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리박스쿨' 교재, 공공도서관 어린이자료실엔 그대로 방치

윤채현 기자 2026. 7. 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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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구립도서관 8곳에 비치…미성년 대출 이력도 확인, 일부 도서관 "조치 예정"
[비즈한국] 극우 성향 역사교육단체 ‘리박스쿨’ 교재로 활용된 책이 서울시 일부 공공도서관에 여전히 비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청이 ​역사왜곡을 이유로 회수 조치를 취한 것과 달리 구립도서관 어린이자료실이나 아동 코너에는 그대로 방치된 것. 이 책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여순사건을 반란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됐다.
서초1동 작은도서관 아동 코너(왼쪽)와 관악중앙도서관 어린이자료실(오른쪽)에 비치된 ‘엄마가 들려주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이야기’. 이 책은 극우 성향 역사교육단 ‘리박스쿨’에서 교재로 썼다. 사진=윤채현 기자

지난 1일 서울 관악구 관악중앙도서관. 어린이자료실 역사 관련 도서가 모인 책장에 ‘엄마가 들려주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이야기’가 비치돼 있었다. 도서관 관계자에 따르면 이 도서는 최근 신간으로 입고됐다.

서초구 서초1동 작은도서관 아동 코너에서도 같은 책이 발견됐다. 도서관 자료 검색에서도 정상적으로 조회됐다. 서초구립도서관 대출 이력을 보면 이 책은 10대 이하와 10대 이용자가 실제로 대출한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산하 도봉도서관에서는 회원 로그인 후 대출예약을 신청하자 ‘정상적으로 예약됐다’는 문구가 떴고 예약 현황에서도 상태가 예약중으로 변경됐다. 도서관 사이트에는 ‘그림과 사진으로 쉽게 알아보는 근현대사, 엄마가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독립부터 건국까지 국민의 자유를 위해 일생을 바친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이야기를 만나보자’고 책이 소개돼 있었다. 

다만 취재가 시작되자 도서관은 이 책을 도서 검색창에서 삭제했다. 도봉도서관 측은 “문제가 있는 책이라 교육청 본청에서 불용 처리를 하라고 한 상태”라며 “올해 제적 예정이고 원래 검색되지 않도록 막아뒀는데 오류로 잠시 노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도봉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문제의 도서가 대출 예약됐다. 사진=윤채현 기자

이날 기준 서울 시내 구립도서관 가운데 이 도서를 대출할 수 있는 곳은 도봉구·관악구·동작구·금천구·강남구·서초구 등 6개 자치구에 위치한 도서관 총 8곳으로 파악됐다. 은평구 내 도서관은 대출 불가 상태였고, 나머지 구립 도서관에서는 도서 검색 결과 소장하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동작구 동작샘터도서관과 강남구 개포하늘꿈도서관에서는 책이 대출 중이었고, 각각 2명이 예약을 걸어둔 상태였다. 금천구 산돌어린이작은도서관은 상호대차 중으로 표시됐다.

‘엄마가 들려주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이야기’는 리박스쿨 늘봄강사 교재로 활용된 책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으로 강조하며 그의 공적을 중심으로 서술했는데, 그의 독재와 장기집권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않거나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순사건을 반란으로 규정하는 등 이미 역사적 평가와 법적 정리가 끝난 사건을 편향적으로 서술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리박스쿨 강좌 교재로 활용됐던 해당 책을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에서 검색·대출 제한 조치했다. 대학 도서관을 포함해 전국 600여 개 학술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소장자료 문헌 복사·도서대출 지원 제도에서도 두 책의 상호대차가 제한됐다. 광주시교육청과 전남도교육청 역시 지난해 학교와 공공도서관이 소장하던 이 책의 폐기 절차를 밟았다. 제주도교육청도 학교도서관과 교육청 산하 공공도서관에 책이 비치된 사실이 확인되자 교육감이 공식 사과하고 책을 회수했다.

5·18 비하 응원 논란에 휩싸인 배재고는 한때 ‘엄마가 들려주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이야기’를 41권 보유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았다. 이 도서를 보유한 서울 초중고 94개교 가운데 수량이 가장 많았다.
‘엄마가 들려주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이야기’에는 여순사건 피해자를 ‘반란 세력’으로 규정하고, 진압 과정을 ‘암환자 치료’에 빗댄 표현이 담겨 있다. 과잉진압 역시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윤채현 기자

공공도서관의 희망도서 신청 제도는 이용자가 원하는 책을 신청하면 도서관이 내부 기준에 따라 구입 여부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만 현장에서는 신청 단계에서 논란 소지가 있는 도서를 모두 걸러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통상 3년 이내 출간된 도서이고 개인적 목적의 만들기·쓰기 책이나 문제집처럼 명확한 제외 사유가 없다면 구입을 거절할 근거도 제한적이다.

논란 여부가 구입 이후 확인되는 경우에는 제적이나 대출 제한 등 후속 조치가 검토된다. 사전에 문제가 확인됐다면 구입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지만, 명확한 기준 없이 신청 도서를 거절하면 이용자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어 현장 판단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관악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성추행 사건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작가의 책도 이후 기사 등을 통해 확인되면 제적 조치를 하고 있다”며 “놓치거나 제한 조치를 걸어둔 도서가 시스템상 다시 풀리는 경우도 있어 이런 도서도 다시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초1동 작은도서관은 취재 이후 책을 비치 도서에서 빼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윤채현 기자(coguszz@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