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된 ‘모바일 신분증’ 단돈 5000원에 SNS에서 거래…“편의점·술집 다 뚫려”

최서은 기자 2026. 7. 1. 18: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NS에 위조 모바일 신분증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와있다.

SNS 등에서 위·변조된 모바일 신분증이 적게는 몇 천원 수준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도구 발달로 쉽게 애플리케이션(앱)과 이미지 제작이 가능해진 결과다. 위·변조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서비스’ 폐지 검토에 나서는 등 도입 4년만에 제도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SNS에 ‘모바일 신분증 제작’ 등을 검색하면 저렴한 가격에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준다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판매자들은 ‘공방, 콘서트, 술집, 편의점, 모텔 입장 등등 뚫을때 써라’ ‘10분 만에 가능하다’ ‘고 퀄리티를 장담한다’ ‘편의점과 술집 다 뚫린다’ ‘퀵으로 하루면 도착한다’라고 광고한다.

한 업체에 오픈채팅방으로 가격과 소요시간 등을 문의하자 “7만원이고, QR코드를 추가하면 9만원이다”라며 “제작에는 5분 정도 소요된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업체에는 엑스 계정을 통해 “어떻게 구매할 수 있냐”고 묻자, 계좌번호를 불러주며 “5000원을 입금하시면 신분증을 바로 보내드리겠다”고 말했다.

AI의 발달로 일반인들도 위조 이미지와 앱을 쉽게 제작할 수 있어 모바일 신분증 위조의 문턱이 훨씬 낮아졌다. 행정안전부는 모바일 신분증 위조·판매 게시물에 대해 주기적으로 수사를 의뢰하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여전히 위조된 신분증 판매글이 넘쳐난다.

위·변조 사례가 잇따르자 행안부는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서비스 폐지를 검토한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2022년 7월 도입된 이 서비스는 실물 신분증 없이도 모바일을 통해 성명과 사진, 주소, 발행기관 등의 정보로 본인 확인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관공서나 금융기관에선 사용할 수 없지만, 편의점이나 주점·병원·공항 탑승 수속 등에선 이용 가능하다. 정부는 다음 달 관련 연구 용역을 실시해 위조 가능성과 이용 편의성을 함께 따져 폐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모바일 확인서비스는 2024년 12월 도입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모바일 주민등록증과는 다른 서비스이다.

정부24 앱의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서비스 이용화면. 행정안전부 제공.

현장에서는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서비스 이용이 이미 일상화된 만큼 서비스 폐지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신분증 위조는 모바일 신분증이 도입되기 전에도 많았다”라며 “무조건 폐지하는 게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쉽게 위조되지 않도록 기술을 보완하고, 위조시 처벌을 강화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준형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의장도 “모바일 신분증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기술적 보완을 통해 악용을 막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AI 기술 발전에 맞춰 기존 서비스의 보안성과 존속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이미지 정보를 정교하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되면서 위·변조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정부가 주민등록증 확인 서비스에 대한 위험평가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위험성이 높다고 확인된다면 보안성이 높은 대체 서비스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편리성과 보안성은 상충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위험 가능성이 낮다면 계속 유지할 수도 있지만, 공격 기술이 점점 발전하는 만큼 현행 시스템이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도 잘 판단해봐야 한다”며 “신분증 위·변조는 범죄이기 때문에 처벌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더 보안성이 높은 모바일 신분증이 이미 나왔기 때문에 기존 보안 수준이 낮은 서비스는 폐지하는 게 맞다”며 “AI 기술은 계속 발전하기 때문에 보안 수준이 낮은 서비스를 그대로 운영하면 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