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민족 자치’ 42년 만에 뒤집었다… 소수민족 ‘중화민족 동화’ 법제화
학교·가정·사원·인터넷까지 강제
국경 밖 체제 비판자에도 ‘법적 책임’
中 “빈곤·분리주의 잡는 통합법”
중국이 1일(현지시각)부터 ‘민족단결진보촉진법(민족법)’을 시행하면서 소수민족 통치 원칙을 42년 만에 ‘민족 자치’에서 ‘국가 주도 동화’로 바꿨다. 위구르족·티베트족·몽골족 등 55개 소수민족이 각자의 말과 종교, 역사 인식을 지키며 살도록 제한적으로나마 인정하던 1984년 민족구역자치법 체제 대신, 소수민족의 언어와 교육, 신앙을 하나의 ‘중화민족’ 정체성에 맞추도록 국가가 강제하는 체제로 옮겨 갔다.
새 법에 따라 소수민족 학교는 표준 중국어를 기본 수업 언어로 써야 하고, 부모는 자녀에게 중국공산당과 중화민족을 사랑하도록 가르칠 의무를 진다. 티베트 불교 사원과 이슬람 사원은 ‘종교의 중국화’를 추진해야 하고, 인터넷 플랫폼은 민족단결을 해친다고 판단한 게시물을 삭제해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중국 국경 밖에서 활동하는 개인과 단체에도 법적 책임을 묻는 조항이 담기면서 대만과 유럽, 일본이 일제히 반발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자국에 한(漢)족과 55개 소수민족을 합쳐 총 56개 민족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1984년 제정된 민족구역자치법은 소수민족 밀집 지역에 자치구·자치주·자치현을 두고, 소수민족 학교가 해당 민족 언어로 만든 교재로 수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신장위구르·티베트(시짱)·내몽골 자치구가 모두 이 틀에서 운영됐다.
하지만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과해 1일부터 적용하는 새 민족법은 이 순서를 뒤집었다. 개별 민족의 차이보다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모든 민족 정책의 상위 원칙으로 규정했다. 법 제8조에 민족구역자치제도를 유지·개선한다는 문구를 남겼고 소수민족 언어를 배우고 쓸 권리도 존중한다고 적었지만, 교육과 행정, 공공 표기에서는 표준 중국어와 국가가 정한 역사·문화가 우선하는 구조라고 영국 BBC는 평가했다.
법은 표준 중국어를 학교의 기본 수업 언어로 정하고, 모든 교육과정에 국가 통일 교재와 중화민족 공동체 교육을 반영하도록 했다. 적용 대상은 학교에 그치지 않는다. 부모와 보호자는 자녀가 ‘민족단결에 불리한 관념’을 갖지 않도록 교육할 의무를 지고, 이를 어긴 부모를 처벌할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종교단체와 사원, 종교학교는 공산당 지도와 사회주의 체제를 종교 운영의 상위 원칙으로 두는 ‘종교의 중국화’를 추진해야 한다. 인터넷 플랫폼은 민족단결을 해치는 정보를 발견하면 즉시 삭제하고 기록을 남겨 당국에 신고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처벌받는다.
2020년 내몽골에서는 몽골어 수업을 줄이고 표준 중국어 교육을 늘리는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지만 당국이 빠르게 진압했다. 미국 표현 자유 단체 펜(PEN)아메리카는 올해 초 보고서에서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몽골어로 작성한 콘텐츠가 조직적으로 삭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이 법이 소수민족 탄압이 아니라 발전과 안보를 함께 묶은 통합법이라고 주장한다. 관영 신화통신은 내몽골·광시·시짱·닝샤·신장 등 5개 자치구 국내총생산(GDP)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5.6% 늘어 전국 평균을 웃돌았고, 빈곤 퇴치 운동 기간 소수민족 자치지역 420개 빈곤현이 모두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전했다. 새 민족법에는 민족을 이유로 한 취업·서비스 차별 금지와 낙후 지역 개발 지원 조항도 담겼다. 천루이펑 중국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은 “관계 부처와 함께 민족단결진보 촉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역외 처벌 적용을 신설한 제63조 등 논란을 빚을 만한 조항이 여전해 앞으로도 실제 집행에 관한 마찰이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민족법 제 63조는 ‘중국 밖 조직과 개인이 민족단결을 파괴하거나 민족분열을 조성하면 법에 따라 책임을 묻는다’고 했다. 이 법에 따르면 중국 공안이 외국 영토에서 직접 체포에 나설 수는 없지만, 중국 입국 시 구금하거나 비자·자산·사업을 제재하고 중국에 남은 가족을 압박할 수 있다. 이 방식을 악용할 경우 합법적으로 해외 활동가와 언론인, 학자들 입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BBC는 “영국 대학에 유학 중이던 중국인 장야디(23)씨가 소셜미디어에 달라이 라마 90세 생일 축하 글을 올린 뒤 중국 방문과 함께 구금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 후웨이례 중국 사법부 부부장은 외신이 이 조항을 ‘장거리 관할권(long-arm jurisdiction)’으로 왜곡한다면서 “국가 통일과 영토 보전, 사회 안정 수호는 모든 나라의 주권에 속하며 국제법이 확립한 기본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새 법에는 대만인이 중화민족에 대한 소속감과 정체성을 높이도록 강제한다는 조항도 들어갔다. 대만 국가안보 당국은 1일 법 시행일에 맞춰 “해외 거주 위구르·티베트·몽골계 인사와 반체제 인사 등 8개 집단이 이 법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발전과 안보를 위한 통합법이라는 중국 정부 설명에도 국제사회 반응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 유럽의회는 지난 4월 30일 찬성 439표, 반대 52표, 기권 71표로 새 민족법 폐지를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하고, 회원국에 중국과 맺은 범죄인 인도조약의 중단 검토를 촉구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이 법이 언어·교육·종교·표현·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심화할 위험이 있다며 폐지를 요구했다. 일본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측근이 “민주주의 국가라면 용인할 수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고 닛케이아시아가 전했다.
사라 브룩스 국제앰네스티 부지역국장은 “이 법이 말하는 ‘단결’은 서로 다른 공동체 사이의 조화가 아니라 중국공산당에 대한 정치적·이념적 순응”이라며 “다양성과 평등을 보호하는 대신 획일적 순응을 요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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