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뒤바뀐 삶…사망한 고아로 바꿔치기 돼 입양"

박현수 2026. 7. 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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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입양동포 진복순 씨, 서류 검토 중 확인
아동권리보장원 통해 친가족 정보 확보…"11월 재입국해 뿌리 찾고 싶어"
50여년간 '안숙희'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덴마크 입양동포 진복순 씨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1일 덴마크 입양동포 진복순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바로잡아주길 바라는 의미에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말했다. 2026. 7. 1. phyeonso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이건 제 이야기지만 전 세계 입양인들과 한국의 가족들을 위해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정부와 사회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바로잡아주길 바랍니다"

50여년간 '안숙희'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덴마크 입양동포 진복순(54·덴마크명 티나 비보르그)씨는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숙희는 입양 당시 이미 사망한 아동으로 자신의 진짜 이름이 '진복순'이라는 사실을 이번 모국 방문에서 아동권리보장원(NCRC)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1972년 2월 태어난 그는 이듬해 8월 1일 한국사회봉사회(KSS)를 통해 덴마크로 입양됐다. 이번 모국 방문은 1993년 첫 방문 이후 33년 만이다.

입양 후 유년시절의 진복순 씨 [본인 제공]

지난달 28일 사단법인 해외입양인연대(사무총장 루이스 린더버그) 초청으로 모국을 방문한 진 씨는 29일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입양 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신원이 뒤바뀐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

그뿐만 아니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서류에서는 그의 부모가 버젓이 살아 있는데도 '고아'로 둔갑한 사실도 확인됐다.

1973년 당시 한국사회봉사회에서 해외 입양 절차를 밟던 중 사망한 고아 안숙희로 신원이 바뀐 채 덴마크로 입양된 것이었다.

한 전문가는 "고아의 경우 입양 절차가 복잡하지 않아 행정 처리가 빨라진다"며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례는 KSS뿐 아니라 다른 입양기관에서도 확인된 바 있으며, 미국인 연구자 레베카 킴엘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진복순(왼쪽서 2번째) 씨와 양부모 [본인 제공]

진 씨는 "진실을 처음 접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마음이 아프고 어리벙벙했다"면서도 "화가 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50년 전 일어난 일이며 당시 사회 분위기가 지금과 달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원래 이름을 찾아준 NCRC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서류에는 친부모의 이름이 기재돼 있으나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진 씨조차 직접 열람할 수 없다. NCRC는 친부모를 비롯한 가족 주소가 파악되는 대로 연락을 취할 예정이다.

오빠 두 명과 언니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남아 있고, 친부가 경제적 어려움과 뇌졸중 등을 이유로 입양을 결정했다는 내용의 편지도 포함돼 있다.

진 씨는 지난달 30일 성남시 경찰서와 주민센터를 방문하고 전단을 배포하는 등 친부모 찾기에 나섰다. 오는 7일 출국하는 그는 11월 다시 모국을 찾아 서류를 면밀히 검토하고 새로운 뿌리 찾기 일정을 세울 계획이다.

덴마크의 양부모는 농사를 짓던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가정이었으며, 사랑으로 진 씨를 길렀다. 다만 입양 트라우마에 대한 인식이 부재해 정체성 혼란에 따른 정서적 보살핌을 온전히 채워주지는 못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루이스 해외입양인연대 사무총장과 진복순 씨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1일 덴마크 입양동포 진복순(오른쪽) 씨가 루이스 린더버그 해외입양인연대 사무총장에게 입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2026. 7. 1. phyeonsoo@yna.co.kr

양부는 11년 전 세상을 떠났고, 양모는 덴마크에서 이번 방문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작가인 남편은 든든한 지지자다.

진 씨는 덴마크 정부 산하 기관에서 대학생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으로 슬하에 19세 아들, 17세 딸, 15세 아들을 두고 있다.

1993년 첫 방문 당시 YWCA와 KSS를 찾아 서류를 열람했지만, 지금과 같은 체계적인 가족 찾기 지원 프로그램이 없어 가족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친부모를 만난다면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먼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덴마크에서 행복하게 잘 자랐다는 것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문화와 뿌리에 대한 갈증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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