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꿀벌 번식력 '뚝'...농작물 생산량 급감 '우려'

폭염이 꿀벌의 번식능력을 크게 떨어뜨려 이듬해 개체수 감소로 농작물 생산량이 크게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헐대학교 제임스 길버트 교수 연구팀은 3일간의 폭염 조건을 실험실에서 재현해 붉은석공벌(Red Mason Bee)의 생식능력 변화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팀은 붉은석공벌이 번데기 전 단계로 발달하는 시기에 3일간 40℃ 미만의 고온 환경에 노출시켰다. 이는 2022년 7월 영국에서 관측된 폭염 조건을 반영한 것이다. 이후 벌들이 고치를 만들고 겨울잠을 거쳐 성체가 된 뒤, 수컷의 정자와 암컷의 난모세포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폭염을 겪은 수컷 벌은 정자 수가 33% 줄었다. 정자의 운동성은 53% 낮아졌고, 정자 길이도 17% 짧아졌다. 암컷 벌은 난모세포 생산량이 15% 감소했고, 말단 난모세포의 부피도 17% 줄었다. 생존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번식 능력에는 뚜렷한 손상이 나타난 것이다. 연구팀은 어린 시기 겪은 짧은 폭염이 성체가 된 뒤까지 생식 기능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붉은석공벌은 혼자 단독 생활하는 종으로, 집단생활을 하며 둥지 온도를 조절하는 일반 꿀벌과 달리 폭염에 스스로 대응해야 해 폭염에 더 취약하다. 단독 생활하는 벌은 둥지 온도를 조절할 능력이 제한적이고, 고온을 피할 완충 장치도 부족하다. 영국에 서식하는 벌은 약 270종 가운데 90% 이상이 단독성 벌로 분류된다.
벌의 감소는 농업 생산으로 직결된다. 특히 단독생활 벌은 사과, 유채 등 주요 식량작물의 수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번식력이 떨어지면 이듬해 개체 수가 줄고, 이는 작물 수분 효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폭염이 발달 중인 단독성 벌의 생식 형질에 장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러한 변화가 평생의 번식력 감소로 이어진다면 개체군 동태와 수분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런 극한기상이 곤충의 생리와 발달, 번식에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며, 수분 곤충의 취약성을 정확히 예측해야 농업 생산과 생물다양성 보전 전략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열생물학저널(Journal of Thermal Bi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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