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논란, 대한민국 미래 안보가 달려 있다…“원점 재검토해야”

정충신 선임기자 2026. 7. 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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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지식과 작전 개념 비빔밥처럼 섞으면, ‘하향 평준화’된 장교 양성
합동성은 ‘서로 다른 강점’을 정교하게 연결하고 융합할 때 극대화
국방 최일선 헌신 직업군인들과 예비역 원로, 국방 안보 전문가들 배제
안보 본질보다 정치적 공약 이행, 가시적 성과 내기 ‘정치적 목적’ 개입
윤은기 공군전우회 자문위원,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최근 국방 안보 분야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통합 논란이다. 정부가 군의 ‘합동성 강화’와 ‘효율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추진하고 있는 이 거대한 변화는, 역설적으로 대한민국 미래 안보의 근간을 통째로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국가 안보의 백년대계이자 정예 장교 양성의 요람인 사관학교 개혁 방안이 왜 논란이 되고 있는가. 그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정부와 추진론자들이 내세우는 통합의 명분은 이렇다. 현대전과 미래전의 핵심인 육·해·공군의 합동성(Jointness)을 강화하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자원 고갈에 대응하며, 유사·중복되는 교육 인프라를 효율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명분 뒤에 숨은 실상은 심각한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다. 언뜻 보면 예산 절감과 통합 교육을 통한 ‘원 팀(One Team)’ 시너지가 기대될지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 군사 전문가들은 각 군의 고유한 전공 특수성과 정체성이 해체되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적한다.

올해 2월 27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82기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졸업을 자축하며 정모를 높이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전장 환경이 판이한 육지(Ground), 바다(Sea), 하늘(Air)의 전문 지식과 작전 개념을 섣불리 비빔밥처럼 섞어버리면, 도리어 어느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하향 평준화’된 장교를 양성하게 될 뿐이기 때문이다. 합동성은 ‘서로 다른 강점’을 정교하게 연결하고 융합할 때 극대화된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 여론과 전문가의 의견 수렴 없이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밀어붙이는 행태에 있다. 국익과 안보의 본질보다는 정치적 공약 이행이나 가시적인 성과 내기라는 ‘정치적 목적’이 너무 강하게 개입돼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국방 개혁의 성패는 현장 전문가들의 공감대와 지식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번 통합 과정에서는 평생을 나라를 위해 국방 최일선에서 헌신해 온 직업군인들과 예비역 원로, 그리고 국방 안보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이 철저히 부족했거나 오히려 배제된 정황이 역력하다. 계급 사회인 군의 특성상 현역 군인들이 정권의 정책에 소신껏 반대 목소리를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역들이 입을 닫고 있을 때, 수십 년간 안보 임무를 수행하며 야전과 정책을 두루 경험한 국방 안보 전문가들과 군 원로들의 고언(苦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이다. 전문가를 배제한 안보 개혁은 독단일 뿐이다.

현대 사회는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전쟁의 패러다임이 미사일, 드론, 로봇, 그리고 우주력(Space Power)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만능주의 시대에 사관학교 통합론자들은 교육의 효율성만을 따지지만, 역설적으로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이를 운용하고 최종적인 결단을 내리는 ‘장교의 역할’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해진다. 미래전은 지휘관이 내리는 판단이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시간의 경제’ 싸움이다. 사관학교는 단순히 군사 기술자나 행정 관료를 키워내는 곳이 아니다. 첨단 무기를 통제하는 장교에게 가장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고도의 기술적 역량뿐만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애국심, 군인정신, 그리고 명예심과 같은 무형의 리더십 덕목이다.

이러한 정신적 가치는 단순히 강의실을 통합하고 효율성을 따지는 행정 편의주의적 교육 환경에서는 결코 길러지지 않는다. 각 군의 깊은 역사와 전통 속에서 선배들의 혼을 이어받으며 체화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예 장교 한 명을 키워내 전장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리더로 성장시키는 데는 최소 20년 이상의 국가적 투자와 세월이 필요하다. 무기 체계는 돈으로 단기간에 살 수 있을지언정, 유능한 인재와 군인정신은 결코 단기간에 속성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눈앞의 성과를 위한 ‘속도’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는 ‘심사숙고’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사관학교 통합의 독주를 멈춰야 한다. 국방 안보 전문가들과 군 원로들의 지혜를 모아 대한민국 안보 환경에 가장 적합한 개혁안이 무엇인지 원점에서부터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미래 안보에는 결코 ‘연습’이 없다.

윤은기 공군전우회 자문위원,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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