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4만 명' 베네수엘라, 골든타임 끝나자 '국가 애도' 선포
"맨손 구조" 연료 부족해 장비 가동 못해
골든타임 끝나 수색에서 현장 수습 전환

베네수엘라가 연쇄 강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째인 1일(현지시간)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여전히 4만여 명이 실종상태고 이 중 상당수가 건물에 매몰된 것으로 여겨지지만, 구조 골든타임(72시간)을 넘기면서 사실상 이들의 생환이 더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부터 7일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파괴적인 지진으로 발생한 인명 피해로 베네수엘라 국민의 마음이 찢어지고 있다"며 선포 의의를 설명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이날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295명, 부상자는 1만1,267명이라고 밝혔다.
지진 피해 실종자를 파악하는 베네수엘라 민간 웹사이트에서는 이날까지 연락이 닿지 않은 실종자 수가 약 4만 명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훨씬 더 많은 베네수엘라 국민이 여전히 실종 상태"라며 "생존자를 찾을 가능성은 날이 갈수록 줄고 있어 실제 희생자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짚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피해 규모는 정부가 발표한 수치로는 환산할 수 없는 수준이다. 미국 CNN방송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도시 라과이라주 일대 잔해에 생존자 수색 포기를 의미하는 'D(Deceased·사망)' 표시가 곳곳에 붙어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 구조팀 책임자 하비에르 로데스는 CNN에 "생존자를 찾을 기대가 없는 곳에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는 참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AFP는 "모든 이가 이 표시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절망에 빠진 가족과 친구들은 잔해 아래 갇힌 사랑하는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골든타임 지나" 수색에서 수습으로

참혹한 현장을 관리할 국가적 대응 시스템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CNN에 따르면 라과이라, 카라카스 등 핵심 피해 지역에 배치된 굴착기와 중장비들이 연료를 구하지 못해 멈춰 섰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남미의 주요 산유국이지만, 정작 장비를 가동할 연료가 없어 구조대와 시민들이 곡괭이와 삽, 심지어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희생자의 시신을 수습하는 법의학 시스템의 마비도 심각하다. NYT는 시신이 급증하면서 당국이 항구를 임시 영안실로 바꾸고, 희생자를 냉장 컨테이너로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간 부족으로 시신들이 방치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며, 유가족들은 가족의 시신을 확인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카라카스의 한 국립 영안실에 근무하는 법의학 의사는 NYT에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한 희생자들은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해 지문 복원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며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할 경우 집단 매장도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말했다.
'질병위기·식량난·치안불안' 3중고

식량 부족과 의료서비스 공백이 겹치면서 피해 지역의 인도주의 위기도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주요 보건의료 시설 중 최소 3곳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등 의료시설과 의료진 부족으로 진료에 심각한 공백이 빚어지고 있다. WHO는 이재민들이 임시 대피소에 밀집 상태로 지내는 만큼 피해 지역에 대규모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다고 전날 경고했다.
이재민들의 식량난도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세계식량계획(WFP)의 스테파니 호흐슈테터 베네수엘라 책임자는 전날 "피해가 집중된 북부 라과이라에서는 식량 공급이 끊겨 대부분의 가구가 먹을 것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상태"라며 "식량, 물, 쉼터에 대한 접근이 가장 시급한 우선순위"라고 호소했다. WFP는 향후 3개월간 50만 명에게 긴급 식량을 지원하기 위해 5,000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국제 사회에 요청한 상태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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