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블랙록의 ‘반도체 쏠림’ 경고… 韓 투자의견 전격 하향
삼전닉스, 5일간 12% 폭락
한국 수출 44% 반도체 견인
방산·원전 등 성장대안 필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인공지능(AI)에 집중된 산업구조를 리스크(위험요소)로 짚으며 한국을 포함한 주요 신흥시장 주식 투자 의견을 한 단계 내렸다. 외국인들은 ‘팔자’ 기조를 이어갔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일주일 새 12%씩 폭락했다.
한국 수출은 6월에 사상 최초로 ‘월 1000억달러’ 고지를 돌파했는데, 이 가운데 44%인 448억2000만달러가 반도체였다. 반도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무너질 경우 한국 경제가 위태로워진다는 뜻이다.
올 1분기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세계 시장점유율은 67%에 이른다. 당장 두 회사의 시장 지배력을 위협할 요인은 없지만, 고환율과 세계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 노조 리스크 등은 두 회사에 대한 투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실제로 최근 파업 위기를 맞았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3주 동안만 멈춰도 관련 직·간접 손실이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치가 나온 적이 있다. 해외 투자은행(IB)인 JP모건 역시 파업 발생 시 올해 회사 영업이익이 최대 43조원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추가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산 반도체의 성장세도 잠재적 위협 요인이다. 중국 최대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CXMT)의 경우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0% 이상 늘었으며 시장 점유율도 전년 동기 3%에서 8%로 치솟았다.
블랙록 투자연구소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간한 2026년 하반기 글로벌 투자 전망 보고서에서 앞으로 6~12개월 동안 신흥시장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내린다고 밝혔다.
블랙록은 한국에 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만은 TSMC가 주도하는 등 이들 국가 증시가 소수 AI 관련 대형주에 집중된 구조를 리스크로 지적했다.
보고서는 “여러 시장이 같은 공급망에 연결돼 있을 경우 지리적으로 분산돼 있더라도 집중 리스크를 줄여주지는 못한다”며 “이런 집중 리스크로 인해 신흥시장 주식 전반에 대해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하게 됐다”고 배경을 전했다.
하지만 기술 기업 비중이 큰 미국 증시에 대해서는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기술주를 통해 광범위한 AI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 주식 비중 확대를 유지한다”면서 “궁극적으로 어느 기업이 승자가 될지는 불분명하지만, 그중 많은 기업은 미국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BCA리서치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는 반도체 모멘텀과 높은 베타 노출, 그리고 급증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성 거래에 힘입어 글로벌 증시 랠리를 가장 극단적으로 반영한 시장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올해 초부터 개인 투자자들이 상승세를 주도했으나, 결국 공포가 탐욕을 압도할 수 있다”며 “이에 개인 투자자들도 순매도로 돌아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랙록 발표와 맞물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1일 31만4500원에 거래를 마쳐 전일보다 5.84%, SK하이닉스는 256만원에 장을 마감해 3.40% 각각 하락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코스피에서 2조원 가까이 순매도하며 9거래일 연속 매도를 이어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재 주가는 불과 5거래일 전인 지난 25일 대비 각각 12.3%, 12.2%씩 떨어진 숫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 부진에 한때 9000을 웃돈 코스피지수는 8300선까지 주저앉았다. 두 회사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역시 부담 요인이다. 이날 1554.9원에 거래를 마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6일 1550.0원 이후 17년3개월 만에 1550원 대에서 종가를 마감했다. 반도체 거래는 달러를 기반으로 하기에 고환율은 수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부품·장비·원재료 수입과 해외 투자에서는 부담을 가중시킨다.
업계에서는 AI 수요에 따른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받쳐줄 다음 성장 동력을 만들지 못하는 한 반도체에 쏠린 증시와 수출 생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반도체 쏠림을 말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마저 없었으면 정말 위기였을 것”이라며 “가장 큰 리스크는 (국민연금의)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자산구성 재조정)이다. 방산, 원전, 바이오 등 반도체 외의 산업군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우진·임재섭 기자 jwj17@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벤투 “쏘니는 내가 지도한 가장 최고의 프로…선수들 시련 극복할 것”
- ‘공포 체험명소’ 폐모텔서 남성 2명 숨진 채 발견…20대 여성 1명은 병원 이송
- [속보] ‘스타벅스 가야지’ 구호, 배재고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
- 아내 살해 60대 남편, 징역 16년…법원 “자녀들 선처 탄원 참작”
- “고개 숙이지 말아요, 힘내”…밤새 기다린 팬들, 돌아온 손흥민 등 위로
- ‘역대 최악 성적’ 홍명보호, 야유와 고성 속 쓸쓸한 새벽 귀국
- 광주 고교생 상가 주차장서 사망…경찰, 학교폭력 의혹 수사
- “윤석열 독방 에어컨 설치해달라” 진정에…인권위, 무더기 각하 결정
- 삼성 평면TV 들고 지하철 탔다가 26만원 과태료…논란 뜨거운 ‘이 나라’
- 제주 서귀포 해상에 40대 남성 변사체…해경 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