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대부업자' 유명무실…"은행 차입, 서민금융 실적 인정 필요"
대부업권 "평판 부담 낮춰 저신용자 자금 공급 늘려야"

금융당국이 저신용자 '금융절벽'을 막기 위해 도입한 우수대부업자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수 대부업체가 은행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민 대출금리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였지만 실제 은행권 자금 공급은 제한적 수준이라는 것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체 대부업체 가운데 저신용자 대출 공급 실적과 법규 준수 여부 등을 기준으로 우수대부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현재 23곳이 우수대부업체로 선정됐다.
우수대부업체 제도는 금융당국이 지난 2021년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추면서 서민금융 위축을 막기 위해 도입했다. 이렇게 선정된 업체는 은행 차입을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 도입 이후에도 은행권 차입은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우수대부업체로 지정된 23곳의 은행 차입 잔액은 2000억원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전체 대부업 대출 규모가 13조1402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은행 차입 잔액은 약 1.5% 수준이다. 우수대부업체의 신용대출 잔액만 놓고 봐도 은행 차입금 비중은 10% 안팎으로 미미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부업권은 은행 차입 문턱을 낮춰야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공급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달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자체 자금만으로 대출을 공급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법정 최고금리 규제로 비용 상승분을 대출금리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저리로 조달한 자금이 우수대부업자 전체 신용대출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면 저신용자에게 자금을 공급할 여력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대부업체와의 거래에 소극적인 점이 제도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부업체에 자금을 공급해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업체의 건전성 악화 가능성도 부담이다. 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은 업권 특성상 자금을 공급하더라도 사후 관리와 리스크 부담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업권에서는 은행이 우수대부업자에 공급하는 자금을 서민금융 지원 실적에 포함시키는 것만으로도 대출에 나설 유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은행이 우수대부업자에 공급하는 자금은 기업대출로 실적으로 분류돼 대부업체에 자금을 공급할 유인이 크지 않다. 반면, 서민금융 지원 실적으로 인정되면 저신용자 금융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대출 확대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은행 차입 창구를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자금 공급으로 이어지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평판 부담과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대부업체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기는 쉽지 않다"며 "제도 취지를 살리려면 은행이 참여할 수 있는 유인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소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