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프로젝트 뜨자... 삼성 노조 ‘우리와 협의하라’
전문가 “노란봉투법 덕분에 주장”

삼성전자 1노조인 초기업 노조가 사 측이 발표한 호남권 반도체·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계획과 관련, 이 문제를 함께 논의할 ‘노사정 협의회’ 개최를 제안했다. 표면적으로는 성공적 생산 기지 건설을 위한 협력을 강조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향후 투자 실행 과정에서 노조와 반드시 협의하라는 강경 발언으로 풀이된다.
초기업 노조는 1일 ‘메가 프로젝트에 대한 초기업 노조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조급함보다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정부와 회사, 노동조합이 한자리에 모이는 노사정 협의의 장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라인 하나를 가동하기 위해 부지 선정, 인허가, 전력, 용수 등 기반 인프라 확보를 포함하면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긴 여정”이라며 “조합원이 일하게 될 현장의 산업 안전, 주거 환경, 인프라가 충실히 갖춰지고 그에 걸맞은 처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천금매골(千金買骨·인재를 구하려는 정성과 노력)의 자세가 필요하다”며 “핵심 인재와 기술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정부·회사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도 했다.
노조가 사 측의 경영 결정에 이처럼 요구할 수 있게 된 건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쟁의 행위 대상을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넓혔다. 그 결과, 신규 공장 건설이나 생산기지 이전, 생산 라인 재배치 등 기업의 결정도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교섭 대상이 된다. 이전만 해도 생산 시설 신설이나 투자 계획은 전적으로 사 측의 결정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이젠 노조가 고용, 전환 배치, 근무 형태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경우 교섭 요구 및 파업까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재계에선 “삼성의 국내 투자에 또 다른 불확실성이 생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전력이나 용수 문제뿐 아니라 노조와의 협상도 변수가 될 것이란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성과급 분쟁 국면에서 정부와 삼성 사측은 노조와 협상하는 데 애를 먹었는데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노조가 이 문제를 지렛대 삼아 내년 임금 협상 등에서 다른 요구를 확대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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