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한우 교수 “대구·경북, 경쟁력 스스로 입증할 전략 필요”

정부가 반도체와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국가 전략산업 유치전에서 대구·경북 등 일부 지역이 비켜서게 되자, 지역에서는 반도체와 AI 입지가 정치 논리가 아닌 산업 경쟁력과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정부의 정책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 자체는 국가 혁신체계 재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지역 역시 혁신 경쟁력을 스스로 입증할 전략과 산업 생태계 구축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한우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번 메가프로젝트는 단순한 대규모 투자계획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혁신시스템(National Innovation System)의 공간적 재편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기존 경부축 중심의 산업구조를 용인·청주·광주를 연결하는 새로운 AI 혁신축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에서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지능정보사회로 국가 성장축을 바꾸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번 정책이 이전 정부에서부터 이어져 온 AI 중심 산업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가 AI 전략은 이전 정부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돼 온 정책 흐름"이라며 "이번 정부는 이를 공간적으로 재배치하는 방식의 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의 성패는 대규모 투자보다 혁신 생태계 구축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산업단지와 전력망, 데이터센터 같은 물리적 인프라 구축과 함께 데이터 공유, 공동 연구, 인재 교류가 이뤄지는 내생적 혁신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 중심의 협력을 넘어 대학이 연구와 기술사업화, 인재 양성의 핵심 축으로 참여하는 '트리플 헬릭스(Triple Helix)' 혁신체계를 구축해야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최근 제기되는 'TK 홀대론'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역 입장에서는 모두 소외됐다고 느낄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도 "대구·경북만 배제됐다고 보기보다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완화하기 위해 서남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축을 형성하려는 정책적 판단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역이 자체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구는 비수도권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이 가장 많이 집적된 지역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고, 경북 역시 전력과 입지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AI 산업을 대구·경북으로 유치할 충분한 필요성과 강점은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산업 논리로 접근한다면 대구·경북이 다른 후보지보다 왜 더 경쟁력이 있는지, 그 근거를 지금까지 충분히 제시했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정치권과 지역 연구기관, 대학 등이 함께 산업 경쟁력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설명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책 결정 과정에는 정부와 기업의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정책 결정 주체가 져야 한다"면서도 "지역 역시 정치적 공방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AI와 소프트웨어 산업의 강점을 토대로 기업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와 전략을 지속적으로 축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AI 시대에는 지역이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데이터와 기술, 인재가 다시 창업과 투자로 이어지는 순환형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지역 스스로 혁신 역량을 키우는 것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수연 기자 waterkit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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