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을 잇는, 인천을 읽는 ‘20권의 여정’ [책이 된 인천, 기록이 된 섬·(1) 프롤로그]

김성호 2026. 7. 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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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 ‘역사의 길’ 사업
인문교양서 발간·조사연구 실시
건축·전쟁 등 지역 정체성 담아
설립 목적 “국제 문화도시 건설”
전승·유산 발굴·보존 및 활용

인천문화재단에서 발간한 ‘역사의 길’·‘섬 생활사 조사연구 보고서’ 표지들. /인천문화재단 제공

인천문화재단은 지역 역사문화유산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인문 교양서를 발간하는 ‘역사의 길’ 사업과 인천의 해양문화유산을 현재의 시점에서 기록·보존하는 ‘섬 생활사 조사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단은 지난 2018년부터 섬 생활사를 비롯해 인천의 건축, 길, 전쟁 등 도시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짚어왔다. 경인일보는 10회에 걸쳐 두 사업이 일궈낸 소중한 결과물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인천문화재단은 현재까지 15권의 ‘역사의 길’ 인문 교양서와 5권의 ‘섬 생활사 조사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섬, 전쟁, 독립운동, 근대 건축, 남북 분단의 현실, 해관(海關)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이 여정은 인천의 문화와 지역 정체성을 단단하게 세우는 의미 있는 발자취였다. → 편집자 주

■ 역사·문화를 아우르는 인천문화재단

혹자는 인천문화재단이 역사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관련 조례와 정관에 명시된 재단의 역할을 살펴보면 그 당위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천광역시 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는 재단의 역할을 “인천시의 전통문화예술 전승과 새로운 문화예술을 창조해 지역 문화예술 창달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재단 정관 역시 재단 설립 목적을 “시의 전통문화예술 전승과 새로운 문화예술 창조, 문화소외계층 등 시민을 위한 문화복지사업 및 다양한 문화교류사업을 통하여 지역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고 시민들이 쾌적하고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스스로 누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천을 국제적 수준의 문화도시로 만드는 것”으로 설명한다.

특히 조례 제4조는 ‘역사·문화 자원의 조사·연구 및 보급’을, 정관은 ‘전통문화예술의 전승과 문화유산 발굴·보존 및 활용’을 재단의 주요 사업으로 명기하고 있다. ‘역사의 길’과 ‘섬 생활사 조사연구’는 이러한 설립 취지에 따라 인천 시민의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세종도서 선정, 전국 도서관 보급
‘섬 생활사’ 고유이름·문화조명
예술가들 영감주는 창작의 원천

■ 대중과 호흡하는 친근한 인문 교양서 ‘역사의 길’

‘역사의 길’ 시리즈는 기존 연구 보고서 특유의 딱딱하고 지루한 형식에서 과감히 벗어났다. 대신 인천의 역사를 대중이 흥미롭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랑말랑한’ 대중서 형태로 펼쳐낸 것이 특징이다.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한 성과도 돋보이는데, 손장원 작가의 ‘건축가의 엽서’(손장원 저·글누림 刊·2021년)가 대표적인 사례다. 저자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타임머신과 다름없는 옛 그림엽서들을 통해 인천의 근대 건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가로 14㎝, 세로 9㎝ 크기의 때 묻고 헤진 종잇조각에 담긴 사진과 그림을 토대로 도시 인천이 가진 공간적 특성과 건축적 의미를 알기 쉽게 해석해냈다. 근대 도시를 깊이 이해하는 방법론으로 ‘빛바랜 엽서’가 훌륭한 매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 책은 뛰어난 기획력을 인정받아 세종도서로 선정됐으며, 3쇄까지 인쇄되어 전국 도서관에 보급되는 등 지역 출판물이 가진 한계를 넘어섰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 섬 이름 불러준 ‘섬 생활사 조사연구’

해양도시 인천에는 유·무인도를 합쳐 총 168개의 섬이 있다. 하지만 이들 섬은 그동안 행정구역 단위로 뭉뚱그려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서 개별 섬이 가진 고유한 이름과 문화적 결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섬 생활사 조사연구’ 사업은 이처럼 소외됐던 섬 하나하나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육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섬마을 고유의 생생한 생활상을 현장에서 낱낱이 기록했다.

보고서가 발간될 때마다 섬 주민들은 “외면받던 고향의 섬사람들 모습을 충실히 담아주어 고맙다”며 재단 측에 따뜻한 감사의 말을 건네오고는 했다.

현재 인천의 168개 섬 가운데 사람이 사는 유인도는 40곳에 달한다. 반면 이 사업을 통해 발간된 보고서는 아직 5권에 불과하며, 다뤄진 섬도 볼음도를 비롯해 신도·시도·모도, 자월도, 영흥도 등에 머물러 있다. 이 활동이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사업은 현재 인천문화재단과 인천시립박물관, 옹진군이 협업하고 있다. 켜켜이 쌓인 섬들의 이야기는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중요한 창작 원천이 되는가 하면, 섬 관광 사업을 추진하는 인문학적 근거가 되는 등 다양한 예술·역사·문화·관광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했던 정연학 글로벌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겸 비교민속학회장은 “역사의 길 발간과 인천 섬 생활사 조사 사업은 인천역사문화자산을 발굴 기록해 시민과 공유하는 의미가 있다”면서 “2018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20권을 축적한 만큼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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