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팹보다 더 두려운 건 ‘소재·부품 기업 이동’…구미 반도체 생태계 흔들리나

박용기 2026. 7. 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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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 경북상의회장 “구미 소부장 기업 지킬 별도 국가 지원책 필요”
기존 기업 대규모 이탈은 제한적이나 신규 투자 유출 우려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산업 소재·부품 기업들이 들어서 있는 구미 공단 전경<영남일보 DB>

경북 구미가 호남권 반도체 팹(공장) 발표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팹 유치 실패보다 그 뒤에 따라붙을 소재·부품 기업들의 움직임 때문이다. 호남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전공정 팹이 들어서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개발, 기술 대응 기능이 새로 짜일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물량의 해외 이전과 LG전자 생산기능 재편을 겪었던 구미로서는 대기업 입지 변화가 협력 업체와 일자리까지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구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기존 기업의 즉각적인 대규모 이탈보다 앞으로의 신규 투자와 증설, 인력과 연구기능이 호남권을 향하면서 구미가 반도체 성장축에서 밀려나는 일이다.

구미경실련이 "전남·광주에 반도체 팹 4기가 몰리면 구미산단 소재·부품 업체 상당수가 광주로 이전하고 반도체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재호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구미상공회의소 회장 역시 "현재 지역에 있는 팹 관련 업체들이 광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 구미에는 SK실트론, LG이노텍, 원익QnC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소재·부품·기판 관련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어 당장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향후 신규 투자와 증설 방향에 따라 구미 반도체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호남권 팹 유치가 곧바로 구미 반도체 소재·부품 업체의 대규모 이탈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현권 경북·구미반도체특화단지추진단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어디에 있든 구미 소재·부품 기업들은 지금까지 운영돼 왔다"며 "광주에 전공정이 오더라도 구미의 강점이 소재·부품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존 기업의 이탈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들어와야 할 신규 투자와 증설이 구미를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다. 실제 용인시 원삼면 일대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는 팹(198만㎡)과 함께 소부장 협력화단지(46만2천㎡)를 함께 조성한다. 윤재호 회장은 "호남권 팹 투자와 별개로 구미 소부장 기업을 지키고 키울 별도의 국가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구미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후속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장호 구미시장 역시 1일 열린 민선 9기 취임식에서 "구미는 절대 (반도체 팹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전국 최고 수준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과 풍부한 산업용수까지 갖추고 있는 구미야말로 대규모 팹이 당장 들어와 가동될 수 있는 최적의 도시"라고 강조했다.

박용기기자 ygpark@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