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달리고, 반도체는 멈췄다···RE100 ‘업종별 온도차’ 배경은

노경은 기자 2026. 7. 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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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해외 주요 사업장 RE100 달성···제조업 전반으로 친환경 전환 확산
삼성 DS 재생에너지 전환율 26.2%·SK하이닉스 31.0%···반도체는 높은 전환 문턱
AI 시대 전력 수요 급증···RE100 경쟁도 산업 구조가 좌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RE100(재생에너지 100%)이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제조업계의 재생에너지 전환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해외 주요 사업장의 RE100 달성 성과를 공개하는 등 친환경 경영을 강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는 여전히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3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업계에서는 같은 RE100을 추진하더라도 산업별 생산 방식과 전력 소비 구조가 달라 전환 속도에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제조업으로 확산되는 RE100···반도체는 높은 전환 문턱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2026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유럽·북미·인도 주요 사업장의 RE100 달성 성과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비롯해 수소 밸류체인 구축, 순환경제 확대, 안전경영 강화 등 지속가능경영 성과가 담겼다.

글로벌 공급망에서는 탄소배출 감축 요구와 함께 협력사들의 RE100 이행 여부가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국내 제조업 전반에서도 재생에너지 전환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반도체 산업은 업종 특성상 재생에너지 전환의 문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26.2%였다. 같은 기간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94.8%를 기록하며 사업 특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전력 사용 규모를 보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DS부문의 전력 사용량은 3만426GWh로 DX부문(3083GWh)의 약 10배에 달했다. 재생에너지 사용량도 7962GWh에 이르렀지만 전체 소비 전력이 워낙 큰 만큼 전환율은 30%를 밑돌았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한 모습이다. 지난해 글로벌 생산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조달 비중은 31.0%였다. 총 전력 사용량은 1만3706GWh,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4253GWh를 기록했다. 이처럼 제조업 전반에서 RE100 전환이 확대되고 있지만 업종별 생산 환경과 전력 소비 특성에 따라 이행 속도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가 더딘 배경으로 재생에너지 공급량 자체의 한계도 꼽는다. 반도체 기업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어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더 사용하고 싶어도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시장과 인프라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기업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발전 설비와 송배전 인프라가 함께 확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남 해남의 솔라시도 태양광단지 모습 / 사진=한국남부발전

◇초안정 전력이 관건···AI 시대 더 커진 과제

업계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RE100 전환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생산 공정의 특성을 꼽는다.

반도체 공장은 웨이퍼 생산부터 식각, 증착, 검사까지 대부분의 공정이 24시간 연속 운영된다. 생산 과정에서 순간적인 전압 변동이나 정전도 수율 저하와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초안정 전력 공급이 필수인 반면, 태양광과 풍력은 기상과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송전망, 계통,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 인프라 구축이 함께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발전시설과 반도체 생산거점의 입지가 서로 다른 점도 변수다. 국내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은 호남과 해안권에 집중된 반면, 주요 반도체 생산시설은 수도권에 몰려 있어 송전망 확충 없이는 재생에너지 활용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AI 반도체 시장 확대는 이러한 과제를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량 증가와 함께 전력 사용량도 늘어나는 만큼 재생에너지 확보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기업 간 직접 전력 구매계약(PPA), 에너지저장장치(ESS), 송전망 확충 등이 함께 이뤄져아 RE100 이행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정부도 호남권을 중심으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면서 송전망 확충과 ESS, 양수발전 등 전력 인프라 구축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기반 마련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RE100은 기업의 친환경 의지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국가 전력 인프라가 함께 뒷받침돼야 가능한 목표"라며 "특히 반도체처럼 초안정 전력이 필수인 산업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구축이 동시에 이뤄져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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