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양해각서 두고 이란 내홍 격화…온건파 대통령 '첩첩산중'
美 중동매체 "MOU 이행, 이란 국내정치 흐름이 좌우할 수도"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온건파로 알려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강경파들의 반발로 미국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기반 중동전문매체 알모니터가 30일(현지시간) 테헤란발로 보도했다.
전날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중부 종교도시 쿰을 방문해 이슬람 고위 성직자들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종전 합의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한편, 이란 사회의 내부 결속을 약화하고 합의 이행을 방해하려는 "국내외적 조류"에 대해 경고했다.
이란 대통령 "종전 합의에 최고지도자와 완벽한 조율"…성직자 계층에 지지 호소

페제시키안은 종전 MOU가 "외교 분야에서 이란 국민이 이뤄낸 성과"라며 "체제의 거시적 정책 틀 안에서 최고지도자와의 완전한 조율과 최고국가안보회의의 지지를 바탕으로 도출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일부 집단이 적대적 언론의 심리전에 발맞춰 협상팀을 공격하고 국가적 결정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이러한 성과를 약화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 결속을 유지하는 것이 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평화기 외교에서도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MOU 승인을 얻기 위해 최고지도자에게 '사임 카드'를 던졌다는 언론 보도를 두고는 "비논리적이며 신뢰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통상 이란 대통령들이 정치적 루머에 직접 대응하는 것을 기피하는 점에서 페제시키안의 반응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쿰은 시아파 신학의 중심지로, 이슬람 고위 성직자로 구성된 헌법기관 전문가회의 청사가 있다. 페제시키안의 방문 배경을 두고 강경파들의 압박에 맞서 이란 사회 내부 종교적·정치적 영향력이 강한 성직자 계층에 MOU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알모니터는 쿰의 성직자들이 페제시키안에게 "유용한 정치적 보호막을 제공했으나 무제한의 유연성을 부여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대아야톨라 나세르 마카렘 시라지는 최근 합의의 "잠재적인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며, "악의를 품은 자들의 해로운 행동"을 막을 수 있다면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란 정부가 "적들을 대담하게 만들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협상에서 유화적 태도를 경계하는 강경파의 우려를 반영한 입장을 보였다.
MOU 이행안 두고 노선 다툼 재격화…이란 성직자 최고기구도 분열 조짐

그러나 이란 전문가위원회의 성직자들 역시 이란 정권이 종전 MOU를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 이란 협상단에게 미국과의 회담에서 어느 정도의 재량권을 부여해야 하는지를 두고 분열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8일 전문가위원회 위원 88명 중 60명은 10개 항으로 구성된 성명을 발표하고 이란 협상단에 하메네이의 '레드라인'(금지선)을 위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같은 날 위원회 사무국은 이들의 성명이 위원회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으며, 공식 위원회 성명은 사무국, 의장 또는 의장단에 의해서만 발표된다고 전했다. 사무국은 일부 위원들이 성명에 반대했거나 이에 관해 통보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란 정권 내 최고 권위를 지닌 성직자 기구가 통일된 공개적 입장을 표명해 온 성향을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분석했다.
이란 내 지배 계층은 미국과의 전쟁 기간 다수의 고위 지도부 인사가 제거됐음에도 신임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 아래에서 대체로 결속된 모습을 보였다.
당장의 군사 위기가 물러가고 MOU 이행이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 핵 프로그램, 미사일 전력, 제재 해제 등 지역 안보 사안을 두고 오랫동안 이어진 정파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사건 역시 페제시키안 등 이란 내 온건파를 겨냥한 강경파의 조직적인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전후 이란의 외교 노선을 누가 정의할 것인가를 둘러싼 갈등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모니터는 "수년간 이란 내부 정계를 갈라놓았던 이러한 문제들이 이행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타협을 요구한다"며 "MOU 이행은 해외에서의 외교보다 국내 정치, 그리고 이슬람 공화국 특유의 미묘하고 다층적인 통치 구조 내부의 역학관계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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