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첫 출근"…늦춰진 청년들의 '취업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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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 경기 둔화와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채용 여건이 악화된 데다, 첫 직장을 선택하는데 신중해지면서 노동시장 진입 시점이 20대에서 30대로 옮겨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KRIVET)이 발표한 보고서 <20대 초반, 일에서 멀어지다>에 따르면, 통계청 생활시간조사(2009~2024)를 분석한 결과 20~24세 청년의 취업 비중은 2009년 45%에서 2024년 31%로 1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25~29세는 65%에서 74%, 30~34세는 69%에서 82%로 오히려 상승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28일 발표한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청년 취업>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의 평균 취업 준비 기간은 2018년 1.5년에서 2025년 약 3년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또 첫 취업 연령이 20대에서 30대 초반으로 늦춰진 흐름이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청년들의 취업이 늦어지는 이유…좁아진 입구, 높아진 기준
청년들의 취업이 지연되는 배경은 무엇일까. AI 도입에 따른 신입 사원 채용 축소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격차, 이직을 통한 일자리 이동의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신입 사원의 경우 채용의 문이 좁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정기 공채를 축소하고 경력직·수시 채용을 확대하면서, 실무 경험이 없는 청년이 첫발을 디딜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동시에 AI가 실무에 도입되면서 단순·반복 업무를 담당하던 신입 사원의 직무는 더욱 발디딜 곳이 줄어들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도 취업 지연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28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중소기업 월평균 임금 격차는 2015년 298만 원에서 2024년 365만 원으로 더 벌어졌다. 20대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대기업의 약 60% 수준이지만, 50대에는 43% 수준까지 떨어진다. 보고서는 대기업 입직 여부에 따라 생애소득이 10억원 이상 차이 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중소기업 입직 후 대기업으로 이직은 점차 어려워지는 추세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청년 취업>(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대의 경우 이직률이 5~6% 수준에 불과했고 나이가 들수록 이동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대부분의 이직은 같은 규모 기업 안에서 이뤄지면서 노동시장 내 이동이 경직됐다고 분석됐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청년들의 취업 전략은 달라졌다. 첫 직장을 '평생 커리어의 출발점'으로 인식하면서 시간을 들여서라도 스펙을 쌓아 대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겠다는 흐름이 자리잡았다.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라도 대기업을 택한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13일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취준생 1,4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8%가 '중소기업 정규직'이 아닌 '대기업 계약직'을 선택하겠다고 답했고, 응답자 중 52%는 "원하는 회사가 아니면 채용을 기다린다"고 응답했다.
장기화된 취업 준비 기간과 취업 전략 변화를 청년들도 체감한다. 마케팅 분야 취업을 준비 중인 A씨(28·여)는 2년 째 취업 준비중이다. 그는 "마케터는 크게 인하우스와 대행사 소속으로 나뉘는데, 인하우스 브랜드 마케터가 되고 싶어 여러가지 마케팅 관련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시간이 흘러갈 때마다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계약직과 중소기업 정규직 중 어디를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기업 계약직부터 시작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정규직 신입은 거의 없다. 요즘엔 첫 커리어가 어디서 시작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는 인식이 만연하다"며 "처음부터 큰 회사에서 질 높은 경험을 쌓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평생직장이 없지 않느냐"며 "시간이 흐르면 이직을 할테니까, 계약직이라도 큰 회사에서 시작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공백 길어질수록 취업 어려워진다….구직시간 단축 위한 해법은
청년들은 원하는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취업 지연을 택하지만,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업은 더욱 어려워진다.
지난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쉬었음 청년의 특징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미취업 기간이 1년 늘어날수록 '쉬었음' 상태에 있을 확률은 4.0%포인트씩 높아졌다. 또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20대 구직단념자는 7만 3,407명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았다. 60대보다도 많은 규모로, 취업 시장에 진출해야 할 연령대가 가장 먼저 구직을 포기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노동시장에서 선택받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취업 지연이 장기화되기 전에 청년들을 노동시장으로 연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미취업 상태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정지운 한국직업능력연구원(KRIVET) 선임연구위원은 구직 기간을 줄이기 위해 '책상 위에서 쌓은 스펙이 아닌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무훈련과 채용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채용 정보를 제공하고 면접을 지원하는 등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예로 기업의 입장에서 채용에 부담을 갖지 않고, 청년의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프로젝트형 일경험'을 제시했다. 청년에게는 직무 경험과 자신감을, 기업에는 실제 업무 역량을 확인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독일이 학교 교육과 기업 현장훈련을 병행하는 '이원직업훈련제(듀얼 시스템)'를 통해 유럽연합(EU) 최저 수준의 청년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그는 '쉬었음' 청년을 줄이기 위해 취업 준비가 장기화되기 전 업무 경험의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은 "취업이 늦어지기 전에 일경험·직업훈련·인턴십 등으로 노동시장과 빠르게 연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구직 활동이 6개월 이상 길어질 경우, 구직 번아웃 예방을 위한 심리상담 등의 '환기'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책은 취업 준비를 위해 쉬었음 기간이 길어지는 쳥년과 취업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을 구분해, 투트랙으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년이 원하는 정책 방향도 같은 곳을 가리킨다. 취준생 A씨는 "일 경험 프로그램이 취업 준비에 가장 도움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엔 바로 실무에 투입 가능한 인력을 원한다. 따라서 스펙을 쌓기위해 대외활동이나 공모전에 참여하는 것보다, 정책적으로 청년과 기업을 연결해주는 게 취업에 도움될 것 같다"고 전했다.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에 대해서는 "취업 준비 기간에 수입은 없는데 지출은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일부라도 지원금을 받으면 생활에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금전적인 지원보다 청년들이 진로를 찾고 노동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정책이 더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주원 기자 simple1@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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