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3조원대 시장’ 신경차단술 남발 우려···“횟수 제한보다 시술자 기준부터”

김정수 기자 2026. 7. 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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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급여 기준 횟수 중심
부적정 시술 안전성 쟁점
교육·훈련 체계 마련 요구
인증 현판으로 전문성 확인
1일 대한통증학회는 서울아산병원 통증클리닉에서 통증분과인증의 현판식을 열고 신경차단술의 인적 기준 필요성을 제기했다. 신진우 대한통증학회 회장은 "정부에서는 신경차단술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어떻게든 줄여보려 하지만 전체 숫자를 줄이면 꼭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가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신경차단술 급증을 단순 횟수 제한으로 막으면 꼭 필요한 환자의 치료 기회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통증학회는 과잉 시술을 줄이려면 '몇 번 했느냐'보다 '누가 어떤 교육과 훈련을 받고 했느냐'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경차단술은 통증 완화나 치료를 위해 신경 주변에 국소마취제나 스테로이드 등을 주입하는 침습 시술이다. 신경을 영구적으로 파괴하는 시술은 아니지만 신경 주변으로 바늘을 접근시키는 만큼 해부학적 이해와 시술 경험·합병증 대응 능력 등이 필요하다. 국내 법령에는 이를 시행할 수 있는 별도의 전문의 자격이나 교육 요건이 규정돼 있지 않다.

1일 대한통증학회는 서울아산병원 통증클리닉에서 통증분과인증의 현판식을 열고 신경차단술의 인적 기준 필요성을 제기했다. 신진우 대한통증학회 회장은 "정부에서는 신경차단술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어떻게든 줄여보려 하지만 전체 숫자를 줄이면 꼭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가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력 기준 부재가 과잉 시술 불러

신 회장은 단순 횟수 제한보다 시술자 기준을 먼저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교육을 많이 받아 시술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시술하는 것이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며 "수익성이 있는 시술로 인식되면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거치지 않은 의료기관까지 시행에 뛰어들 수 있다. 정부는 증가한 총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력 기준을 만들어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보상이 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보상을 줄이거나 안 해준다면 전체적인 숫자도 줄어들면서 꼭 필요한 환자에게 정확하게 치료가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신경차단술은 건강보험 산정기준을 통해 횟수와 실시기간이 관리된다. 상병에 따라 주 2~3회 인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최초 시술부터 15회까지는 소정점수의 100%를 산정한다. 15회를 초과하면 50%를 산정한다. 장기간 연속 시행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준에 따라 실시기간은 치료기간당 최대 2개월까지 인정하되 대상포진후통증·신경병증성통증 등 일부 질환은 예외로 둔다.

문제는 현행 관리가 주로 시행 횟수와 기간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추가 제한 논의가 이 방향으로만 흐르면 과잉 시술을 줄이는 효과는 있더라도 필요한 환자의 치료 접근성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게 학회 주장이다.
1일 통증분과인증의 현판식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통증학회 신진우 회장(오른쪽)과 이준호 기획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횟수 증가의 배경에는 부적절한 시술도 섞여 있다고 봤다. 이준호 대한통증학회 기획이사는 "학문적으로는 진찰과 검사를 통해 통증 원인을 확인한 뒤 필요한 부위에 시술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원인을 특정하지 않은 채 여러 부위에 포괄적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있다"며 "예를 들어 오른쪽 허리 5번 신경이 문제인데 양쪽 4·5·6번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심사 과정에서도 신경차단술의 적정성 문제가 확인된다고 했다. 신 회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 과정에서 목표 신경 주변에 정확히 접근하지 못한 채 시술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사례들이 있다"며 "신경 주변에 바늘을 접근시키는 시술인 만큼 숙련도가 부족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부작용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한 교육과 훈련 없이 반복적으로 시행되는 구조가 지속되면 환자 안전과 건강보험 재정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료비 5년 새 2배···시행 주체 확대 쟁점

문호식 대한통증학회 홍보이사는 '신경차단술, 왜 인적 기준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현행 법령 하에서는 과를 불문하고 의사라면 신경차단술에 접근할 수 있다"며 "처음 접근하기는 쉽지만 제대로 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 이사는 신경차단술 관련 부작용으로 방사선 피폭·감염·농양·신경 손상·스테로이드 부작용 등을 들며 "시행 주체가 지나치게 넓고 진료비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인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데 학계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경차단술 진료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신경차단술을 받은 수진자는 965만명이다. 시행 건수는 6504만건이며 진료비는 3조296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진료비 1조6267억원과 비교하면 5년간 2.0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 총 진료비 증가율 1.34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학회는 신경차단술 시행 주체가 넓어지는 흐름을 문제로 봤다. 문 이사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레지던트 4년과 펠로십 등을 거치며 통증 분야 수련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형외과·신경외과·재활의학과 등은 근골격계 통증을 주로 다루는 과이며, 이들 외 다른 진료과나 전문의 수련을 거치지 않은 일반의도 개원 뒤 신경차단술을 시행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문 이사는 "최근에는 정형외과뿐 아니라 일반 과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굉장히 많아졌다"며 "이비인후과·산부인과 등에서도 신경차단술을 시행하기 시작한 점을 정부도 문제의식을 갖고 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호식 대한통증학회 홍보이사는 '신경차단술, 왜 인적 기준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현행 법령 하에서는 과를 불문하고 의사라면 신경차단술에 접근할 수 있다"며 "처음 접근하기는 쉽지만 제대로 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정수 기자

통증분과인증의 현판으로 환자 알 권리 보장

학회가 제시하는 대안은 통증 시술을 위한 교육·훈련 기준이다. 문 이사는 "미국·영국·호주·일본은 관련 의사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인정해 주지 않는 현실"이라며 "누구나 하기보다는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인적 기준이 통증분과인증의만을 시술 기준으로 삼자는 뜻은 아니다. 신 회장은 "통증분과인증의만 인력 기준에 포함시켜 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경차단술은 통증 전문 분야 중 일부일 뿐이고 인력 기준은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증분과인증의 현판은 환자가 통증 진료 전문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마련한 표시 장치다. 통증 진료는 마취통증의학과뿐 아니라 정형외과·신경외과·재활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에서 이뤄진다. 의료기관 간판이나 진료 안내에도 '통증'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인다. 환자 입장에서는 실제 통증 분야 수련과 인증을 거친 의료진인지 일반 진료 범위에서 통증을 다루는 의료진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신 회장은 "통증은 일반적으로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대상포진이나 복합부위통증증후군 같은 질환은 조기에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지만 시기를 놓치면 평생 고통을 안고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환자들은 모르니까 동네에 '통증'이라고 써 있는 곳을 보고 들어간다"며 "환자들이 필요한 전문 의사를 만나 빨리 적절하게 치료받아 완치될 수 있게 하기 위해 이런 제도를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증분과인증의는 대한통증학회가 1996년부터 운영해 온 학회 자체 인증 제도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전제로 한다. 통증클리닉 근무 경력·통증치료 경력·중재적 시술 경험·논문 및 학술 활동·필기시험·면접 심사 등을 통과해야 한다. 카데바(해부용 시신) 중재적 시술 워크숍 등 추가 교육도 요구된다.

인증을 받은 뒤에도 자격은 자동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5년마다 재교육과 갱신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자격을 유지 중인 통증분과인증의는 약 960명이다. 문 이사는 "대한통증학회 회원이 6000명인데 통증분과인증의는 6분의 1도 안 된다"며 "회원이라고 모두 주는 것이 아니라 임상 경력·논문·학회 발표·시험 등 기준을 넘은 사람에게만 제한적으로 부여한다"고 말했다.
1일 서울아산병원 통증클리닉에서 통증분과인증의 현판식이 진행됐다. 신진우 회장은 "통증분과인증의 자격을 가진 병원은 현판을 붙이고 학회 홈페이지에서도 자기 동네 근처의 통증분과인증의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환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수 기자

통증분과인증의는 아직 국가가 인정한 공식 분과전문의 제도는 아니다. 학회는 과거 통증분과전문의 인정을 신청했지만 통증 진료가 여러 진료과와 겹친다는 이유 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학회가 현판을 앞세운 것은 국가 공인 제도화에 앞서 환자에게 먼저 인증 정보를 알리겠다는 취지다. 신 회장은 "통증분과인증의 제도를 나라에서도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면서도 "정부에서 인정해 주는 것은 두 번째 문제고 지금은 환자들이 전문성 있는 의사를 찾을 수 있도록 이 제도를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증 제도가 환자에게 알려져야 의료진의 교육 동기도 유지된다고 봤다. 그는 "환자들이 통증분과인증을 받은 의사를 더 찾아오면 전문의들이 이 인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열심히 따고 갱신하려 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자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공부를 계속하게 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경차단술 논란의 핵심은 시술을 많이 하느냐 적게 하느냐에만 있지 않다. 꼭 필요한 환자에게 필요한 시술이 이뤄지도록 하면서도 충분한 교육과 훈련 없이 반복되는 시술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관건이다. 대한통증학회가 신경차단술 인적 기준을 제기하면서 통증분과인증의 현판을 함께 내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가 공인 제도화는 장기 과제로 남아 있지만 당장은 환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의료진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통증분과인증의= 대한통증학회가 통증 분야 수련·교육·시험·논문·평점·재인증 기준 등을 토대로 부여하는 학회 자체 인증이다. 국가 공인 제도는 아니지만 환자가 전문성을 갖춘 의료진을 확인하는 지표가 된다.

☞신경차단술= 통증 완화나 치료를 위해 특정 신경 주변에 약물을 주입하는 시술이다. 통증 원인과 부위, 환자 상태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져 정확한 진단과 숙련된 경험이 필수적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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