씨 아버지는 이번 예비군 훈련에는 의사 소견을 들어 열외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전했지만 A씨는 훈련에 참가했다고 한다. A씨는 입소 전에 작성하는 건강문진표 항목에도 췌장염을 별도로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일반 동원 훈련보다 큰 규모로 진행하는 예비군 훈련에서 현장의 의무 지원 체계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시 군 의무지원팀은 현장에서 약 5.8㎞ 떨어진 곳에 배치돼 있었다. 대규모 동원훈련에서 2개 대대를 동시에 지원하기 위해 중간 지점에 의무지원팀을 배치한 것이지만, 응급 상황 발생 시 즉각 출동하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육군은 A씨가 쓰러진 직후 현장에서 필요한 응급조치는 모두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의무 지원 체계와 A씨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크지 않다고 밝혔다. 구급차가 현장에 더 일찍 도착했더라도 당시 A씨의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된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육군 관계자는 “부검 결과를 보면 이미 괴사 병변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며 “5~10분가량의 차이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도 부검 결과를 확인한 뒤 ‘구급차가 조금 더 일찍 왔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육군은 예비군 훈련의 의무 지원 체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야외훈련을 진행할 때는 사단과 인접 부대의 가용 의무인력뿐만 아니라 민간 의료인력까지 통합 운용해 1개 대대 훈련장마다 의료지원팀을 배치할 계획이다.
예비군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건강 문진표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문진표는 만성질환과 전염성 질환 여부를 묻는 수준에 그쳤는데, 과거 병력과 세부 증상, 최근 건강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문진 항목을 보완할 계획이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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