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는 정신병' 발언 뒤 연속보도 제지…기자 사직한 제주 언론사
미디어제주 대표 제주퀴퍼 연속보도 중단 지시에 사직
앞서 편집회의서 기자 '정신병' 발언 이후 퀴퍼 측 기고 거절
제주차금법연대 "언론 태도, 당사자와 공동체에 깊은 상처"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제주지역 언론사에서 제주퀴어프라이드를 앞두고 언론사 대표가 연속보도 중단을 지시하고, 성소수자를 두고 '정신병'이라고 한 발언이 나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소수자 혐오와 편집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연속 보도한 기자는 이에 반발해 사직했다.
미디어제주 측과 사직한 김재훈 전 미디어제주 기자(취재팀장) 등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고승영 미디어제주대표이사는 지난 22일 주간 편집회의에 참석해 김재훈 기자에게 제주퀴어프라이드 관련 연재 보도를 중단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이후 편집국장은 김 기자에게 '제목에서 퀴어를 빼고 모든 소수자를 다루자'는 취지로 제안했다. 연속 보도가 중단되면 퇴사하겠다고 밝혔던 김 팀장은 결국 이날 사의를 밝혔다.
회의서 퀴어 혐오발언 뒤 기고 거절
이후 나온 연속보도 사장이 제지
미디어제주는 김 기자 취재로 제주퀴어프라이드 개최를 앞둔 18일부터 제주퀴어프라이드와 성소수자 인권을 주제로 한 보도를 연재했다. 연재엔 △제주퀴어프라이드의 역사와 올해 행사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규정했던 역사와 이를 뒤집은 과정 △제주 지역에서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개신교인인 윤혜성 목사 인터뷰 △<뷰티풀 젠더> 서평 기사가 포함됐다.
양측에 따르면 이에 앞서 지난 17일 주간 편집회의에서는 제주퀴어프라이드 주최 측의 기고 제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 구성원이 동성애를 두고 “정신병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회의 뒤 미디어제주는 제주퀴어프라이드 측 기고를 싣지 않기로 결정했고, 해당 발언에 대한 제지나 별도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동성애는 정신병'이라는 주장은 세계보건기구(WHO)가 1990년 국제질병분류(ICD)에서 동성애를 삭제한 이후 현재 주요 정신의학계의 의학적 합의와 배치된다.
사직 기자 “이번 일로 회사의 사회적 약자 대하는 태도 드러나”

김 기자는 지난달 26일 SNS를 통해 사직 사실을 알렸다. 그가 공개한 사직서에는 “성소수자를 향한 '정신병' 발언이 용인되는 사내 분위기와 퀴어프라이드 관련 연속보도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수용할 수 없다”는 퇴사 사유가 담겼다.
언론사 내 성소수자·정신장애 혐오 발언과 기고 거절에 이어 보도 중단 지시, 기자 사직까지 잇따르면서 언론사 내 성소수자 혐오적 편집 방향과 편집권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 기자는 지난달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신병' 발언과 기고 거절로 이어진) 첫 회의를 계기로 연속 보도를 시작했다”며 “기사를 내지 못하면 지역언론으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사장의 지시를 보며) 편집과 경영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 사장은 자신이 편집인이기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이번 일로 회사가 성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드러났고, 그런 회사의 지시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퇴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인의 인식이 사회적 약자, 특히 젠더 이슈에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반대 의견을 함께 싣는 것을 기계적 중립이라 여기는 것은 게으른 태도”라며 “언론이 더 공부해야 하고, 기자협회 등 언론인 단체는 기자들이 인권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볼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 “깊은 유감, 왜곡된 시각으로 언론 책임 저버려”
제주지역 20개 단체·정당이 결성한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1일 성명에서 관련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며 “내부 회의일지라도 (동성애는 정신병이라는 주장은) 언론이 갖춰야 할 과학적 객관성을 저버린 것”이라고 했다.
단체는 “성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내부에서 어떤 제지도 받지 않는 A언론사와 해당 발언을 한 언론인의 태도는 언론의 책임을 의심하게 했을 뿐 아니라 차별과 배제를 겪고 있는 성소수자 당사자들과 공동체에 깊은 상처를 주었다”고 했다. 이어 “연속 보도가 중단된 사실은 건강한 공론장 형성이라는 언론의 막중한 책임을 저버린 처사”라고 밝혔다. 윤수영 녹색당 부대표는 SNS로 김 팀장의 사직서와 그가 보도해온 제주퀴어프라이드 기사를 공유하며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편집권 침해 지적엔 “작은 규모 회사, 의견 교환”
김형훈 미디어제주 편집국장은 1일 통화에서 기고 거절을 두고 “회의에서 찬반 논란이 있었고, 아무래도 한쪽의 이야기이기에 대표님과 논의해 받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보도 중단 지시 등 일련의 조치가 성소수자 혐오라는 지적에는 “퀴어프라이드 'D-7' 보도를 보고 이후 당일 보도를 할 것으로 알았는데 연속보도가 이어졌다”며 “우리가 퀴어프라이드만으로 기사 전반을 도배할 수 없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대표님은 중단하는 게 낫겠다고 했고, 나는 제목에서 '퀴어'만 강조할 게 아니라 다른 소수자를 대변할 수 있는 다른 제목을 요청했다”며 “그랬더니 (김 팀장이) 그 자리에서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했다.
편집권 독립 침해 지적에는 “기자 입장에선 편집권 침해로 보이지만 작은 규모의 회사 구조에선 의견 교환”이라고 했다. 회의에서 나온 '퀴어는 정신병' 발언에 대해서는 “어쨌든 (정신병이라 발언한) 담당 기자에게 주의를 줄 계획”이라고 했다. 고 대표는 1일 취재를 위한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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