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준다고 진짜 짓는 줄 아냐” 비웃음 보란듯···이 대통령·삼전닉스 “동시 진행”

이삼섭 2026. 7. 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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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 광주 반도체 투자 ‘용인 후순위’ 예상 뒤엎고 동시 추진
“공수표 많았어…진짜란 걸 보여주겠다” 이 대통령 직접 못 박아
유례 없는 속도전…기업들도 'RE100' 칩 생산 조기 확보 이점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용인과 전남광주 반도체 투자를) 동시에 진행해서 정치인들이 하는 정책 보여주기가 아니고 진짜구나라는 걸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잊어버리고 말해도 소용 없는 상황…. 저는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광주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한 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00조원이 넘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약속함과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이 이른바 쐐기를 박았다. 이는 일각에서 호남을 향한 대규모 반도체 투자가 공수표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보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온라인을 중심으로는 “지어준다고 진짜 짓는 줄 아냐”는 비웃음까지 나도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한 방 날린 셈이다.

실제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전남광주 반도체 투자 발표를 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수도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이 끝난 뒤에야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도 폭증하는 반도체 칩을 감당치 못해 추가 클러스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남광주 반도체 클러스터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이 대통령이 광주 반도체 투자를 용인과 동시 진행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거론하며 “원래는 용인 다 끝내고 그다음 단계로 얘기하려 했던 것 같아서 ‘지금 수요가 폭증하니까 동시에 추진합시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회장님 그리고 최 회장님한테 이런 약속을 미리 받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을 향해 확인을 구하자, 전 부회장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이 대통령과 두 기업이 동시 진행된다고 밝힌 만큼 관심은 ‘속도’에 쏠린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이재명 정부 임기 안에 전남광주에 반도체 팹을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도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년 안에 기반 공사를 충분히 마무리한 뒤 기업들이 공장을 짓기 시작하면 임기 내에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강 비서실장은 1일에도 청와대 뉴미디어 유튜브에서 “인허가 문제나 용수 공급, 전력망 확충같은 게 대부분 지연 사유”라며 “전력망은 한전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고 인허가는 지자체에서 걸리는 시간이 제일 많은데, 여야 할 것 없이 국가 미래 먹거리를 준비한다는 각오로 함께 힘을 모아주시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향후 가동될 정부 부처와 광주시의 움직임은 유례없이 전방위적이고 신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광주 반도체 투자를 신속히 진행하는 게 기업들의 이익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칩이 폭증하고 있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주민수용성 문제로 추진이 더디게 진행 중이다. 이에 더해 오는 2030년부터 RE100이 사실상 강제화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로 만든 반도체 칩이 필요하다. 2030년부터 반도체 공급난이 해소되고 ‘수요자 우위’ 시장이 형성될 경우 RE100을 가격 협상 지렛대로 삼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전남광주에 대한 조속한 투자가 설명이 된다.

김성진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대기업들이 정부의 균형 발전 정책에만 등 떠밀려 움직이는 게 아니다”라며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재생에너지 증명을 요구받는 기업들 입장에선 안정적인 무탄소 에너지 믹스가 가능한 전남광주가 미래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쥘 핵심 전략 기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기 내 완공 목표와 관련, 이 이사장은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한 물리적인 여건은 이미 다 갖춰져 있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 내 착공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관건은 반도체 팹 건설을 위한 전력·용수 등 기반을 다질 때의 ‘주민 수용성’을 지목했다. 용인 클러스터 역시 주민 반발과 토지 보상 문제 등으로 수년간 지연됐던 선례가 있는 만큼 주민수용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대만큼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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