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성과급, 불장은 남 얘기..."회생법원 북적" 법인파산 역대 최고

양윤우 기자, 오석진 기자, 정진솔 기자, 이혜수 기자 2026. 7. 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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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주가 고공시대 어두운 그늘 '파산' ①
[편집자주]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올해 파산 신청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주식시장이 1만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고되다. 파산 급증의 현장을 둘러보고 늘어난 파산 신청을 감당하기 위한 사법부의 제도 개선 방향을 짚는다.

/사진=ChatGPT 생성 이미지

"보통 2월 중순 설이나 9월말 추석 명절 이후 돈을 구하지 못하면 고민하다가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데 올해는 지난 4월부터 개인회생·파산 상담 신청이 엄청 늘었습니다. 안 되는 케이스는 걸러내는데도 일이 많아요. 5명 중 1명은 20·30대입니다. 최근에는 2000년생의 회생 신청도 받았어요."(회생·파산 전문 법률사무소 직원 A씨)

평일 오후 서울회생법원 접수 창구 앞에는 서류 봉투를 든 민원인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개인회생 신청 절차를 묻는 상담이 이어졌다. 다른 쪽에서는 법인파산 접수 서류를 챙기는 대리인들이 오갔다. 갓난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엄마는 의자에 앉아 허리를 구부리고 신청서를 쓰고 있었다. 접수 창구 앞에 선 민원인들의 사정은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더 이상 혼자 버틸 수 없어 법원으로 왔다는 것이다.

서울회생법원에서 2년째 상담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 B씨는 "하루 평균 7~8명 정도 민원인이 상담하러 온다. 오늘은 5명 정도 왔다"며 "대부분 생계가 어려운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젊은층이 유독 많아졌다"며 "코인이나 주식 투자를 무리하게 하다가 돈을 잃거나 전세사기 등으로 큰돈을 잃은 뒤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상담 창구를 찾은 이들 중에는 채무자뿐 아니라 채권자도 있다. B씨는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채권자가 회생·파산 절차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묻기 위해 법원을 찾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회생·파산 상담이 늘어나는 법원 풍경은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연일 폭등하는 주식시장과 대조됐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 호황 등 일부 기업들은 억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파산의 길을 걷고 있었다. 무리하게 투자하다가 돈을 잃거나 사기를 당한 젊은 사람들도 회생법원을 찾았다. 지난해 법인 파산 신청은 2282건으로 관련 2007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개인 회생 신청도 14만9146건으로 2024년 12만 9499건 대비 1만9647건 급증하며 지난 10년 사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회생과 파산은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법원 절차 안에서 조정하거나 정리하는 제도다. 회생은 일정한 소득이나 영업 계속 가능성을 전제로 채무를 조정해 나눠 갚는 방식이다. 일단 채무를 멈춰 세우고 채무자가 채권자들의 개별 추심에서 벗어나 법원 절차 안에서 다시 변제계획을 짤 시간을 얻을 수 있다. 법원이 중지명령이나 금지명령·보전처분 등을 내리면 채권자의 독촉·강제집행·압류·변제 요구 등이 제한될 수 있다.

파산은 더 이상 채무를 갚을 가능성이 없을 때 재산을 정리해 채권자들에게 나눠주는 절차다. 개인파산의 경우 법원이 면책을 허가하면 일정 채무를 제외한 나머지 빚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회생이 살려보는 절차라면 파산은 정리하는 절차에 가깝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이혜수 기자 es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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