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6,263m 에콰도르 최고봉 올랐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남미의 고산에 올랐다. 지난 6월 5일, 중국의 유니트리사에서 개발한 G1 로봇 '펨바'가 에콰도르의 침보라소(6,263m) 정상에 올랐다. 이번 등정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도달한 최고 높이다. 펨바는 키 1m 27cm에 무게 35kg의 로봇으로, 경사도 30도까지는 직접 오를 수 있고, 그보다 가파른 구간에서는 인간이 로프로 당겨주거나 들어 올려야 했다. 등반에 총 16시간, 1박 2일이 걸렸다. G1 로봇은 2024년 5월 출시된 모델로, 가격은 로봇 시장에서는 저렴한 편인 9만 9,000위안(2,200만 원)이다.
이 원정은 미국의 비영리단체 '지올로직 돔'이 추진했다. 침보라소를 오른 이유는 단순 퍼포먼스 때문은 아니다. 저압·저온의 극한 환경에서 로봇 운용을 실험하는 필드테스트가 목적이었다. 원정대는 침보라소를 오르며 매우 높은 고도에서 배터리 소모 비율부터 관절 작동 반응 시간 변화까지 로봇의 구석구석을 점검했다. 이를 바탕으로 장차 로봇을 폐기물 수집, 빙하 탐지, 환경 자료 수집, 수색구조 작업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올로직 돔 설립자 파블로 벌랑가 보마레는 고정 카메라와 센서를 설치해 두는 기존 방식이 비용도 많이 들면서 고정된 지점만 관측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고, 그런 면에서 로봇이 훨씬 이득일 것으로 예상했다. 보마레는 과거에 세계야생동물기금(WWF)에 관여하기도 해서 해당 분야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침보라소 등반에서 기술공학적으로 발견된 문제는 '체온'이었다. 차가운 게 아니라 뜨겁다는 게 문제였다. 로봇의 관절을 움직이는 전기 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은 보통 주위 공기로 발산된다. 하지만 기압이 해수면의 절반에 불과한 해발 6,000m에서는 습도가 줄면서 냉각 효과가 급감한다. 따라서 기온이 영하 20도인데도 과열이 심각한 문제다. 유니트리사의 해결책은 특수 제작한 냉각 의류였다. 주요 부분에 열을 배출할 수 있는 통풍 장치가 달렸다.
저온에 따른 문제도 있었다. 유니트리사는 지난 2월 영하 47.4도의 극저온 환경에서 펨바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여부도 시험했다. 중국 신장 지방에서 가로 186m 세로 100m 면적의 설원에 2026 동계올림픽 마크를 직접 걸어서 그리게 했다고, 총 13만 보를 걸었다. 저온에서 배터리 작동이 원활하지 않기에, 연구팀은 배터리 단열 보관 장치와 배터리 예열 루틴을 도입해 대처할 수 있었다.

이번 침보라소 원정이 끝은 아니다. 세계의 3대 최고봉을 모두 오르는 '트리플 크라운' 계획을 추진 중이다. 3대 최고봉이란 지구 중심점에서 가장 멀리 솟은 침보라소, 해저에서 가장 높이 솟은 하와이 마우나케아(4,207m), 그리고 에베레스트(8,849m)를 말한다.
당초 펨바는 지난 봄 에베레스트 등반을 시도했으나, 네팔 당국에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반에 관한 규정이 없어서 허가를 받지 못했다. 에베레스트는 네팔-중국 국경에 있어서 첨단 공학 장비의 사용에 대한 법적 규제가 많다. 지올로직 돔은 관계자들과 협의를 통해 최대한 빠른 시일에 펨바의 등반을 성사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르면 오는 가을이나 겨울에 에베레스트를 오를 수도 있다. 단, 펨바는 에베레스트 정상이 아니라 4캠프(7,920m)까지만 오른다. 배터리, 관절 움직임, 환경 영향에 견디는 정도를 측정하는 게 목표다.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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