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지만 참는다”⋯ ‘가짜 배달앱’에 빠진 Z세대

홍선혜 기자 2026. 7. 2. 06: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용•건강 부담 없이 만족감을 얻는 ‘도파민 소비‘ 확산
음식만안와요 배달앱 주문화면.

다이어트 중인 직장인 A씨(여.28)는 밤마다 ‘음식만안와요’ 앱을 켠다. 치킨과 떡볶이, 피자까지 먹고 싶은 음식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하지만 결제 버튼은 누르지 않는다. 대신 ‘아낀 금액‘과 ‘먹지 않은 칼로리‘를 확인한 뒤 앱을 종료한다. 실제 음식은 오지 않지만 주문을 마쳤다는 만족감은 남는다.

A씨는 “야식을 참기가 너무 힘든데, 주문하는 과정만 거쳐도 신기하게 먹고 싶은 마음이 조금 가라 앉는다“며 “돈도 아끼고 칼로리도 줄였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뿌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주문과 결제 없이 메뉴를 고르고 배달 과정을 그대로 체험하는 이른바 ‘가짜 배달앱‘이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고물가와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면서 실제 소비 대신 주문 경험만으로 만족을 얻는 ‘도파민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The Times)는 한국 Z세대 사이에서 가짜 배달앱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를 비용과 건강 부담 없이 만족감을 얻는 ‘도파민 사이트(Dopamine sites)‘의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가짜 배달앱은 말 그대로 실제 주문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문 과정은 실제 배달앱과 똑같다. 메뉴를 고르고 장바구니에 담고 배달기사의 이동 경로까지 확인한 뒤 ‘아낀 금액‘과 ‘먹지 않은 칼로리‘를 확인하며 앱을 종료한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반드시 ‘음식‘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배달앱을 켜고 메뉴를 고르고,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주문을 완료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소비 경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소비가 이뤄지지 않아도 주문을 마쳤다는 만족감을 얻는 새로운 형태의 소비 심리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가상 소비(Virtual Consumption)‘의 확장으로 해석한다. 실제 구매 대신 온라인 쇼핑몰에서 장바구니를 채우거나 위시리스트를 만드는 소비 행태, 먹방과 ASMR을 통해 대리 만족을 얻는 것과 비슷한 심리라는 것이다. 실제 지출 없이도 소비 과정 자체에서 만족감을 얻으려는 욕구가 배달앱으로 까지 확장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 전문 매체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는 이를 ‘기대 보상(anticipatory reward)‘ 효과로 설명한다. 사이콜로지 투데이는 “사람은 실제 물건을 손에 넣는 순간보다 구매를 기대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가짜 배달앱은 이러한 심리를 활용해 실제 결제 없이도 도파민을 자극하고 충동구매나 과소비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물가 역시 이러한 소비 방식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국가데이터처의 마이크로데이터(MD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인 가족의 식비는 141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4만원)과 비교해 5.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총 소비자물가가 2.1% 오른 것과 비교하면 식비 물가는 2배 이상 뛴 것이다.  이 기간 외식비는 약 66만원에서 약 73만원으로 10.6% 올랐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3.1%를 기록하며 다시 3%대로 상승했다. 특란 10구 평균 소매가는 지난해보다 38.6%, 육계는 19.4% 상승했고, 커피와 빵 등 가공식품 가격도 각각 12.4%, 6.4% 올랐다. 

음식 가격과 배달비 부담이 커지면서 주문을 망설이는 소비자는 늘었지만 먹고 싶은 욕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기에 다이어트와 저속노화,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먹고 싶지만 참는‘ 소비자가 증가하며 ‘가짜 배달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홍선혜 기자 redsu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