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의 굴욕”… 사우디 국부펀드, 잇단 투자 실패에 2조달러 목표 ‘빨간불’
자체 투자 성과 자산은 제한적
네옴 프로젝트·LIV 투자 등 실패
세계 증시 급등 흐름과 정반대
세계 최대 국부펀드를 목표로 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잇단 투자 실패로 부진한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30년까지 자산 2조 달러(약 3100조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공개된 PIF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PIF의 자산은 지난 5년여 동안 1조2000억 달러(약 1860조원)로 늘었다. 그러나 2021년 이후 증가한 자산 5320억 달러(약 825조원) 가운데 60%가 넘는 3400억 달러(약 527조원)는 정부 출자로 충당됐다. 나머지 약 20%인 1070억 달러(약 166조원)도 대출과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다. 자체 투자 성과로 늘어난 자산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체 투자 성과에 따른 자산 증가는 제한적이었다”며 비현실적인 설계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초대형 개발사업(메가프로젝트), LIV 골프와 같은 스포츠 투자, 최근 몇 년간 부진했던 기술 투자 등이 발목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PIF는 국가 발전 전략인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인 미래도시 네옴 프로젝트에서도 큰 손실을 입었다. 사우디는 인구 900만 명 규모의 미래형 도시를 건설하겠다며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올해 초 대부분의 공사를 중단했다. 현재 현장에는 철도와 높이 1600피트(약 488m)의 초고층 건물 두 동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약 75마일(약 121㎞) 길이의 도랑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IV 골프 투자도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PIF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맞설 새로운 리그를 만들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입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고, 올해 봄 관련 계획을 사실상 접었다. PIF는 올 시즌을 끝으로 LIV 골프에 대한 자금 지원도 중단하기로 했다.
대규모 손실은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이어졌다. PIF는 이날 재무제표에서 2025년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자본 프로젝트 투자와 관련해 124억 달러(약 19조원)를 손상 처리(상각)했다고 밝혔다. 2024년 손상 처리 규모도 170억 달러(약 26조원)에 달했다.
이는 최근 수년간 세계 증시가 급등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저조한 성적이다. 미국 뉴욕증시의 대표 지수인 S&P500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86% 상승했다. PIF가 450억 달러(약 7 0조원)를 투자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도 기술 스타트업 투자 부진으로 나스닥 상승률을 크게 밑돌았다.
PIF의 저조한 성과는 2030년까지 자산 규모를 2조 달러로 확대하겠다는 목표 달성에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는 이란과의 전쟁 이전부터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대형 개발사업들이 잇따라 난항을 겪고 있었다. 여기에 국방비 확대는 물론, 향후 유사한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송유관과 철도 등 인프라 구축에도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PIF도 투자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PIF는 올해 초 수익성이 떨어져 감당하기 어려운 대형 프로젝트는 축소하는 대신 인공지능(AI)과 국내 관광산업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캐런 영 선임연구원은 “정부는 국방과 인프라에 막대한 지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며 “PIF도 앞으로는 투자 수익 창출에 더욱 집중해야 하며, 보유한 포트폴리오 가운데 일부 기업은 매각하거나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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