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해에 뿌리내린 운암 명품송 [7월의 산악사진]

전북 완주군 고산면과 동상면에 걸쳐 있는 운암산雲巖山(605m)은 이름 그 자체로 '구름 위에 솟은 바위산'이다. 산세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남쪽 사면 전체가 대아저수지(대아호)를 향해 수직에 가까운 기암절벽을 드리우고 있다. 또 거대한 암봉이 있어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웅장함에 압도된다.
이외에도 운암산이 전국 산악사진가들과 등산객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는 이유는 척박한 바위 벼랑 끝에 뿌리를 내리고 모진 풍파를 견뎌낸 '명품 소나무'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처럼 솟아오른 암벽 끝에서 수백 년의 세월 동안 호수를 향해 허리를 굽히고 인사를 건네듯 자라난 소나무의 자태는 가히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예술품이라 할 만하다. 벼랑 끝 아슬아슬한 독야청청의 기개와 붉게 물들어가는 새벽빛, 그리고 그 아래를 부드럽게 감싼 하얀 구름바다의 조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장엄한 풍경을 마주하기 위한 여정은 '대아정(팔각정) 주차장(동상면 대아저수로 536)'에서 시작된다. 여기에 차를 세우고 도로 맞은편을 바라보면 운암산 등산로 안내도와 함께 산행 들머리가 나타난다. 초입은 풀과 나무가 무성해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입구를 지나치기 쉽다.
산길에 들어서면 처음에는 울창한 숲이 햇빛을 가려 주는 비교적 완만하고 아늑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워밍업 하듯 천천히 걷다 보면 경사가 점차 급해지며 콘크리트 물탱크 구조물을 지나게 된다.
물탱크를 지나면서부터 운암산의 본모습인 거친 암릉 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가파른 바위 절벽 구간이 연이어 나타나 안전을 위해 설치된 황토색 밧줄과 안전 난간을 잡고 조심스럽게 발을 디뎌야 한다. 체력 소모가 상당한 구간이지만 고도를 높일 때마다 등 뒤로 펼쳐지는 대아저수지의 푸른 수면과 고산면 일대의 마을 풍경이 땀을 식혀 준다.
이곳에서부터 정상까지 이어지는 약 2시간의 남쪽 암릉 능선에는 대아저수지를 굽어보며 저마다의 독특한 수형을 자랑하는 '3대 명품 소나무'가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촬영 당시 카메라 설정값
카메라 PANTAX 642 Z, 초점거리 35mm, 측광모드 스팟, 노출 3.7단계, 조리개 값 F13, 셔터스피드 1/2.5초, ISO 100, 화이트밸런스 자동, 플래시 미사용, 삼각대 사용, 촬영 후 약간의 포토샵 후보정.

3대 명품 소나무 촬영 포인트
① 제1명품송(백척간두의 와송)
물탱크에서 가파른 암릉과 밧줄 구간을 잡고 약 30~40분 숨 가쁘게 치고 올라가면 만나는 첫 번째 조망 절벽 위에 있다.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 바위 틈새에 완벽하게 뿌리를 내렸다. 아래쪽에 위치한 대아저수지를 향해 몸을 수평에 가깝게 낮추고 길게 가지를 뻗어 누워 있는 소나무의 형상이 무척 경이롭다. 왼쪽으로는 아찔한 절벽과 저수지가, 오른쪽으로는 멀리 호남평야로 이어지는 산그리메가 펼쳐진다.
② 제2명품송(운암산 최고 명품송)
첫 번째 명품송을 지나 암벽과 능선을 따라 1시간가량 오르면 드디어 암벽 지대에 자리 잡고 있는 운암산 최고의 명품송을 만날 수 있다. 바위틈에서 자라났는데도 잎이 유난히 푸르고 풍성하며, 마치 분재를 거대하게 키워놓은 듯한 완벽한 균형미를 자랑한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대아저수지의 아름다운 모습과 은천리계곡, 대아수목원 일대의 풍경 역시 어지러울 정도로 아찔하고 수려하다.
③ 제3명품송(정상 너머 대아수목원 갈림길 부근)
제2명품송을 지나 평평한 능선을 따라 걷다 다시 한 번 가파른 암벽을 타고 20분 가까이 올라가면, 정상(605m)에 도달하기 전 두 번째 암봉 조망처에 있다. 다른 명품송이 벼랑에 매달려 아슬아슬한 스릴을 준다면, 제3명품송은 한결 꼿꼿하고 고고한 자태로 우뚝 서서 대아저수지 전체를 가슴에 품어 안듯 호방하게 서 있다. 이곳에서는 대아저수지의 구불구불한 물줄기와 맞은편 동성산, 대부산의 능선이 한눈에 시원하게 들어온다. 일반적인 운암산 산행은 대아정에서 출발해 이 명품 소나무 세 그루를 모두 감상한 뒤, 정상 아래 갈림길을 통해 운암상회(식당) 쪽으로 하산하거나 저승바위를 거쳐 대아수목원으로 내려오는 코스(약 4~5km, 3시간 30분 소요)가 정석이다.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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