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규제지역 된 구리 "거래 줄어도 호가 안 내려"... 기흥·동탄 "실수요 여전"
공급 부족·전월세난에 "수요는 여전해"
기흥구 일부선 "역세권과 함께 묶여 당황"

"요새는 매물 자체가 많지 않아요. 규제지역이 돼서 거래량은 줄겠지만 수도권 매물이 워낙 귀해지니 집주인들이 호가를 굳이 내리지는 않겠죠."
1일 경기 구리시 인창동 역세권(경의중앙선·서울지하철 8호선 구리역)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일대가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묶인 데 대해 "역세권 신축의 경우 팔릴 물건은 거의 다 팔린 상태라 영향이 크진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중개사는 "5월까지 거래가 워낙 많았고 매수자 연령대도 다양했다"며 "주택 공급 추세상 실수요는 계속 있을 거라 규제 발표에도 집주인들이 집값이 내려갈까봐 딱히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국토교통부와 경기도는 전날 경기 화성시 동탄구, 용인시 기흥구와 함께 구리시를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허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의 최근 3개월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1.3배를 넘어서는 등 과열 징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규제로 담보인정비율(LTV)은 기존 70%에서 40%로 줄고 실거주 의무 조항으로 인해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도 차단된다.

구리시는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해(6월 넷째 주까지 누적)에만 7.87% 급등한 지역이다. 지난해에는 이 기간 마이너스(-)0.09%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위기 차이는 확연하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경기 곳곳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반면, 서울 접근성이 좋고 교통이 편리한 구리시는 비규제지역으로 남아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경의중앙선과 8호선이 모두 구리역을 지나기 때문에 잠실·종로 등지에 30분대에 도착할 수 있다. 이에 수택동 힐스테이트구리역 전용면적 84㎡는 5월 초 14억4,000만 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고, 올해 3월 입주한 구리역롯데캐슬시그니처는 59㎡ 매물 가격이 13억 원대에 형성돼 있다.
특히 서울 집값이 지난해부터 급속도로 오르는 동시에 전월세 매물난도 심화하면서 구리시의 매매 수요는 급등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6월 구리시에 소유권이전등기(매매)를 신청한 인원은 3,498명으로, 이 중 주소지가 서울인 신청자는 33.5%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7.0%)보다 2배가량 많은 규모이자 올해 경기도 전체 평균치(13.4%)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구리시 수택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서울에서 전세로 거주하다가 여기에 집을 사겠다고 온 30, 40대들이 올해 유독 많았다"고 전했다.

동탄선 "거래 이미 서둘러"... 기흥선 "비역세권 분위기 다른데"
다른 추가 규제지역도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기흥구는 올해 아파트값이 누적 6.21% 올랐는데, 투자보다는 실수요 중심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에 규제에도 가격 변동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기흥구 보정동의 공인중개사는 "학군이 좋아 투자보단 실거주하려는 사람들이 수원 등지에서 이사를 많이 왔다"며 "매물이 빠질 만큼 빠진 상황이고 부르는 게 값일 정도여서 규제지역이 됐어도 집값은 올려놓고 상황을 천천히 보겠다는 집주인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격 오름폭이 크지 않은 역세권 외 지역까지 규제지역으로 묶은 데 대한 불만이 일부 흘러나오고 있다. 기흥구 중동의 공인중개사는 "역세권 외엔 거래도 많지 않고 아파트 매매가격도 84㎡ 기준 3억~4억 원에 머무르고 있다"며 "기흥구라는 이유만으로 통째로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건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동탄구(올해 누적 11.38% 상승)는 최근 거래가 워낙 활발했던 만큼 규제 가능성을 점친 거래자들이 계약을 이미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동탄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이 단기간에 유독 빠르게 오른 데는 계약자들 사이에서 규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역세권 바깥엔 여전히 중저가인 단지도 많아, 거래량이 줄더라도 집값 자체가 내려가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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