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시절 헝가리 언론 ‘정권 나팔수’ 만든 주역 쫓겨나

김태훈 2026. 7. 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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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저르 새 총리 “독립적 공영 미디어 건설”
정권 교체 후 도처에서 ‘적폐 청산’ 칼바람

오르반 빅토르 정권 시절 헝가리 언론 통제의 총책임자였던 콜타이 안드라스(47) 언론위원장 겸 국가언론정보통신청(NMHH) 청장이 전격 해임됐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오르반의 피데스당을 누르고 정권 교체에 성공한 머저르 페테르 신임 총리가 주도하는 이른바 ‘적폐 청산’의 일환이다. 오르반 집권기 헝가리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아 민주 국가로 볼 수 없다”는 비판을 들었다.

콜타이 안드라스 전 헝가리 언론위원장 겸 NMHH 청장. 2021년 당시 오르반 빅토르 총리에 의해 임명된 그는 헝가리 언론을 ‘정권 나팔수’로 만들었다는 비판에 시달리다가 결국 해임됐다. SNS 캡처
머저르 신임 총리는 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콜타이 청장 겸 위원장이 오늘 직무에서 쫓겨났다”고 밝혔다. 그와 관련해 머저르는 “독립적인 공영 미디어를 향한 길”이란 명분을 제시했다고 헝가리 현지 매체가 전했다. 이는 헝가리 의회 원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새 집권당 티서당이 최근 공영 미디어 개편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다.

오르반은 2010년 피데스당의 총선 압승으로 총리에 오른 뒤 미디어법을 뜯어고쳤다. 신문·방송·통신에 대한 감시를 담당하는 NMHH를 신설하고, 위원장 포함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언론위원회로 하여금 NMHH를 감독하도록 했다. 한국으로 치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및 그 사무처에 해당하는 셈이다.

법학자이자 언론학자로서 주로 ‘표현의 자유’에 관해 연구해 온 콜타이는 2010년 오르반에 의해 9년 임기의 언론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 이어 2021년에는 역시 오르반의 적극적인 후원에 힘입어 언론위원장 겸 NMHH 청장으로 발탁됐다. 옛 법률대로라면 2030년에야 임기가 만료되나, 정권 교체와 그에 따른 미디어법 재정비에 따라 조기에 해임을 당한 것이다.

머저르 페테르 신임 헝가리 총리가 지난 6월26일 기자회견 도중 발언하고 있다. 페테르는 올해 5월 취임 후 전임 오르반 빅토르 정권 16년(2010∼2026) 동안의 적폐를 청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르반 정권 시절 헝가리의 언론 자유는 극도로 위축됐다. 피데스당 정부는 먼저 연간 집행하는 정부 광고 예산을 예전보다 대폭 늘린 뒤 친(親)정권 매체에만 집중적으로 광고를 배정해 언론사를 길들이는 수법을 썼다. 또 이른바 ‘불균형한 보도’를 일삼는 언론사에 대해 정부가 과태료를 물리는 제도를 도입했다. 당장 ‘무엇이 균형에 맞지 않는 보도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헝가리 정부는 이 모호하기 짝이 없는 기준을 악용해 언론사들을 압박했다.

결국 2016년 오르반 정권에 회의적이던 헝가리 최대 일간지 ‘넵사바드사그’가 스스로 문 닫았다. 2018년엔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간지 ‘머저르 넴제트’가 폐간했다. 겉으로는 ‘재정 악화’를 이유로 들었으나 실은 오르반 정권을 비판했다가 온갖 외압에 시달린 결과였다. 지난 4월 총선에서 피데스당이 참배한 직후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10년부터) 오르반이 집권한 16년 동안 헝가리 법치주의가 철저히 훼손됐다”며 “언론의 80%는 정부 대변인이 됐다”고 꼬집었다.

머저르 신임 총리는 선거 승리로 집권이 확정된 직후 대통령, 대법원장, 감사원장, 검찰총장과 더불어 NMHH 청장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며 “16년간 오르반 정권을 섬겨 온 괴뢰(꼭두각시)들이 물러나지 않으면 우리가 쫓아낼 것”이라고 호통을 쳤다. 그러면서 “오르반 정권은 이제 끝났고, 다시는 누구도 국가를 장악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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