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사장 셀프조사' 막는다…노동부, 매뉴얼 개정

앞으로 회사 대표 등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신고된 경우, 사용자가 스스로 사건을 조사하는 이른바 '셀프조사'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고용노동부는 2일 사용자가 괴롭힘 행위자로 신고된 사건에서 해당 사용자를 조사 과정에서 배제하도록 하고, 실제 판단사례를 대폭 보강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조사의 공정성을 높이고, 현장에서 노사가 보다 쉽고 일관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는 2019년 7월 시행 이후 일터의 상호 존중 문화를 넓히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신고가 늘면서 제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노동관서에 접수된 사건은 2021년 7774건에서 지난해 1만 6373건으로 4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조사 절차의 공정성이다. 노동부는 사용자가 괴롭힘 행위자로 신고된 경우 조사 과정에서 배제하도록 권고해 '셀프조사'를 원칙적으로 막기로 했다. 조사위원회의 특정 위원에 대한 기피·회피 절차도 명확히 하고, 사업장의 자체조사 결과와 판단 근거를 신고인에게 충분히 설명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지난 4월 장관 지시로, 사용자가 가해자로 신고된 소규모 사업장 사건에 대해 노동감독관이 선제적으로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선한 데 이어 조사 공정성을 한 단계 더 제도화한 조치다.
노동부는 2023년 매뉴얼 개정 이후 축적된 사례를 조사 단계별·판단요건별·행동유형별로 추가했다. 특히 괴롭힘으로 인정된 사례와 인정되지 않은 사례를 함께 제시해 판단 기준을 명확히 했다.
인정 사례로는 △특정인에게만 팀장 회의 등 회의 참석을 알리지 않아 따돌린 경우 △공개된 장소에서 특정인을 비하·모욕한 경우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인에게만 구형 컴퓨터를 지급한 경우 △회식에 불참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린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참석을 강권한 경우 등이 제시됐다.
반면 △출근거리가 30분 늘고 기존 동료와 단절되더라도 통상적인 전보에 해당하는 경우 △다른 시간대보다 업무가 1회 더 많은 정도로는 객관적으로 과중하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 △메신저로 단순히 출근을 확인한 행위 △인사평정에서 최하위로 평가된 사실 자체 등은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는 사례로 담겼다.
노동부는 개정 매뉴얼과 함께 노사 안내자료, 개정 표준취업규칙도 공개해 예방부터 조사·조치까지 전 과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한국고용노동교육원과 함께 운영하는 무료 예방교육을 50인 미만 사업장 중심으로 확대하고, 지방노동관서의 괴롭힘 판단전문위원회 운영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은 사용자가 가해자인 사건까지 사업장 자체조사에 맡겨온 관행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노동부는 원래 괴롭힘 행위자가 사업주·경영담당자이거나 사용자의 배우자·4촌 이내 혈족·인척인 경우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하도록 했으나, 2022년 이를 '근로감독관 직접 조사와 자체조사 지도·지시 병행'으로 바꿨다. 노동인권단체 등은 이 지침 변경 이후 피해자 상담과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직장 내 괴롭힘은 누구도 혼자 감내해서는 안 되는 문제로, 누구나 존중받으며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함께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필요한 제도 개선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 효율화를 위한 AI 도입과 폭언·폭행 등 부당한 행위에 대한 조사 중지권 도입 등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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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동빈 기자 kimdb@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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