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49조원 판 외국인, 일본서 95조원 사상 최대 '쇼핑'...왜?
올해 상반기 일본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10조엔(약 95조원)을 돌파하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한국이 일부 종목 쏠림 우려 속에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겪는 사이 일본은 두터운 인공지능(AI) 산업 공급망과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앞세워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단 평가다.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를 찾는 가장 큰 이유로는 AI와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투자할 수 있는 폭넓은 산업 기반이 꼽힌다. UBS증권의 나카토미 료스케 주식영업부장은 "기관투자자 자금이 헤지펀드 등을 통해 일본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며 "매주 새로운 운용사들이 AI와 데이터센터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 대상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엔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용 광섬유업체 후지쿠라, 반도체 절연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아지노모토 등이 포함된다. 또 2026년 3월 결산 기업을 분석한 결과 전선·네트워크 장비 업체 후루카와전기공업과 첨단 소재 업체 미쓰이금속,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홀딩스 등의 외국인 지분율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BofA증권의 아쿠쓰 마사쓰구 일본 수석 전략가는 "일본은 AI 하드웨어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며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층도 매우 두텁다"며 "해외 투자자들이 다양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나 대만의 경우 AI 투자 수혜가 소수 반도체 기업에 집중된 반면 일본은 산업 기반이 다양한 데다 기업 지배구조 개혁이 이어지면서 안정적인 대안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헤지펀드 GAO캐피털의 차우웨이 야크 CEO는 "일본은 시장 규모가 훨씬 크고 산업도 다양하지만 한국 증시는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의존한 시장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대만 역시 가권지수에서 TSMC 비중이 40%를 웃돈다.
바클레이스의 아제이 라자드약샤 글로벌 리서치 총괄은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 대만은 파운드리에 투자하는 시장이라면 일본은 경제 전반에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인 데다 AI라는 추가 성장 동력까지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쓰이스미토모DS자산운용의 알렉산더 투자상품 전문가는 "유럽 투자자들이 다카이치 정권의 지지율과 경제에 미칠 영향을 여러 차례 질문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성장 전략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다만 기대가 꺾일 경우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이탈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아베노믹스 당시에도 외국인은 누적 20조엔 규모의 일본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성장 전략이 둔화되자 매도로 돌아서며 시장을 압박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GMO의 릭 프리드먼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도쿄증권거래소와 일본 기업들이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중단한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이탈할 위험이 있다"며 "지속적인 경영 개혁이 일본 증시 상승세를 이어갈 핵심 조건"이라고 말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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