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위험보다 무서운 '익숙해진 위험'…현장서 가장 경계해야"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6. 7. 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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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중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인터뷰
1분기 사고사망 역대 최소
AI로 산재예방 패러다임 전환
예측 가능한 사고 막을 것
대·중소기업 안전격차 해소

올해 1분기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113명으로 2022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점검·감독 강화와 산재 예방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대전 자동차부품 공장 화재와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대전 방산업체 폭발 등 대형 사고가 잇따르는 현실을 고려하면 긴장을 늦출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현중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30일 매일경제와 서면 인터뷰에서 "산업현장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큰 위험이 아니라 익숙해진 위험"이라며 현장 중심의 예방 정책과 인공지능(AI) 기반 산재 예방 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취임 이후 가장 중점을 둔 부분으로 '현장 경영'을 꼽았다. 그는 "그동안 연이어 발생하는 중대재해 현장을 찾는 한편, 전국 31개 일선기관을 직접 찾아가는 현장 경영을 통해 산재 현황을 점검하고 관계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쉴 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31개 일선기관을 모두 방문해 지역별 핵심 타깃 산재예방 전략을 점검하고, 핵심 타깃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사고 현장을 찾을 때마다 한결같이 느끼는 것은 대부분의 사고가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제대로 지키고 안전설비만 제대로 갖췄더라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예측 가능한 사고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올해 1분기 사고 사망이 감소한 배경으로 정부의 산재예방 정책과 현장 점검 강화를 꼽았다. 그는 "올해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113명으로, 2022년 통계 작성 이후 1분기 기준 가장 적은 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업과 기타업종에서의 큰 폭 감소는 정부의 강력한 산재예방 정책에 따른 중대재해 근절 의지를 토대로, 작년 하반기부터 소규모 사업장 대상 산재예방 점검·감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잇따른 대형사고의 원인으로는 안전관리 체계의 미작동과 잘못된 조직문화를 지목했다. 그는 "무엇보다 사업장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구성원 각자에게 적정한 역할과 그에 걸맞은 권한·책임이 부여돼 스스로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제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큰 구조물은 용접 부위 한 곳이 잘못됐다고 해서 곧바로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잘못을 알고도 서로 묵인하는 비정상적 관행이 마치 정상처럼 굳어질 때, 작은 오류들이 쌓이고 쌓여 끝내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화재·폭발, 붕괴·도괴 등 대형사고 예방을 위해 고위험 업종과 핵심 위험요인에 재해예방 역량을 집중하고 그동안 지원이 미치지 못했던 사각지대까지 기술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재해조사보고서 공개는 산업현장의 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한 변화 중 하나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은 수사자료로 활용된다는 이유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동종·유사 재해를 막는 핵심자료로 기능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며 "공단은 우선 산업안전포털 게시판에 2024년 발생한 중대재해 중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재해조사보고서 51건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또 2023년 발생한 확정판결 사건 등의 보고서도 올해 중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어 "공개된 보고서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가리지 않고 산업현장의 재해예방을 이끄는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중소기업 간 안전 격차 해소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김 이사장은 "대·중소기업 및 원·하청 간 안전보건 격차는 여전히 현장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안전보건 전담인력과 예산, 기술 역량이 모두 부족한 실정"이라고 진단하며 "정부·공단의 지원과 민간 대기업의 역량을 결합한 '대·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협력사업'을 2023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대기업 233개사가 중소기업 3393개사와 함께 사업에 참여했으며 올해는 대기업 214개사와 중소기업 3080개사 등 총 3294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공단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산업재해 예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이사장은 "산업현장의 위험이 갈수록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만큼 산재예방의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며 "AI와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산재예방 서비스의 대전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공단은 2024년에 '고위험사업장 예측 AI 모델'을 개발해 재해 발생 위험이 높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재예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올해는 고위험사업장 예측 결과에 대해 보다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도록 모델을 한층 고도화할 계획"이라며 "특히 '왜 고위험사업장으로 선정되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AI'를 개발해 예측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끝으로 "산업현장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큰 위험이 아니라, 익숙해진 위험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넘긴 작은 관행들이 쌓이고 굳어질 때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안전에 들이는 노력은 비용이 아니라, 사람을 지키고 기업을 지속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라며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것은 노사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함께 이루어야 할 공동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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