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공기업 10년 차도 “이번이 기회”… SK하이닉스 54개 직무 채용에 ‘들썩’

현정민 기자 2026. 7.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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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회사 5년차 엔지니어 A씨는 요즘 퇴근 후 헬스장 대신 집 책상 앞으로 향한다. SK하이닉스 경력직 채용에 지원하기 위해서다. A씨가 노리는 공정기술 관련 직무도 이번 경력 채용 대상에 포함됐다.

그래픽=챗지피티 달리

A씨는 자기소개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공지능(AI) 챗봇으로 SK하이닉스가 원하는 인재상을 분석하고 있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합격 후기도 찾아본다.

최근에는 친구들과 함께 스터디그룹도 만들었다. A씨는 “SK하이닉스에 지원할 수 있는 직군이 뜨길 기다려 왔다”며 “모처럼 기회가 생긴 만큼 전력을 다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대규모 경력직 채용 공고를 내면서 직장인들이 퇴근 후 이직 준비에 뛰어들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생산·설계 직군부터 사업 부서를 지원하는 스탭 직군까지 모집 분야가 넓어지면서, 반도체 업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모집 직군, 직전 공고 평균 대비 5배

SK하이닉스가 ‘탤런트 하이웨이’(Talent hy-way)란 이름의 새로운 채용 전략을 13일 공개했다./SK하이닉스

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y-way)’ 경력직 지원을 받고 있다. 지원 기간은 오는 6일까지다. 월간 하이웨이는 SK하이닉스의 수시 채용 절차다.

SK하이닉스는 이번에 총 54개 직무를 선발할 예정이다. 최근 1년간 진행된 월간 하이웨이 경력직 모집 공고의 평균 직무 수가 11.1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5배에 가까운 규모다. 채용 범위가 넓었던 올해 2월 공고의 34개 직무보다도 20개 많다.

그래픽=정서희

이번 채용에서는 테크 R&D(연구개발) 직무만 31개로 세분화됐다. HBM을 비롯해 낸드플래시, 공정기술, 시스템반도체 설계(SoC·IP), AI·데이터 엔지니어링 등이 포함됐다. 모집 직군이 크게 늘면서 채용 규모도 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데다, 메모리 업황 회복과 성과급 기대감까지 맞물리면서 경쟁사 직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중 비메모리사업부 소속 직원들도 SK하이닉스 이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부에서 일하는 B씨는 “DS 부문 안에서도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불만이 적지 않다”며 “메모리 외 ‘적자 사업부’ 소속이면 한번 지원해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학력’ 요건 삭제에… “이번이 기회”

이번 채용 열기는 반도체 업계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SK하이닉스가 건설·안전보건·구매 등 다양한 직군의 경력직을 모집하면서 반도체 업종이 아닌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도 이직에 도전하고 있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에서 일하는 C씨는 “약 10년간 기계관리직으로 근무하며 건물 설비를 유지·보수한 이력이 있어 시공 직무에 지원하려고 한다”며 “우대 자격인 기사 자격증과 관리 경험이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의 모습. /뉴스1

SK하이닉스가 신입사원 채용과 마찬가지로 경력직 채용에서도 ‘4년제 학사 학위 이상’이라는 자격 요건을 폐지한 점도 지원자층을 넓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학력 부담이 줄어든 만큼 직무 경험을 앞세워 지원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다.

양산기술 직무에 지원한 D씨는 “기존에는 SK하이닉스가 학벌을 많이 본다는 인상이 있었다”며 “직무 적합성을 최우선으로 평가하기로 한 점에서 이번이 이직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소서 강의도 5:1… 컨설팅 시장까지 들썩

SK하이닉스 경력 채용 ‘맞춤형’ 컨설팅과 강의도 성행하고 있다. 이번 경력 채용은 자기소개서와 경력기술서를 토대로 한 서류 전형 이후 종합역량검사(SKCT)와 면접을 거쳐 선발 여부가 결정된다.

경력직은 SKCT에서 인지역량 검사가 제외돼 서류 전형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게 컨설팅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 6월 말 컨설팅 업체들이 SK하이닉스 경력 채용 관련 수업과 설명회를 홍보하고 있다. /스레드 캡처

자기소개서 컨설팅은 보통 20만원 이상이다. 지원자가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첨삭하는 방식이다. 추가 비용을 내고 면접 관리까지 받는 경우도 많다.

SK하이닉스 재직자 출신 컨설턴트를 내건 한 업체는 지난달 말 기존 규모의 두 배로 정원을 늘려 채용 설명회를 진행했다. 접수 초반부터 신청자가 몰리면서 증원을 결정했다고 한다. 한 자기소개서 강의는 10명 정원인 반에 50명이 몰리며 강의 신청 경쟁률이 5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신입 채용 직후 경력 채용이 바로 공지되면서 수업 문의가 물 밀듯 들어오고 있다”며 “하반기 이직 시장의 최대 이벤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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