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할인’ 축소·폐지 나선 통신 3사… AI 투자 늘고 해킹 사태 수습 부담 증가한 탓?

국내 통신 3사가 장기 고객 우대의 상징이었던 결합 할인 제도를 잇달아 손질하고 있다. 지난해 해킹 사고 수습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은 데 이어 AI(인공지능) 투자까지 빠르게 늘어나자, 수익성 확보를 위해 할인 혜택부터 줄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오는 31일부터 기존 정률형 결합 상품인 ‘맞춤형 결합’ 가입 가구의 모바일 회선 추가를 중단한다. 맞춤형 결합은 초고속 인터넷과 집 전화, 인터넷 전화 등 유선 상품과 이동전화를 함께 이용하는 고객이 이동전화 회선을 결합하면 회선당 기본료를 10%씩 할인해 주는 상품이다. 최대 5회선을 묶으면 기본료를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어 대표적인 장기 고객 우대 상품으로 꼽혀 왔다.
KT는 “기존의 복잡한 요금제 운영을 정비하기 위해 2010년 신규 가입이 종료된 결합 상품의 신규 회선 결합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장기 고객 할인 제도를 손보기 시작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통신 3사, 결합 할인 잇따라 손질
KT의 이번 결정으로 이동통신 3사 모두 결합 할인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게 됐다. 앞서 LG유플러스는 통합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일부 2만~3만원대 신규 저가 요금제에 대해 ‘참 쉬운 가족 결합’ 적용을 제외했다. ‘데이터플랜 300MB(2만8000원)’ ‘데이터플랜 750MB(2만9000원)’ ‘데이터플랜 1.5GB(3만3000원)’ 가입자는 가족 결합 할인 혜택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된 셈이다.
SK텔레콤도 가족 총 가입 연수에 따라 휴대전화 월정액을 최대 30% 할인해 주는 ‘T끼리 온 가족 할인’의 신규 가입을 8월 1일부터 중단한다. 온가족할인은 가족 구성원의 SK텔레콤 가입 기간을 합산해 할인율을 적용하는 제도로, 누적 가입 기간이 30년을 넘으면 이동통신 요금을 최대 3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SK텔레콤 장기 이용 고객의 대표적인 혜택으로 통했던 제도다. 모바일과 인터넷을 묶는 결합 상품도 사라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5월 ‘T+인터넷(개인형)’과 ‘T+인터넷(패밀리형)’의 신규 가입을 다음 달부터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런 변화는 통신사의 통합 요금제 도입 이후 본격화했다. 통합 요금제는 단말기와 망 종류, 요금제가 복잡하게 얽혀 이용자가 상품을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5G와 LTE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데이터 제공량과 이용 패턴에 따라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되레 통합 요금제 도입을 핑계로 이용자들에 대한 할인 혜택을 줄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해킹 수습·AI 투자 부담에 할인 줄였나
통신 3사가 할인 축소에 나선 배경으로 해킹 사고 보상과 AI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이 지목된다. 실제로 3사는 지난해 해킹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약 2조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3사 전체 매출의 약 3.4%, 영업이익의 약 46%에 해당하는 규모다. 보안 관련 투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3사의 정보보호 투자액은 총 3676억원으로 전년 대비 22.1% 증가했다. 정보보호 전담 인력도 2024년 293명에서 지난해 351명으로 약 20% 늘었다. 지난해 초유의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서 보안 체계 개편에 지출한 비용이 크게 뛴 셈이다.
최근 불고 있는 AI 투자 경쟁도 3사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3사는 최근 거대언어모델(LLM)과 AI 컨택센터(AICC), 보이스피싱 탐지 AI 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들이 최근 6년 동안 연구개발(R&D)에 쏟아부은 누적 투자액만 4조4783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투자액은 약 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까지 7년간 누적 투자액이 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과거 가입자 확보 경쟁이 치열하던 시절에는 장기 고객 할인은 3사에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었다. 그러나 최근 시장 환경이 변화하자, 기존 마케팅 비용을 줄여 AI와 클라우드 등 미래 사업 투자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합 할인 축소가 소비자 구조 변화와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결합 대상이 없는 이용자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합상품을 이용할 수 없는 가입자들은 별도 혜택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용자 구성이 달라지면서 상품 구조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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